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션으로 떠나는 귀족여행

만산홍엽의 계절이다. 산과 들이 단풍으로 치장하며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이맘때면 호젓한 별장에서 가을을 느끼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 단풍 인파에 치여 짜증만 나는 명소는 말고 눈에 보이는 풍경을 독차지할 수 있는, 호젓하고 여유 있게 가을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없을까. 펜션이 그 답이다.

펜션은 유럽 귀족들의 연금(Pension)을 이용한 여행에서 비롯됐다. 중세와 근대 유럽의 귀족들이 연금을 이용해 여행을 하다 묵었던 지방 귀족의 고급스런 숙박시설이다. 유럽의 펜션 개념은 B&B, 즉 저녁과 아침은 기본으로 제공한다.

하지만 가족여행을 선호하는 한국식 펜션은 주방시설을 갖춘 곳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휴식에 어울리는 자연을 중시하는 기본 성격은 예외가 없다. 가을 속에 들어앉아 ‘나만의 가을’에 취할 수 있는 펜션을 소개한다.


  • 비발디(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 물안개 핀 강변을 걸어보라

    홍천강이 감싸고도는 금학산 품에 꽁꽁 숨은 펜션이다. 아침저녁으로 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나는 노일강변을 따라 거니는 재미와 금학산에서 단풍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노일강변에 치맛자락을 드리운 산에서 흘러내린 붉은 단풍 물결도 물빛에 넘친다.

    올 6월에 개장한 비발디는 호텔 못지 않은 시설을 갖췄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주인장 차재성(46)씨의 땀이 배어 있다. 차씨는 전위예술가로 활약한 연극인 출신이다. 비발디는 주인장 자신의 쉼터이자 갖가지 공해에 시달리는 도시인의 쉼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들었다. 비발디는 ‘사계’를 작곡한 음악가의 이름에서 영감을 얻었다. 각 방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사계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비발디는 산 속 깊이 자리해 개울의 물 흘러가는 소리 외에 소음이 전혀 없다. 밤이면 별무리가 마당으로 쏟아질 듯 하다. ‘노는 곳이 아니라 쉬는 곳’이란 펜션의 취지에 맞게 소란을 피우면 즉시 퇴출된다.

    내년 여름엔 국내외 연극인들을 초청, ‘예술 캠프’도 열 계획도 가지고 있다. 방은 2층 2개, 1층 3개. 각각 독립구조로 방음에 특히 신경을 썼다. 널찍한 마당에서는 모닥불을 피우고 비바큐 파티도 즐긴다. 펜션 뒤에 그림처럼 서 있는 금학산은 단풍 트레킹 코스로 적당하다. 비발디에서 1시간 30분이면 왕복할 수 있다.

    이용료는 2인 기준 6, 7만원. 1인 추가 1만원. 참숯과 바비큐 그릴(1만원)도 제공하며, 모닥불도 피워준다. (033-435-1416ㆍwww.vivaldi-pn.com)


    * 가는길- 경기도 양평에서 홍천 가는 6번 국도 이용한다. 단월에서 ‘대명비발디파크’ 이정표를 보고 70번 군도로 진입한다. 대명비발디파크를 지나 비포장길로 고개를 넘어가면 홍천강. 다리를 건너 우회전해서 노일강변을 따라 3km 올라간다.


  • 타임(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 금당산의 가을은 ‘황홀경’

    강물 소리가 그리운 이들이라면 ‘타임’ 펜션을 찾을 일이다. 타임은 평창군 흥정산과 태기산에서 발원하는 금당계곡 곁에 자리했다. 금당계곡은 급류타기 명소로 익히 알려진 곳으로 바위에 부딪치는 물소리가 펜션마당을 적신다.

    타임은 올 7월 문을 열었다. 주인장 김대식(35)씨는 3년 전 겨울에 이곳을 찾았다가 아름다운 설경에 반해 눌러앉았다. 스스로가 여행에 매료되어 살아왔다는 주인장은 여행자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타임이 편한 쉼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타임은 잔디가 곱게 깔린 마당 가운데 모닥불을 피울 수 있는 화덕이 있다. 나무로 짜 만든 테라스에는 파라솔이 운치 있는 탁자가 방마다 놓여 있다. 탁자에 앉으면 금당계곡의 물소리 너머로 천길 벼랑이 연이은 금당산의 그림 같은 자태가 보인다. 바위벽을 타고 흘러내린 단풍 물결은 눈 높이에서 절정을 치닫고 있다.

