[햔국경제 향후 3개월이 고비다] 대선전후 3개월이 '지뢰밭'

내년 한국 경제는 과연 어디로 향할 것인가.

올해 우리 경제는 2001년의 부진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경제는 연간 6%대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고, 수출도 두자리 수의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호조를 보여 왔다. 그러나 2001년 중반 이후 지속된 경기부양 조치의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몰리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가격은 1∼8월중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올랐으며, 가격 상승이 타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큰 폭으로 늘어난 가계대출로 인해 가계가 떠안은 부채도 크게 늘어났다. 올해 6월 말 가계의 총부채는 397조원으로 GDP의 70% 수준에 달하고 있다. 가구당 부채도 2,700만원으로 도시 근로자의 연간 소득액의 86%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부작용과 함께 대외여건이 악화되어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 총생산의 30%를 차지하는 미국 경제의 ‘더블딥’(Double Dip, 재침체, 이중침체)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2003년 세계경제 ‘회복세’ 전망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가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이러한 불안감을 반영하여 국내 주가는 연중 최저치로 하락하고, 소비심리도 점차 위축되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진정시키는 위해서는 금리를 인상할 할 필요가 있으나, 대외환경이 불안하여 금리인상을 시행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세계 경제환경이 악화되고 있지만, 주요 연구 기관들은 내년 세계경제를 올해보다 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3년에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경기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들도 현재의 경기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과 이라크간 전쟁이 단기간에 그쳐 경제에 큰 주름살을 주지 않을 것이며, 미국 경제는 IT산업을 중심으로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데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를 상정한다면 우리 경제는 내년 5%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년간 경제를 지탱해준 소비는 내구재 소비 둔화,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이자 부담의 상승으로 신장세가 둔화되는 반면, 수출과 설비투자가 올해에 비해 소폭 개선될 전망이다. 물가상승률은 올해에 비해 다소 높은 3%대 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는 20억 달러의 흑자가 예상되어 올해에 비해 대폭 줄어들지만 흑자기조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는 연평균 8% 수준으로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원ㆍ달러 환율은 소폭 절상되어 연평균으로는 1,150원 수준이 예상된다.

이러한 경제 지표들을 종합해 보면 내년 경제는 우리가 현재 예상하는 것보다는 양호하다고 볼 수 있겠다. 성장패턴이 기존의 내수중심에서 수출중심으로 전환되어 가계부채 확대, 부동산 버블 등 현재 안고 있는 문제점도 점차 개선된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미·이라크 전쟁 여파 등 위험요소 산적

그러나 내년 경제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에는 너무 불확실하고 대내외적인 위험요인이 산재해 있다.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는 우선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과 이에 따른 유가급등을 들 수 있겠다.

현재 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주식시장 등에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는 상태이지만, 전쟁의 전개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이 문제이다. 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되거나, 주변지역으로 확산될 경우 유가는 배럴 당 40달러 이상으로 폭등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세계경제는 경기침체와 고물가의 이중고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경제도 수출위축에 따른 경기둔화, 고물가, 경상수지의 적자 전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 경제의 더블딥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국 경제의 주된 리스크는 금융시장 불안, 부동산 버블, 가계와 기업 등의 과다 부채이다. 현재까지는 주택가격 상승이 주가하락에 따른 소비감소 효과를 상쇄하였지만, 주택시장 역시 최근 들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에는 회복이 크게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내의 위험요인으로는 부동산 버블붕괴와 가계부실화를 들 수 있다.

현재 금융기관의 가계 신용 중 15% 이상을 주택자금 대출이 차지하고 있다. 주택가격이 급락할 경우 주택자금 대출이 동반 부실화하여 금융기관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개인파산을 확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여러 위험 요인들이 상호 연쇄작용을 일으킬 경우 내년 우리 경제는 2001년의 침체를 되풀이 할 수도 있다.


금리인상등 거시정책기조 변경은 위험

따라서 앞으로 선거전후 6개월 기간에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경┒ㅓ??초점을 경제 주체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최소화하여 경기가 급랭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세계경기와 중동정세가 안정될 때까지 금리인상 등 거시정책 기조를 변경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거시정책의 중립기조를 기본 골격으로 유지하는 한편, 위험요인이 발생할 때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위기예방(contingency plan)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점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다. 정부가 과도적인 시점에 대외경제환경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지에 의구심이 든다. 과거 대선이 있었던 해를 보면, 일반적인 기대와는 달리 경기가 좋지 못했다.

대선을 전후하여 국정 장악력이 약화되고 국정 이양에 따른 공백이 발생하는 등 경제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선거를 전후한 3개월 내에 위험 요인들의 발생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중 위험요인이 얼마나 크게 발생하고, 우리가 이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내년도 한국경제의 순항여부가 달려 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입력시간 2002/10/2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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