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선거 예보 신무기 '모바일 서베이'

대통령 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유권자들도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대통령선거이니 투표를 하긴 해야겠는데 딱히 뽑고 싶은 사람은 없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러니 흔들리는 표심(票心)을 잡기 위한 대통령 후보들의 속타는 마음이야 오죽할까. 하지만 후보들 못지 않게 유권자들의 마음 읽기에 골머리를 앓는 사람들이 있다. ‘후보 지지도’를 예측해 내려는 여론 조사 기관 관계자들이다. 사활(死活)을 걸고 ‘선거 예보 전쟁’을 벌인다.

전쟁엔 늘 새로운 무기가 나타나는 법이다. 여론조사 방법에도 최근 무섭게 ‘뜨고’ 있는 방식이 있다. 모바일 서베이(휴대폰을 이용한 여론조사)다.

30대의 직장인 유재은씨는 얼마 전 휴대폰으로 이색적인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대선 관련 여론조사가 있는데 참여할 수 있겠느냐”는 내용. 당시에는 급하게 처리할 업무가 있어 귀가 후에 핸드폰으로 접속했다.

여론 조사 문항은 모두 10여 문항. 녹음된 음성 메시지를 듣고 답하는 데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유씨는 “응답자가 여유 있는 시간을 선택해 조사에 참여할 수 있어 좀 더 성의 있게 설문에 참여하게 된다”며 “바쁜 시간에 예고도 없이 전화를 걸어 대답을 종용하는 유선전화 조사에 비해 편리하고 효율적이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에 참여하는 대가로 지급되는 ‘장려금’을 모으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학생인 김경동(25)씨는 “여론조사에 참여하면 휴대폰 요금을 대납해 주거나 현금으로 지급해줘, 설문조사에 내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귀띔했다.

모바일 여론조사는 6ㆍ13 지방선거에서 ‘실력’을 선보인 이래 기존의 여론조사를 대체하는 기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90%가 이미 휴대폰을 갖고 있고, 갈수록 그 비율이 늘어나 모바일 여론조사의 표본집단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휴대폰 메시지는 애들이나 갖고 노는 것인데…’하는 생각에 모바일 여론조사는 어린애 장난으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 파급 속도가 놀라울 정도다. 이런 추세라면 수년 안에 기존의 유선전화 여론 조사 시장은 물론, 대인면접 조사 시장까지 잠식할지 모른다. 앞선 감각만이 급변하는 한 시대를 이끌고 그 흐름을 반영할 수 있다.

배현정기자

입력시간 2002/10/29 16:46


배현정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