    타임의 매력은 마당을 장식한 조명이다. 주인장이 조명 기구를 만드는 일에 종사했던 경력을 살려 다양한 조명시설을 설치해 별천지의 밤을 선사한다. 태양열 축전지를 이용한 키 작은 조명은 밤이면 마당 진입로를 비행기 활주로처럼 비춘다.

    대부분 펜션이 바비큐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타임은 조금 특별하다. 바비큐 그릴은 기본이고 가위 집게 등 정통 바비큐 조리도구를 룸마다 비치하고 있다. 소시지를 이용한 품격 있는 바비큐요리에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참숯으로 불을 피우고 적당히 고기를 익혀주는 일은 주인장이 도와준다.

    타임에서는 금당계곡을 따라 난 비포장길을 타고 가는 드라이브도 즐길 수 있다. 타임에서 시작해 평창군 방림면까지 30분쯤 걸리는 이 길은 인적이 뜸하다. 금당계곡의 맑은 물소리를 따라 가는 호젓한 맛이 좋다. 타임에서 휘닉스파크 스키장까지도 20분이면 충분하다.

    타임의 룸은 6평형 5개(침대4, 온돌1), 10평형 1개다. 6평형은 주중 6만원, 주말 7만원, 10평형은 주중 10만원, 주말 12만원. 참숯 포함 바비큐 시설 이용료는 1만원.(033-333-7007ㆍ www.thymepension.com)


    * 가는길- 영동고속도로 장평IC로 나온다. 봉평 방면으로 터널을 지나자마자 삼거리다. 좌회전해서 424번 금당계곡 방면으로 4㎞ 가면 포장도로가 끝이 난다. 비포장길을 따라 1㎞ 가면 오른쪽에 타임펜션이 있다.


  • 구름 속의 산책(강원도 홍천군 서면)

  • 단풍의 비다에 떠있는 쉼터

    경기도 양평에서 강원도 홍천 팔봉산으로 가는 고갯마루에 자리했다. 피아노 전공의 김효종씨(49)와 건축 전공 박영섭씨(52) 부부가 만들어 가는 전원의 쉼터다. 1996년 레스토랑을 먼저 열었고, 펜션은 2년 전부터 시작했다. 건물은 당연히 박씨가 설계와 시공을 했다. 이름은 큰딸이 지어줬다.

    ‘구름 속의 산책’은 방이 8개다. 침대방은 없고 전부 온돌식이다. 방마다 딸린 테라스가 인상깊다. 색이 다른 기둥이 세워진 테라스에는 건들바람에도 청아한 소리를 내는 풍경이 달려 있다. 산책로가 있는 뒷산에서 흘러내린 단풍은 펜션 지붕 위로 떨어진다. 아침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나면 펜션 아래가 구름에 숨는다. 그런 풍광과 조우하게 되면 이 펜션의 이름을 제대로 깨닫게 된다.

    레스토랑에는 아늑한 벽난로가 있다. 다양한 불빛의 조명 아래서 포도주까지 곁들이면 별장을 전세 낸 기분이다. ‘깨몽(꿈에서 깨라)’이란 애칭을 가진 김씨는 흥에 겨우면 즉석에서 피아노 연주도 들려준다. 레스토랑에서는 양식도 주문할 수 있지만 미리 예약을 해야 맛 볼 수 있다. 요리가 취미인 주인장은 식은 음식은 절대 내놓지 않는다.

    박씨는 토종개 ‘댕견’에 푹 빠진 애견가다. 홈페이를 ‘개판(gaepan)’이라 만든 것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애완견을 데리고 오는 것은 사절이다. 이용료는 비수기 4인 10만원, 성수기 12만원. 바비큐 시설과 모닥불은 무료. (033-434-9944ㆍwww.gaepan.net)


    * 가는길- 경기도 양평에서 6번 국도 홍천 방향으로 가다 단월에서 70번 군도 대명비발디파크 방향으로 간다. 대명비발디파크 앞 삼거리에서 좌회전 팔봉산 방면으로 6km 가면 고개 위에 있다.


