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작은 정치판' 직장서 살아남는 법


■ 직장 내 정치학의 법칙
게리 랭 등 지음/ 강미경 옮김/ 세종서적 펴냄

열심히 일하고도 번번히 약삭빠른 동료에게 공을 뺏기고, 사내정치에 밀려 인사에서 ‘물’을 먹고 있는 ‘순둥이’가 직장에서 살아날 방법은 없을까?

<직장내 정치학의 법칙>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Cain and Abel at work’(직장에서의 카인과 아벨)이라는 원제목처럼 유능하고 착한 아벨이 무능하지만 영악한 카인에게 농락당하지 않고 직장생활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는 전략적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구약 성경에 등장하는 카인은 질투심에 시달리다 동생 아벨을 찔러 죽이고 추방되지만 아들을 낳고 잘 산 반면 신의 마음에까지 들었던 역사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며 이 같은 불의는 오늘날 우리의 직장은 물론이고 재계 정계 군대 심지어 자선사업 단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조직에서 창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카인일까?

저자는 “그는 당신이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는 동안 빈둥대다가 나중에 모든 일을 자기가 한 것처럼 생색내는 약삭빠른 동료이자, 어느새 다가와 당신의 아이디어를 몰래 훔쳐가는 거짓말쟁이, 당신을 음해하기 위해 근거없는 소문을 퍼뜨리는 수다쟁이, 이기적이고 교활하며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자,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며 자신의 이익과 출세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자”라고 규정한다.

저자는 생경한 전문용어나 외국어를 남발하고, 애매모호한 말을 즐겨 사용하는 사람이 카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파워게임에 능수능란하지 못하고, 눈치도 예민하지 못한 아벨은 분명 사내정치에서 불리한 입장이지만 카인을 판별하는 방법과 카인이 잘 사용하는 술수 등을 파악하고 카인 대처법을 익히면 카인과의 경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 언론계와 정계에서 20년 이상 활약해 온 전문가인 저자는 대표적인 27가지 대처법을 행동수칙과 함께 제시한다.

▦증오에 휘둘리지 말라 ▦끌려 다니지 말라 ▦골칫거리라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한다 ▦절대 카인을 과소평가하지 말라 ▦카인을 궁지로 몰아넣지 말라 ▦카인과의 동맹은 절대 믿지 말라 ▦카인에게 빌미를 주지 말라 ▦카인의 마인드 게임에 말려들지 말라 ▦동맹세력을 키워라 등이다.

이 책은 직장내 인간관계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는 직장인에겐 좋은 지침서가 될 것 같다.

그러나 조심할 것이 있다. 이 책은 아벨도 살아남기 위해 결국 카인이 되야 한다는 역설에 빠져있어 지침을 맹신하면 카인을 퇴치하는 호신술의 수준을 넘어 독자 자신이 지독한 카인이 될 수도 있다.

김경철 차장

입력시간 2002/11/0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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