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산소 사세요"

공기마케팅 시대… 대기오염으로 청정산소 부족, 관련제품 봇물

대기 오염과 만성 스트레스 등으로 산소 부족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족한 산소량을 채워주면서 생활의 활력을 제공하는 산소 관련 상품이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있다.

회사원 성미선(26)씨는 친구와 약속이 있을 때마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산소 카페 ‘젠시아’를 찾는다. 무료 산소 흡입기가 있어 코에 호스를 대고 산소를 흡입하며 차를 마실 수 있다. 음료도 산소 방울이 첨가된 커피나 주스 등을 골라 마신다.

성씨는 “산소 까페에 들어서면 마치 사우나에 온 것처럼 머리 속이 ‘쏴아’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자주 오다 보니 변비도 없어져 피부가 무척 고와졌다”며 신기해 했다.


“가정 필수품으로 자리 잡을 것”

김준기(26)씨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피로를 풀어주는 산소호흡기 ‘O24u’를 구입했다. 11월 6일 수능 시험을 보는 막내 동생에게 줄 선물이다. 김씨는 “합격을 기원하는 갖가지 기발한 상품들이 많지만, 산소호흡기는 머리를 맑게 해주고 집중력을 높여 시험을 잘 보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선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산소 관련 제품을 찾는 현대 도시인들이 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산소 제품인 산소발생기는 이미 연 1,000억원이 넘는 시장 규모를 자랑한다. 그 동안 의료용과 산업용으로만 개발되던 산소발생기가 최근에는 가정용 시장으로 성큼 진입했다. 수험생과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휴대용 산소발생기가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산소발생기 개발 전문 업체인 ㈜옥서스(www.oxuskorea.com)는 지난해 10월부터 ‘숲속의 아침’이라는 가정용 산소발생기를 본격적으로 선보이며, 산소발생기 붐을 일으켰다. 200만원 대에 이르는 만만찮은 가격에도 월 평균 100대 이상 팔려나간다.

가정용 산소발생기는 순도 80% 청정산소를 공급하여 편안한 실내 공간을 만들어 주고, 먼지나 분진 등을 걸러내 주는 공기정화 필터가 있어 항상 실내의 공기를 청정하게 유지시켜 줄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침대머리맡이나 책상 위에 두고 사용하면 심폐기능이 저하된 노약자의 건강 증진에 특히 도움이 된다.

옥서스 노충식 과장은 “일반 가정은 물론, 아파트 단지 등에서 중앙집중방식으로 산소발생기 시스템을 갖추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여느 가전제품처럼 가정용 필수품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수기에도 산소를 넣을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다. JM글로벌(www.jmglobal.co.kr)은 일반 정수기를 통과했을 때보다 최대 5배 많은 산소를 포함하는 산소정수기를 내놓으며 정수기 시장의 판도 변화를 이끌고 있다.

병실 공부방 PC방 등에 설치할 수 있는 ‘산소피아’ 시리즈는 출시 3개월 만에 월 매출 100억원을 뛰어 넘었다. 건강을 생각해 좀 더 깨끗하고 영양소 있는 물을 찾는 소비자들의 구미에 딱 들어 맞은 것이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초현대적 감각의 색상과 빌트인 디자인을 채택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휴대용 산소공급기 등 다양

국내 최초의 산소 음료는 지난해 남양유업에서 나온 ‘니어워터O2’다. 1등급 청정수에 비해 용존 산소량이 약 6배(40ppm)이나 많다고 한다. “아저씬 산소 없이 살 수 있어요?”라는 광고 카피로 유명해진 이 제품은 월 800만병 이상 판매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산소를 발생시키는 기계나 산소가 들어간 제품이 아니라, 아예 압축 산소를 파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바야흐로 이제는 산소를 먹는 시대다.

제일제당은 최근 한라산 천아오름 계곡의 맑은 공기를 10배 압축해 캔에 담은 ‘내추럴 에어-제주삼다 맑은 공기’를 출시했다. 구상나무에서 추출해 생리 활성을 돕는 테르펜(Terpene) 등을 첨가해 삼림욕 효과가 있다.

스프레이형으로 5리터 들이 캔 하나의 가격은 4,000원이다. 2~3초씩 100회 가량 흡입할 수 있다. 제일제당 뉴 카테고리팀의 유광렬 부장은 “자연 공기를 그대로 유입할 수 있어 직장인의 스트레스 해소, 수험생의 피로 회복과 집중력 향상을 돕는다”며 “대도시 직장인 또는 수험생에게 특히 필요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스프레이식 대신 헤드세트처럼 머리에 쓰고 캔에 연결해 산소를 마실 수 있는 휴대용 산소공급기 ‘024U’는 종류에 따라 6만~20만원에 팔리고 있다.

액체산소도 나왔다. 일반 물보다 무려 100배 이상의 많은 산소를 마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유럽에서 건강보조식품으로 주로 팔리는 액체산소 ‘A02’다. 컵 한 잔에 15방울만 떨어뜨리면 일반 물보다 100배나 많은 양의 산소를 마실 수 있다. 하루에 3번 사용하는 한 달 분량에 7만5,000원.

산소까페 ‘젠시아’를 운영하며 산소의 대중화에 나선 ㈜옥시쿠어 코리아(www.oxicur.co.kr)는 이온산소 발생기, 산소수 제조기에 이어 산소화장품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산소 부족 현상으로 나타나는 탄력이 없거나 창백하고 주름진 피부 개선 기능이 있다.


2~3년내 1조원 시장으로 커질 듯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종류와 기능이 다양한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국내 산소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현대인의 건강 중시 풍조와 맞물려 성장 전망은 어느 분야보다 밝다. 향후 2~3년 내 약 1조원의 거대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산소와 같은 공기마케팅이 이미 활성화된 상태”라며 “시간이 흐를수록 산소 제품의 효용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은 대기오염 후진국

미세먼지 등 대기 오염으로 인한 사망 및 발병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세계 보건 기구(WHO)는 대기오염 사망자가 전체 사망의 5%에 달한다며 대기의 청정 수준에 대한 문제를 강도 높게 제기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대기 오염이 심각한 나라로 꼽힌다. 2002년 세계경제포럼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에 비해 대기 수준이 현저히 낮아 세계 122개국 중 72위라는 저조한 대기 질 지수(Air Quality index)를 나타낸다. 특히 미세먼지의 농도가 런던, 파리 등과 비교해 1.7~3.5배 높다. 이산화질소는 런던의 2배 수준이다.

이에 따라 수도권을 포함해 대도시 거주자와 근무자가 느끼는 두통, 호흡곤란, 감기 등 공기 오염에 대한 자각 증상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간헐적 고통, 질병은 산소결핍에서 발생한다는 의학적 보고가 있다. 충분한 산소가 인체에 공급되면 피로회복 및 숙취 해소, 대뇌활동 촉진을 통한 기억력 및 사고력 증진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산소는 면역체계의 기능강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서 환자나 임산부, 노약자 등의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된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2002/11/08 13:29


배현정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