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는 집] 서소문 ‘가미가’

고소하고 담백한 생선구이맛이

직장인들에게 있어 점심시간은 맛있는 식사와 달콤한 휴식이 공존하는 즐거운 시간인 동시에 수많은 음식들 중 오늘은 또 무슨 음식을 선택해야 할까라는 고민에 빠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특히 오피스타운의 대표격인 광화문, 서소문 일대에는 수없이 몰려있는 사무실만큼이나 다양한 음식점들이 밀집해 이곳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은 불교의 수행승 이상의 번민과 고뇌에 휩싸이곤 한다.

매일 점심메뉴를 선택하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이들에게 고민을 해결해 줄 한줄기 희망의 빛이 되어주는 곳이 있으니 그곳은 바로 서소문에 위치한 한식당 가미가이다. 가미가는 문을 연지 이제 일년이 조금 넘은 음식점이지만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생선구이 하나로 근처 직장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중앙일보 건너편 정안빌딩 지하에 위치한 가미가는 문을 열고 들어서면 한식집보다는 일식집같은 단아한 분위기의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생선구이가 유명하다는 말을 듣고 간 터라 간고등어와 임연수어구이를 주문하자 노릇노릇 맛있게 구워진 생선 두 마리가 각각 접시에 담겨 나온다. 젓가락을 들고 간고등어 한 점을 입에 넣으니 두툼한 생선살이 담백하게 혀끝에 감겨온다.

일반적으로 간고등어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짭짭한 안동자반고등어를 떠올리곤 하는데 이와 달리 가미가의 간고등어는 짜지않고 담백하며 고소하다.

또 다른 인기 메뉴인 임연수어구이는 고소한 살과 임연수어 특유의 바삭바삭한 껍질맛이 일품이다. 이들 인기메뉴 외에도 구수한 된장찌개와 담백한 맛의 콩비지찌개 역시 점심메뉴 선택에 고민하는 직장인들의 입맛을 휘어잡을 만하다.

대학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했다는 오승령 사장은 가미가를 개업하기 전에는 평범한 주부였다. 그는 평소 음식맛을 칭찬하던 주변 사람들의 권유와 ‘내집 음식처럼 만들면 되겠다’는 자신감으로 가미가를 개업했다고 한다.

개업초기에는 사람을 부리는 일과 많은 양의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감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던 오 사장이지만 이제는 일하는 요령이 생기고 음식맛을 칭찬해주는 손님들이 많아져 자부심을 느낀단다.

유난히 단골손님이 많은 가미가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오 사장은 그 비결은 재료의 신선도에 있다고 귀띔해주었다. 그는 매일 아침 중림동 시장과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가장 신선한 채소와 생선을 사는 일을 거르지 않고 해오고 있다.

또한 직접 생물고등어를 사와 배를 가르고 알맞게 소금간을 한 간고등어의 담백한 맛과 단골손님들을 위해 매일 밑반찬 종류를 바꿔 내놓는 오 사장의 정성과 노력 역시 성공의 비결이리라. 그리고 바로 그런 점들이 한낮의 시장기를 달래려고 찾은 이들을 이내 단골손님으로 만들어버리는 가미가의 매력인 것 같다.

가미가에서 맛볼 수 있는 또 다른 비장의 메뉴들이 있으니 신선한 재료와 정성으로 끓인 각종 라면들이다.

김치와 콩나물을 넣어 얼큰한 ‘속풀라면’, 각종 해물이 들어간 시원한 ‘바다라면’, 수제비와 감자가 들어간 담백한 ‘방가라면’ 등 다양한 종류의 라면들이 늦은 오후 출출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맛있고 영양가 있는 간식거리로 인기가 높다. 단, 라면은 점심시간에는 주문을 받지 않는다. 간식메뉴로 팔고 있는 만큼 오후 3시가 돼야 주문을 받기 시작한다.


메뉴 : 삼치, 간고등어, 임연수어 등 각종 생선구이 4,500원(밥, 국 포함), 된장찌개와 생선구이가 함께 나오는 정식 5,000원, 김치찌개 등 찌개류 각 3,500~4,000원, 각종 라면 2,500~3,000원.


찾아가는 길 :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중앙일보 맞은편 정안빌딩 지하1층에 있다. 경남은행이 1층에 있다. (02)3455-1815


영업시간 : 평일 오전 9시~오후 9시 30분까지, 토요일 오전 9시~오후 3, 4시까지, 일요일은 휴무.

글·사진 손형준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2/11/0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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