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구절초

가을은 역시 국화의 계절이다. 국화전시회가 열리는 것도 이즈음이다. 국화는 향기도 그윽하고 그 모양새도 수수하여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정작 우리의 산과 들에 피어나는 우리의 들국화에 일단 한번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꽃만 큼직하게 육종해 놓은 이 원예종들이 왠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곤 한다.

우리의 아름다운 가을 들녘에는 정말 다양한 야생의 들국화들이 피어 난다. 색깔과 향기의 강렬함으로는 노란색 산국과 감국이 그만이고, 그 청량함으로는 연보라빛 쑥부쟁이가 돋보이지만 가장 넉넉하면서도 정결한 아름다움으로는 하얀색 또는 연분홍색 꽃 빛이 고운 구절초가 최고이다.

가을에 산행을 떠나면 옮겨 딛는 발길마다 산자락의 사이사이에 피어 있는 수줍은 구절초가 정겨워 더욱 즐겁다.

구절초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로써 흰색 또는 연분홍색 큼직한 꽃을 아름답게 피워낸다. 우리의 국토는 물론 멀리 만주까지 영토를 확장하고 뿌리를 내려 아름다운 꽃과 고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으니 구절초는 우리들이 못 이룬 남북통일은 물론 옛 고구려의 영광까지 생각나게 해주는 꽃이다.

무릎 높이쯤 까지 자라는 이 식물은 국화 잎처럼 깊게 두번 갈라진 잎을 달고 가을이 한참 무르익을 즈음 가지 끝마다 큼직한 꽃송이를 매어 단다. 이렇게 달리는 꽃은 어느 들국화보다도 커서 꽃의 지름이 새끼 손가락 길이쯤이나 된다.

그래서 이 꽃들이 무리를 지어 피어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유난히 화려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잎은 마치 국화 잎을 보듯 가장자리에 결각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구절초란 이름은 약으로 쓴 이름이 그대로 사용되는 경우이다. 약으로 쓰기 위해 가을에 채 꽃이 피지 않은 식물을 잘라 햇볕에 말려 쓰는데 5월 단오가 되면 마디가 다섯이 되고, 9월 9일이며 아홉 마디 즉 구절이 되며 이때 이 꽃을 잘라 쓴다고 하여 구절초란 이름이 붙었다.

선모초(仙母草)라고도 하는데 흰 꽃의 모양이 신선보다 깨끗하고 아름다워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구절초는 건조한 공기에도 대단히 강하고 특별한 관리를 하지 않아도 잘 자라므로 산과 들은 물론 가로화단이나 야생화 정원에서도 아주 잘 자란다. 종류마다 특징이 다르지만, 특히 한라구절초와 같은 것은 포기가 단정하면서 극히 건조하고 척박한 지역에서도 잘 커서 지피식재로 아주 유용하고, 낙동구철초와 같은 것은 풍성하고 흐드러진 멋이 있어 좋다.

예전 사람들은 구절초의 이 빼어난 자태보다는 약효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주로 부인병을 다스리는 식물로 유명하다.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월경을 고르게 하므로 주로 생리불순, 냉증, 불임증에 주로 쓰였다.

또 소화가 잘 되지 않거나 위가 냉한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다. 약으로 쓸 때에는 주로 말린 것을 물에 다려 쓰지만 식초에 담갔다가 볶아서도 쓰고 환약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복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더러는 꽃을 술에 담가 그 향기를 즐기기도 하고 어린 순은 나물로, 잎은 향과 색을 내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가을 들녘이나 가을 숲속에서 깨끗함과 향내를 자량하는 구절초의 넉넉함이 분주한 이 가을에 유난히 부럽게 느껴진다.

입력시간 2002/11/01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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