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천고인비(天高人肥)의 계절

가을을 누군가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했다. 정말 맞는 말이다. 말뿐만 아니라 사람도 그렇다. 봄과 여름에는 뻗어가는 기운이 많기 때문에 주로 키가 크고, 가을과 겨울에는 갈무리하고 거둬들이기 때문에 살이 찌게 된다.

요즘은 먹을 것도 많아지고 먹는 낙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스트레스가 팽배한 세상이라 그런지, 비만 환자도 많다. 옛날에는 살이 찌면 돈복이 많아고 좋아했지만 요즘은 반대가 됐다. 살찌면 보기 싫다며 날씬해지려고 한다.

표준 체주치로 비만을 판정할때 성인의 9~13% 가량이 비만이라고 한다. 40대 이후에는 여성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비만이 급증한다. 비만한다고 해서 모두 병이 있는 것은 아니다. 키에 알맞게 가슴이나 허리 등의 체형이 조화를 이루고 근육이 고루 발달돼 있어 몸이 경쾌하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므로 비대하거나 마른 기준은 각자의 신장과 골격에 따른 것이지 결코 외형이나 몸무게만을 가지고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비만은 확실히 일상생활을 불편하게 하고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 심장질환기 질환을 비롯해 당뇨, 간장병, 담석증, 정맥류, 무릎 관절 질환, 피부질환을 가져온다. 남성의 경우 정력 감퇴, 낭습 등이 많이 나타나고, 여성의 경우 월경 불순, 냉증, 불임증 등이 생긴다.

비만에는 호르몬 분비나 조절의 이상, 어떤 질병의 기질적 원인, 약물, 유전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와 식욕과잉과 운동부족으로 소비에너지보다 섭취 에너지가 많아 체내에서 소비되지 않은 여분의 에너지가 체지방으로 저장되어 비만으로 이어지는 것이 있다.

비만이 잘 발생하는 체질에도 몇 가지가 있다. 많이 먹고 운동도 하지 않는데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과 먹는 것을 줄이고 운동도 열심히 하는데 살이 자꾸 쪄서 고민인 경우가 있다. 혹자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고 호소한다.

식사후 후끈 달아오르는 느낌이 적은 체질은 살찔 체질이다. 식후에는 에너지 대사가 상승하여 체온도 오른다. 이런 식이성 체열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먹은 음식을 연료로 많이 태워 없애지 못하므로 조금만 먹어도 살찔 가능성이 높다.

어릴 때 통통했다는 얘기를 들었던 사람도 비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에는 영양상태가 좋아지면서 아이들의 비만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이 소아비만은 유전과 환경의 영향이 크며 지방세포의 숫자가 증가하는 증식성 비만으로 치료가 힘들다.

반면 사춘기 이후 중년기에 비만해지는 것은 지방세포의 크기가 크게 불풀어서 오는 비후성 비만으로 당질과 지방대사 이상을 동반한다. 실제 비만 환자의 70%는 증식성과 비후성을 혼합한 소아비만과 중년비만 경향이 동시에 나타난다. 어릴때 통통하던 아이는 성장하면서 살이 빠졌다 하더라도 중년기에 살이 찔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러면 비만을 예방하고 개선할 묘책은 없는가? 무엇보다도 먼저 운동량을 늘려야 한다. 운동으로 흘리는 땀은 체지방을 분해시켜 체중감소를 가져온다. 그러나 운동만으로 1kg을 빼려면 걷기로 33시간, 수영으로 11시간의 운동을 해야 하니 힘든 노릇이다.

그러므로 운동으로 소비 칼로리를 늘리되 섭취 칼로리를 최대한 제한하는 이중감소 칼로리 요법을 써야 한다. 체중 1kg 당 20~30칼로리 정도로 섭취 칼로리를 줄이되 단백질은 가능한 풍부학세 섭취해야 한다. 탄수화물도 대폭 줄이고 동물성 지방도 제한한다.

이외에 한방으로도 살을 빼는 방법이 있다. 한약, 비만 이침, 지방 분해침, 수압 마사지 등 방법은 다양하다.

비만이라는 것도 또한 우리 몸의 균형이 깨진 것이다.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해결해야 할 우리의 문제라는 점은 모두 같다. 하지만 몸을 상해가면서까지 살을 빼려고 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병원에 그 부작용을 호소하며 내원할 때면 안타까운 마음을 어떻게 할 수 없다. 올 가을에 시작될 살과의 전쟁, 그 결말이 궁금하다.

강남경희 한방병원장

입력시간 2002/10/2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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