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신화의 종언] 한나라당 김영춘 의원

'김민석 변절' 안타까워…명분없는 정치적 '惡手에 불과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한나라당 김영춘 의원(서울 광진 갑)은 김민석 전 의원의 민주당 탈당에 대해 “정치적으로 계산이 너무 빠른 결단”이라고 폄하한 뒤 “결정적으로 정치적인 나락으로 떨어지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386세대의 소중한 자산인 김 전 의원이 스스로 명분 없는 길을 가고 있어 선배로서 무척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역임한 김 의원은 1996년 15대 총선에서 당시 신한국당으로 출마했다 낙선한 뒤 2000년 16대 때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1961년생인 김 의원은 김 전 의원(1964년생)보다 대학 운동권 선배이다.


계산 앞세운 환영받지 못할 선택


- 김 전 의원의 탈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부에서는 배후설까지 제기합디다. 혹시 청와대에서 등을 떠밀었는지 아니면 그런 움직임(청와대의 정 의원 밀어주기)을 김 전 의원이 미리 포착해 움직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김 전 의원 개인적으로는 정치적 계산만 앞세운 행동이고,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할 선택을 한 것으로 봅니다”


- 김 전 의원은 이회창 후보를 꺾을 수 있는 후보 단일화를 이루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손을 내저으며) 말도 안 됩니다. 그건 본인의 탈당을 정당화하기 위한 변명이지요. 사실 운동권 출신으로서 후보 단일화라는 명분을 위해서라면 차라리 민주당 노무현 후보로 힘을 모아야지요. 그런데 정서적으로 같이 할 수 있는 노 후보를 저버리고 도저히 합치될 수 없는 정몽준 의원 쪽으로 간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일입니다”


- 탈당을 전후해 김 전 의원과 접촉한 적이 있는지.

“최근에는 만난 적이 없습니다만 김 전 의원의 탈당과 관련해서라면 대화를 나눠야 할 일고의 가치도 없습니다”


- 386세대가 운동권 리더격인 386 정치인들의 분열로 더욱 표심을 정하는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같은 뿌리로 출발한 386 정치인들도 이제는 각자의 노선과 사상을 사회적으로 재해석시켜야 하는 때라고 봅니다. 우리를 바라보는 대중으로서의 386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대로 선택을 해야 겠지요. 그건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너무나 자연스런 행태라고 생각합니다”


386의 힘은 다시 결집될 것


- 민주화나 반독재 등 일치된 목소리를 내던 과거의 386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뜻인지.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과거 386세대가 운동권에 몸담고 있을 때도 큰 틀의 민주화에는 모두가 동의했지만 투쟁 노선과 방법론 면에서는 많은 차이를 보였습니다. 지금도 보세요. 지난 선거에서는 김대중 대통령과 동교동계를 진실과 정의의 집단으로 보느냐와 그렇지 않게 보느냐의 차이가 있었고, 지금도 이회창 후보냐 아니냐로 나뉘어 있어요.

요즘 정치는 우리 세대의 싸움이라기 보다는 기성정치의 연장선상인 측면이 강합니다. 지난날 민주화를 위해 열망을 모았던 386의 힘은 언젠가 다시 국가 발전을 위해 집약되는 시점이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다른 후보들보다 상대적으로 저조한데.

“(다소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당에서 젊은 층을 상대로 한 조직을 관장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무척 난감한 게 사실입니다. 이 후보의 개혁성을 앞세워서는 20~30대에서 지지율이 별로 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다 넓게 생각해야 합니다. 권위주의 정권이 끝난 뒤 개혁에 대한 사회적인 준비가 체계적으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각 정권이 무분별한 개혁을 시도하다 오히려 더욱 헝클어진 측면이 많아요. 다시 개혁의 고삐를 잡아 죄기 위해서는 국가 전체적으로 흐트러진 기강을 정비ㆍ정돈해야 하는 시기가 필요합니다.

그것은 곧 국가를 발전적 개혁으로 이끌어 가는 중요한 초석이 될 겁니다. 젊은 층들에게는 이런 점을 강조하면서 현실적인 대안으로서의 이 후보 지지를 호소할 계획입니다”

염영남 기자

입력시간 2002/11/01 16:30


염영남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