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Sex Good Life] "아유 죽겠네" "어휴 좋네"

성기능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떨어진다. 미 매사추세츠주에서 이뤄진 노인의 성기능에 관한 역학조사에 따르면 40~70세 남자의 9.6%가 완전한 발기부전, 25.2%가 중간급의 발기 부전, 17. 2%에서 약한 발기부전 증상이 나타났다. 완전한 발기 부전의 빈도는 40세에서는 5.1%에 그쳤으나 70세에 이르면 15%에 달했다.

이 보고는 역설적으로 노인이 되더라도 젊었을 때에 비해서는 떨어지지만 성적인 활동은 여전히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 노인의 성문제를 다룬 한 편의 영화가 관심을 끌었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된 영화 ‘죽어도 좋아’는 70대 커플의 일상생활을 세밀히 묘사하고 있는데, 우선 제목부터가 파격적이다. 배우자를 사별한 70대 노인 두 사람이 공원에서 우연히 만나 다음날 살림을 합친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두 사람의 애정은 20대 젊은 신혼 부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성행위를 했다고 표시한 달력을 보면 하루 2번도 있다고 한다. 이들의 성생활은 “아유 죽겠네” “어유 좋네” 등 감탄사가 터질 정도다.

어떤 이들은 이 이야기에 대해 의문을 가질지 모르겠으나 최근 국내에서 조사한 한 보고에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5명중 1 명이 성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노인에게도 성생활이 있는 것이다.

노인에게도 성교에서 사정에 이르는 성적인 반응이 신체적으로 일어난다. 다만 발기하고 오르가슴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려 음경에 직접적인 자극을 오래 해야 하고 발기하더라도 젊었을 때보다 강직도가 떨어지며, 발기를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행위 도중에 발기 자체가 죽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또 사정 시 정액의 양과 힘이 줄고 극치감의 시간도 짧아진다.

그렇지만 이러한 신체적인 변화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젊은 시절에 조루증에 시달리던 남자는 심리적으로 느긋해져 시간을 오래 끌 수 있고, 발기하려면 직접적인 자극이 오래 필요하므로 배우자에게 애무의 기회를 그만큼 더 줄 수도 있다. 게다가 최근에 개발된 여러 종류의 발기 유발제를 적당히 사용하면 성생활의 즐거움을 크게 늘릴 수도 있다.

노년기의 성생활에는 신체적 변화뿐만 아니라 심리적, 환경적 요소도 매우 중요하다. ‘노인이 무슨 성생활이냐!’ 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과 주위 사람들의 편견이 노인들로 하여금 성생활을 포기하게 만든다. 이러한 현상은 학력이 낮은 경제ㆍ사회적 하류층에서 많이 나타난다.

건강한 성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성욕을 자극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만약 노인 부부가 밝고 은은하게 꾸민 집에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라면 성생활은 지금과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대구 가톨릭대학 비뇨기과 박재신

입력시간 2002/11/0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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