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의 계절’ 맞은 현대호

정몽헌(MH)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의 고뇌가 깊어 가고 있다.

남북이 12월부터 북한 개성공단 100만 평에 대한 1단계 개발에 착수키로 공동 합의하는 등 최근 남북경협이 급 물살을 타면서 공동사업 시행사인 현대아산 MH 움직임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과연 대선전에 귀국할 것인가.

현대그룹 비서실의 전신인 현대경영전략팀에 따르면 추석 직전인 9월15일 개성공단 개발을 위한 해외 투자자 유치를 목적으로 출국, 현재 2개월 여간 미국에 체류중인 MH는 개성공단에 대한 성공적인 투자유치가 최근 어느 정도 가시화 되면서 서서히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귀국은 대선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대상선의 4억 달러 대북지원설이 정국을 강타하던 10월8일, MH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부근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측에 대한 자금 지원설을 일축한 후 조만간 귀국할 계획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현재 MH의 귀국은 ‘조만간’만을 되풀이해온 현대 관계자들조차도 더 이상 이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고 있는 상태다.

한 때 ‘좌 윤규(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우 익치’ 로 불릴 정도로 MH의 대표적인 측근이었던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최근 폭탄발언과 현대전자의 해외 사업장 매각금 1억 달러 유용 의혹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MH의 발목을 미국에 꽁꽁 묶어 놓은 상태다.

재계에서는 MH의 연말 대선 전 귀국 가능성에 대해서까지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더해 새 정권이 들어서기 앞서 지난 5년간 밀월관계를 보여온 정부와의 대북사업, 그 숨겨진 ‘진실’을 모두 털어놓는 정치적 ‘빅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귀국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정권 교체 후 ‘현대그룹 완전 붕괴설’마저 나돌 정도다.

재계 한 관계자는 “MH 역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같이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고 해외를 떠돌아 다닐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며 “동생(정몽준 국민통합21 대선후보)의 여론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운신의 폭이 한층 줄어들고 있는 MH에게 결단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 토론회에서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은 문제가 있었고 이를 전면 재고해야 한다”는 MJ의 발언과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폭탄발언 등 ‘배신의 계절’을 맞은 현대호(號)엔 대선이 가까울수록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2002/11/08 13:23


장학만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