  • 주련골산방(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 꼭꼭 숨겨놓고 싶은 무공해 휴양지

    치악산 남쪽에 자리한 원주시 신림면 성남리는 무공해 휴양지다. 상원사와 치악산 남대봉 등산 기점이 되는 이곳은 국립공원 지역이라 계곡마다 맑은 물이 넘쳐흐른다. 기품 있게 솟은 아름드리 적송이 군데군데 서 있고, 우리나라 성황당의 원형이 고스란히 보존된 성황림(천연기념물 53호)도 있다.

    주련골산방은 성황림 가기 전에 오른쪽 연화사 방면으로 200m를 거슬러 올라간 곳에 있다. 성남리 자체가 외진 곳이기도 하지만 주련골산방이 자리한 주련골은 온종일 차 한대 지나지 않을 정도로 한적하다.

    1997년 지어진 주련골산방은 김정봉(58)ㆍ곽애리(53) 부부의 정성이 가득 담긴 펜션이다. 20여년 전 독일 유학생활 중에 유럽의 펜션 문화를 접했다는 김씨가 독일풍으로 건물을 지었다. 내부는 콘크리트로 견고하게 지었지만 외관은 목조로 마무리해 언뜻 보면 목조주택 스타일이다.

    주련골산방 1층은 스위트룸 1개와 일반룸 2개, 2층은 로열룸 1개가 있다. 스위트룸은 별장 부럽지 않을 만큼 넓고 시설도 훌륭하다. 방 2개와 화장실 3개, 주방 2개, 20평 거실이 딸려 있다. 20평 거실은 한쪽 면이 전면 유리로 되어 있고, 한 켠에는 벽난로도 있다.

    스위트룸에서는 조용한 곳을 찾는 회사단위의 워크숍도 종종 열린다. 2층 로열룸도 벽난로가 설치되어 있다. 옥상에 마련된 20평쯤의 테라스는 별 뜨고 달 뜨는 밤과 눈 오는 날의 설경이 볼만하다는 게 주인장의 귀띔이다.

    주련골산방의 안주인 곽애리씨는 현직 화가다. 방마다 곽씨가 그린 풍경화 한 점씩 걸려 있어 전시회장을 찾은 느낌이다. 올 가을에도 인사동에서 동인전을 개최한 바 있는 안주인의 예술적 안목이 펜션 곳곳에 배어 있다.

    주련골산장 이용료는 일반실 2인 기준 4만원, 로열룸 8인 기준 13만원, 스위트룸 16인 기준 28만원. 1인 추가 1만원, 참숯과 바비큐 그릴 1만원. (033-763-3080ㆍwww.juryungol.com)


    * 가는길-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해 신림IC로 나온다. 영월로 가는 88번 군도를 따라 1㎞ 가면 삼거리다. 좌회전해서 1㎞ 가면 오른쪽으로 ‘주련골 산방’ 이정표가 보인다.


  • 귀족(전북 임실군 운암면)

  • 호수공원을 거느린 숲속의 별장

    ‘귀족’은 옥정호를 정원으로 거느린 펜션이다. 옥정호가 발치 아래 펼쳐지는 언덕에 있어 가을이 깊어지는 산과 호수를 감상할 수 있다.

    귀족은 가족을 배려한 쉼터다. 이름에 걸맞게 호텔 부럽지 않은 내부시설을 자랑한다. 2층 목조주택으로 하루에 2팀만 이용할 수 있다. 1층과 2층 모두 38평 규모로 대가족이 이용해도 불편함이 없다.

    각 층마다 2개의 방과 거실, 주방, 욕실이 딸려 있다. 안방에는 화장실과 욕실이 별도로 설계되어 있어 두 가족이 이용해도 충분하다. 거실에는 1층과 2층 모두 벽난로가 설치됐다. 벽난로에 모닥불을 지피고 한껏 분위기도 띄울 수 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별도로 나 있어 1층 이용객에게 방해를 주지 않는다. 1층이 전원주택 느낌이라면, 2층은 숲속 별장을 찾은 느낌이다.

