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학로 소극장은 오늘도 '섹스파티'

연극계 '성상납'도 위험수위 넘었다

연극계 일각의 ‘성 상납’이 위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권력층에 대한 연예계의 성상납 파문이 주춤하자 이번엔 연극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업계에서 말하는 연극계의 성문화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최근 물의를 빚은 ‘여의도 공화국’에 못지 않다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남자 배우가 후배 여배우에게 섹스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자 배우들의 경우 일본인들을 상대로 윤락행위에 나선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공연 뒤풀이엔 으레 선배와 성관계

10월 24일 저녁 6시 대학로의 입구. 이른바 젊음의 거리 혹은 문화의 거리로 통하는 이곳의 평일 풍경은 한산한 편이다. 학원 수강생들로 보이는 몇 명의 학생들을 제외하면 지나가는 사람들도 거의 없다.

그러나 주말이 되면 이곳은 전혀 딴 세상으로 바뀐다. 연극이나 콘서트를 보기 위한 사람들이 몰려 소극장 앞은 꼬리에 꼬리를 문 인파들로 북적댄다.

그러나 이 같은 대학로의 명성이 자취를 감출 위기에 처했다. 연극계의 성상납 소문이 나면서 일부 관객들이 연극계를 외면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대학로 전면의 전통있는 극장들은 나름대로의 예술성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뒷골목의 소극장 일부는 포르노 연극으로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동안 연예계의 문란한 성생활은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알려졌지만 연극계가 도마 위에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의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에 따르면 연극계의 성 의식은 영화판인 충무로나 방송국이 밀집한 여의도보다 더 개방적이다. 그는 “어떤 곳보다 섹스에 개방적인 곳이 연극계다”며 “언론을 통해 알려지지 않았을 뿐 섹스파티가 광범위하게 유행하는 곳이 오늘날 대학로 연극계의 현실이다”고 귀띔했다.

남자 배우가 후배 여배우에게 섹스를 강요하는 것은 이곳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함께 고생한 남자 배우에 공감대를 느껴 여배우가 스스럼 없이 몸을 주는 게 이곳에서는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다. 일부 배우들은 공연이 끝나고 회식 자리에서 눈이 맞아 섹스 파티를 벌이기도 한다.

물론 업계에서는 일부의 경우를 지나치게 확대하는 게 아니냐는 입장이다. C극단의 대표 임모(52)씨는 “어딜 가나 문란한 사생활을 일삼는 족속들이 있기 마련”이라며 “일부 배우들의 일을 연극계 전체의 관행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캐스팅을 미끼로 극단 대표나 연출가에게 성을 상납하는 ‘검은 거래’가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는 소문이 솔솔 터져 나오고 있어 덮어놓고 무시할 수만도 없다는 게 일각의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충무로 영화판의 경우 배역 선정 과정이 투명해진 반면 연극계는 그렇지 못하다. 그도 그럴 것이 90년대 들어 충무로는 급속한 성장을 거듭해 왔다. 기획 영화들이 줄을 이으면서 막대한 투자로 잇따랐다.

이같은 상황에서 출연진 캐스팅을 미끼로 뒷거래를 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배우 캐스팅=흥행’이란 공식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신데렐라 환상이 부른 타락

이에 비하면 연극계의 부담은 덜한 편이다. 배우 선택도 연출진이나 극단 대표의 입김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일부 몰지각한 극단 대표나 연출가들은 배우들의 몸을 탐닉하기도 한다.

이 같은 검은 거래는 공중파 진출을 희망하는 배우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다. ‘신데렐라 환상’에 빠진 이들은 스타가 되기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때에 따라서는 순결까지도 헌납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단막극 전문 PD들이 주로 이들의 접촉 상대다. 극단 대표나 연출자의 주선으로 배우가 방송사 PD에게 수청을 드는 것도 대학로에선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물론 이같은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 연극 배우들의 경우 이미 일본 관광객들을 상대로 윤락행위를 하다가 검찰에 적발된 만큼 덮어놓고 가능성을 무시할 수만도 없다.

서울지검의 한 관계자는 “일본인 상대 윤락이 익명 보장과 함께 고액의 화대를 받을 수 있어 연극배우 및 무명의 탤런트 및 모델이 낀 윤락조직이 적발된 적이 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연극계 성상납에 대한 수사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연극계의 성상납이 사실로 확인됐을 경우 어떠한 처벌을 받게 될까. 일본의 경우 성상납을 뇌물죄로 처벌한 판례가 있다. 권력층 인사들이 청탁자로부터 향응을 대접받을 경우 보통 성상납과 함께 식사 등도 같이 제공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대법원 판결 사례가 없어 뇌물죄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이 같은 사정은 성상납 사실이 명확한 물증을 통해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변하지 않는다. 당사자들끼리 “좋아서 했다”는 식으로 입을 맞추면 대가성으로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피해를 본 배우가 자발적으로 성행위 상황을 증언하지 않는 한 범죄 혐의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서초동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한 변호사는 “방송 출연 등을 미끼로 성관계를 맺었다면 배임수재 혐의에 해당하고, 돈을 주고 관계를 가졌을 경우 윤락행위방지법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극계 성상납 다룬 실화소설 ‘스폰서’

연극계의 문란한 성을 다룬 소설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실화소설 ‘스폰서’(열매출판사)는 20년 동안 현장을 누빈 연예기자의 알토란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한 실화 소설이다. 때문에 온갖 술수와 음모가 난무하고 연예인과 고위층간의 은밀한 뒷거래가 성행하는 연예계의 실상을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이 책은 대학로 연극계의 심각함도 같이 다루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여배우 S씨는 남자가 원하는 대로 지퍼를 열어준다고 해서 ‘××지갑’으로 불린다. 대학로 출신의 탤런트 C씨는 한때 남자 앞에서 속옷을 잘 벗어 ‘프리 티켓’이란 별명으로 유명했다.

이 책에는 성상납을 즐겨 받는 ‘신7공자’가 등장하고 권력층의 부도덕한 성 상납 관행도 적나라하게 언급되어 있다. 저자인 김동성씨는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가명으로 묘사했지만 모두 실존인물이고, 사건도 90% 이상이 사실을 기반으로 꾸몄다”고 밝혔다.

이석 르포라이터

입력시간 2002/11/0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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