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의 경제서평] 돈벌이에도 도덕과 윤리가 있다


■존 템플턴의 영혼이 있는 투자
(게리 무어 지음/박정태 옮김/굿모닝북스 펴냄)

이 책은 월 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투자자, 미국 증시의 살아있는 신화 등으로 불리는 존 템플턴이 말하는 투자의 원칙을 설명한 책이다. 존 템플턴은 아시아 경제위기가 최고에 달했던 1997년에서 98년 한국과 싱가포르, 호주 등에 과감한 투자를 하면서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다른 투자 관련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를 이야기 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그 과정에서 도덕과 윤리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래야 또 돈을 번다는 것이다.

“도덕성과 정신적인 삶의 원칙들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행하는 모든 것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말하는 모든 것, 생각하는 모든 것이 그래야 한다. 우리의 행동도 마찬가지로 이 원칙들에 기초해야 한다. 투자의 문제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이 책은 투자 지침서라기 보다는 투자의 원칙과 삶의 원칙을 연관지어 생각하는 투자 철학서에 가깝다. 그것이 투자에서 성공하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오히려 방해하지 않을까 라는 반론도 있겠지만, 실제로 템플턴이 그 동안 이룩한 것을 보면 반론의 근거는 약해진다. 저자는 이를 이렇게 말했다.

“부를 얻기 위해서는 모험에 가까운 투자를 하고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하지만 존 템플턴이 지나온 삶은 이와는 정반대라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윤리 원칙을 지키고 일관된 접근 방식을 유지함으로써 우리는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템플턴의 17개 투자 원칙은 너무나 ‘당연한’ 것 들이다. 최종 수익률로 평가하라, 투기적 매매가 아닌 투자를 하라, 쌀 때 사라, 위험을 분산하라, 자신의 투자에 주의를 게을리하지 말라, 실수로부터 배우라, 겸손하라,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등 지극히 평범한 것들이다.

이러한 원칙들은 투자자라면 누구나 이미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실천이다. 투자자들은 주가 수익비율이나 자산의 장부 가치 등 수십 가지의 주가 관련 지표들을 참조한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들은 상승장에서는 그저 행복한 기분에 빠져서, 하락장에서는 손실의 공포에 휩싸여 이 같은 지표를 무시한 채 중대한 결정을 한다. 바로 여기에 템플턴의 투자 철학 핵심이 있다.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신적인 성숙을 통해 이 같은 인간의 연약한 본성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의 움직임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거나 패닉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자제와 인내를 갖는 ‘역 발상식’ 투자다.

그래서 템플턴은 17개 원칙에 대해 각각 ‘투자의 원칙’과 ‘영원의 원칙’을 말하고 있다. 예를 들면, 첫번째 원칙인 ‘최종 수익률로 평가하라’에서는 투자 수익률을 평가할 때는 전체적인 경제 환경을 잘 살펴야 한다는 것이 투자의 원칙이고, 넓은 시야와 식별력을 갖춘 안목이야말로 정직함과 책임감, 그리고 현명한 선택을 가져다 주는 기본이다가 영혼의 원칙이다.

템플턴은 단순히 싼 주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최고로 싼’ 주식을 매입한다. 최고로 싸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고, 그래서 진정한 가치에 비해 낮게 거래되는 주식이다.

또 하나는 향후 주가 상승의 가능성이 큰 잠재력이 있는 주식이다. 템플턴은 이런 주식을 고르기 위해 전 세계 주식시장을 대상으로 약 1만 5,000개 상장기업을 조사한다. 그리고 숨어 있는 진정한 가치가 주가에 반영되기를 기다린다. 그래서 그의 주식 보유 기간은 평균 5년이다.

그가 주식을 파는 시점은 주가가 많이 상승해 더 이상 싸지 않을 때와 현재 보유 주식보다 50% 이상 더 싼 주식을 발견했을 때다. 그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군중심리다. 패닉과 버블 모두 이 군중심리에서 비롯되며, 결국에는 모두 허망하게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의 마지막 원칙은 ‘선을 행하면 그에 따른 보답을 받는다’이다. 여기서 투자 원칙은 자신의 소득 가운데 적어도 10% 이상을 자선단체나 종교단체에 기부하는 일은 훌륭한 투자다, 담배회사나 주류회사 도박회사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 등이다.

영원의 원칙에서는 ‘당신에게 주어진 재능과 재산은 결코 당신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당신은 인류의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이 재능과 재산을 잠시 빌려 쓰고 있을 뿐이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1972년 종교계의 노벨상이라는 템플턴상을 창설했다.

주식투자가 일상화되다시피 하고, 초단기 매매가 유행인 요즈음 진정한 투자가 무엇인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할 때 참고가 될 책이다.

입력시간 2002/11/0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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