    귀족의 멋은 주변의 자연과 어울릴 때 한결 돋보인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옥정호에서 피어난 물안개가 마당까지 가득 찬다. 해질녘에는 석양이 유리창에 물든다. 곱게 깔린 잔디밭에서 바비큐 파티를 즐기다 보면 별무리가 성큼 마당으로 내려앉는다.

    귀족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모악산과 금산사도 있으며 옥정호를 따라 드라이브 코스도 나 있다. 내장산과 함께 단풍으로 쌍벽을 이루는 순창 강천산도 30분 거리다. (02-3443-7744ㆍwww.npension.com)

    이용료는 8인 기준 주중 14만원, 주말 16만원. 바비큐와 벽난로에 쓰는 장작은 무료다.


    * 가는길- 호남고속도로 전주IC로 나와 27번 국도 순창 방향으로 22㎞ 가면 옥정호다. 운암대교를 건너 200m 가서 좌회전하면 언덕 위에 자리한 ‘귀족’이 보인다.


  • 소호(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 유럽풍 주택서 온천욕까지

    이끼 낀 얕은 돌담과 고운 잔디가 깔린 정원과 꽃이 만발한 침목계단과 사색하기 좋은 나무의자. 경기도 양평군 고송리에 자리한 소호는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전원주택의 모델 같은 곳이다. 스스로 살고 싶은 집을 짓고 싶었다는 주인장 배미애(53)씨의 꼼꼼한 성격이 펜션 안의 모든 시설에 배어 있다.

    소호의 자랑은 지하 430m에서 퍼 올리는 온천수다. 수질검사에서 유황과 나트륨이 다량 함유됐다는 판정도 받아냈다. 욕실마다 디자인이 다른 욕조가 설치돼 온천욕을 하는 느낌이다. 방마다 에어컨은 기본이다. 마당에는 드라이브와 퍼팅 등 골프 연습도 할 수 있다. 단풍은 개울 건너 산비탈에 불붙는다. 유럽식 펜션 개념을 도입, 주방시설은 없다. 주문을 하면 저녁은 바비큐 성찬(1만5,000원)과 아침 식사를 제공한다. 이용자를 위한 배려 차원에서 28세 이하의 미혼과 주말에는 아이들도 사절한다.

    이용료는 2인 기준 로열룸 8만원, 커플룸 6만원. 1인 추가 1만원.(031-774-2879ㆍwww.sohohouse.co.kr)


    * 가는길- 경기도 양평에서 홍천 가는 6번 국도를 이용, 봉상리에서 우회전해서 328번 양동면으로 가는 지방도를 타고 6km 가면 된다.


  • 하얀 메밀꽃(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 가을의 아우성으로 가득찬 계곡

    메밀꽃으로 유명한 강원도 평창군 봉평의 흥정계곡에 자리했다. 올해 7월 개장해 시설도 수준급이다. 7개의 방 모두 침대와 널따란 거실, 주방, 욕실을 갖추고 있다. 커플룸 4개, 가족룸(4인 기준) 4개가 있으며 추가 인원은 사절이다.

    ‘하얀 메밀꽃’ 주변에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많다. 맑은 물과 바위가 어울린 흥정계곡은 단풍 트레킹 명소. 계곡 사면에 홍옥처럼 붉은 단풍이 점점이 박혀 있다. 계곡이 끝나는 곳에 허브 향기 가득한 ‘허브나라농원'이 있다. 펜션에서 무료로 빌려주는 자전거를 이용한 하이킹이 인기다.

    6번 국도 둔내 방향으로 가면 양구두미재에서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무이박물관과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를 돌아보는 재미도 있다. 이용료는 주중 기준 커플룸 6만원, 가족룸 8만원. (033-335-2447ㆍwww.memilggot.com)


    * 가는길- 영동고속도로를 이용 장평IC로 나온다. 6번 국도를 타고 봉평을 지나 4km 가면 흥정계곡 입구. 펜션은 흥정계곡 초입에 있다.

    입력시간 2002/11/0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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