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는 움직이는 돈다발

연기자 출연료 천정부지, 제작비 부담으로 작품 완성도 떨어지기도

‘4억5,000만원+알파와 625만원.’

두 개의 돈 액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액수 너머에 오늘의 스타문화 아니 대중문화의 실상과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스타 배우 한석규가 3년만에 주연으로 나서는 영화 ‘이중간첩’의 출연료로 4억5,000만원과 관객 수에 따라 일정 수익을 배분 받는 러닝 개런티를 받기로 했다. 스타 연기자 전도연 역시 3년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해 11월부터 SBS에서 방송할 드라마 ‘별을 쏘다’에 나오면서 회당 출연료로 625만원을 받았다.

영화와 드라마사상 배우의 출연료로는 최고액이다. 일반인들이 몇 개월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스타 한 사람은 드라마 한 회분 출연으로 챙기고 평생을 벌어도 못 벌 돈을 스타는 영화 한편 출연으로 벌어들인다.


전도연, 드라마 회당 625만원 최고기록

요즘 자고 나면 스타들의 몸값은 천장부지로 뛴다. 그 동안 스타 몸값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이 액수도 조만간 다른 스타에 의해 갱신될 것은 분명하다. 스타의 상품성은 인기로 결정되고 이는 출연료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한석규와 전도연보다 인기 있는 스타의 출현은 곧바로 최고액의 출연료 기록을 의미한다. 회당 최고 출연료를 200만원으로 제한하자는 KBS 등 방송 3사 사장단의 굳은 맹세는 최진실 이미연 강수연 등 스타 앞에서 무력하기만 하다.

지난해 방송사에서 강수연이 ‘여인천하’에 나오면서 회당 600만원의 출연료를 받아 방송가 안팎에서 놀라움을 자아낸 지 얼마 안돼 전도연에 의해 최고액의 기록이 갱신됐다. 충무로에선 이름이 좀 알려진 영화 배우라면 누구라 할 것 없이 2, 3억원을 기본 출연료로 부르는 것이 예사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흥행 수익의 일부를 챙기는 러닝 개런티는 이제 일반화하고 있다.

1970년대 후반 스크린의 여왕으로 군림했던 톱스타 정윤희, 유지인, 장미희가 영화 출연료로 200만~300만원을 받았으니 그때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스타 몸값이 엄청나게 상승됐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은 우리 대중문화 시장에서만 일어난 것은 아니다. 안방을 넘어 세계를 상대하는 할리우드에서 스타의 몸값은 천문학적이다. 톰 크루즈, 해리슨 포드, 줄리아 로버츠 등 20여명의 스타들이 2,000만 달러시대를 연 것이 불과 2, 3년전인데 이제는 이들은 거액의 출연료 외에 흥행 수익 일부까지 챙겨 영화 한편 출연으로 올리는 수입은 4,000만 달러~1억달러에 이른다.

스타들의 몸값 상승 현상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스타들의 주요 수입원중의 하나가 광고다. 1년 계약 기준으로 3~5억원을 받는 특A급 스타로는 안성기 한석규 최진실 최민수 전도연 고소영 김혜수 김희선 등이고 배두나 전지현 등 신세대 스타들의 광고 모델료 역시 이에 못지 않다.

국내 광고계와 외국언론에서는 국내 스타들이 광고모델료에 있어서 외국 유명스타 버금가는 액수를 받는다고 비아냥거린다. 스타들의 수입 창구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스타를 이용해 이윤을 창출하려는 스타 마케팅이 활발해지면서 스타들의 수입 창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뮤직비디오, 행사 참여, 스타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뿐만 아니라 ‘국찐이빵’, ‘god신발’, ‘채림 목걸이’ 등 스타의 이름을 이용한 상품이 선보이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스타들의 유전자를 이용한 DNA 카드, 의류까지 등장했다.

머지않아 요즘 미국에서 인기 있는 스타들의 땀을 이용한 향수, 스타의 쓰레기통에서 나온 물건을 가공한 장식품, 스타의 정원의 흙을 담은 병까지 나오지 않으라는 법이 없다.


몸값 올리기 혈안, 안정적 스타 시스템 필요

스타는 공장에서 상품 제조하듯 만들 수 없는 희소한 자원이고 스타를 수요로 하는 매체나 기업이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스타의 몸값은 올라간다.

또한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면서 계약을 대행하는 매니저들이 스타를 장기적으로 관리하기보다는 스타를 볼모로 몸값 올리기에 혈안돼 있다. 이 같은 근시안적인 관리로 스타의 몸값은 더욱 올라간다.

물론 이처럼 엄청난 몸값을 지불하면서 스타를 기용하려는 이유는 비스타를 기용하는 것보다 수요(흥행, 시청률, 인지도)를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보고서 ‘스타파워분석’ 에 따르면 한 스타 출연으로 인해 영화 관객의 11%정도를 동원하는 효과가 있다. 이는 물론 미국의 한 스타가 15%정도의 관객을 동원하는 효과에 비하면 낮은 정도이지만 그래도 엄청난 흥행수입을 보장하는 카드임에 틀림없다.

스타 출연은 시청률 상승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스타는 완전한 흥행 보증수표가 아니다. 스타가 출연한 수많은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고 시청률에서 바닥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타는 문제 있는 필수품’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스타의 몸값 상승은 물론 인기도를 기반으로 한 것이지만 적지 않은 문제를 파생시키고 있다. 제작비에서 한 사람의 스타가 차지하는 비율이 10~20%까지 달함으로써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필요한 경비를 확보하지 못해 결국 작품의 질 저하를 초래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또한 스타의 엄청난 몸값은 낮은 수입의 다수 연예인의 희생을 발판 삼은 것이다. 수많은 단역과 조연들의 몸값은 예전과 변함이 없는 데다 출연의 기회는 더욱더 감소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여기서 일본의 스타 몸값의 관리 시스템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 연예인들은 대부분이 속해있는 프로덕션에서는 스타의 수입을 관리해 월급으로 지급한다. 연간 수백 억원을 벌어들이는 아무로 나미에 같은 톱스타도 월급으로 600~800만엔 정도 받는다.

우리 상황에서는 상상이 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다. 프로덕션에서는 소속 연예인들에게 월급제를 실시해 인기와 나이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장기간 자신이 좋아하는 연기, 노래를 할 수 있게 해줘 대중문화 인적 자원을 그만큼 풍부하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은 우리 매니지먼트회사와 스타 모두 원하지 않는다. 다만 스타의 몸값 상승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소수지만 좋은 작품, 좋은 감독과 PD의 작품이라면 자신의 출연료는 좀 깎여도 신경 쓰지 않겠다는 소신파 스타들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

입력시간 2002/11/01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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