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중독과 해독

독(毒)하면 흔히 무슨 독약이나 독초를 연상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원래 독(毒)이란 것은 성질이 치우친 것을 의미한다.

맛으로 예를 들자면 너무 단 맛도 독이 될 수 있으며, 너무 짜거나, 너무 매운 것도 독이 될 수 있다. 수은 같은 것도 수(水)의 성질이 너무 강한 것이고, 유황은 화(火)의 성질이 매운 강한 것이므로 이 두 가지는 모두 독(毒)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약으로도 쓰일 수 있는 것이다.

사람도 독한 구석이 있어야 무슨 일을 해내는 것처럼, 자연계에서 약으로 쓰이는 것들은 모두 독, 즉 치우친 성질이 있다. 약방에 감초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감초(甘草)라는 약은 단 맛을 가지고 성질이 화평하기 때문에 다른 약의 독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다, 너무 쓴 것을 덜 쓰게 하고, 너무 매운 것을 덜 맵게 하는 것이다. 감초 뿐 아니라 단 맛을 가진 것들은 이런 효능을 가진다. 사탕 한 알도 잘 쓰면 약이 되는 것이다.

독은 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도 한 가지만을 너무 오래 먹는다든지, 너무 강한 맛을 가진 재료를 쓴다든지 하면 독도, 약(藥)도 될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각종 음식의 독을 치료하는 방법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이 음식들을 보면 설마 ‘여기에 독이 있을 줄이야’라고 놀라게 될 정도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알레르기에 관련된 병증들이 많이 나타난다면, 이렇게 옛날부터 내려오는 해독 방법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만약, 오이나 과일을 먹고 탈이 났다면 돼지 뼈를 태운 재를 물에 타서 마시거나 계피를 진하게 타서 마신다. 오이독을 치료하는데 좋은 것이 조기인데, 구워 먹거나 끓여서 국물을 먹으면 독이 저절로 풀린다고 한다.

두부를 지나치게 먹어서 배가 불러 오르고 숨이 막혀 죽을 것같이 됐을 때는 새로 길어온 물을 많이 마시면 편안해 진다. 무를 달여 먹거나, 행인(杏仁)을 물에 갈아 그 즙을 마시기도 한다. 채소를 먹고 중독 되어 날뛰며 안타깝게 답답해하고 토하며 설사하는 데는 칡뿌리(葛根)를 진하게 달여 먹는다.

모든 고기로 인한 중독에는 감초를 달여 먹이고 부자의 독 등 모든 독을 해독하는데 감초와 검은콩을 달여 먹인다.

이 뿐 아니라 소주 중독을 풀어주는 해독법도 있다. 소주를 지나치게 마셔서 중독 되면 얼굴이나 온몸이 퍼렇게 되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며 혹 피를 토하거나 아래로 피를 쏟게 된다. 이때에는 곧 옷을 벗기고 토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몸을 따뜻한 물에 잠기게 한 후, 계속 따뜻하게 해주고, 생 오이덩굴에서 즙을 받아 입을 벌리고 계속 떠 넣어 주거나, 칡즙이나 얼음을 깨서 넣어준다.

국수 중독에는 무즙을 내서 마시는데, 우동집에서 왜 단무지를 주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이 대목에서 무릎을 칠지도 모르겠다. 국수에도 독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복숭아를 먹고 생긴 병은 나무에 달려있는 채로 마른 복숭아를 따서 태워서 가루 내어 물에 타 먹으면 낫는다고 한다.

며칠 전 아이들에게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중금속 오염 현상이 보도되는 것을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다. 우리가 먹는 먹거리, 마시는 공기와 물 같이 숨쉬는 자연이 병들어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들이 어찌 이것 뿐이겠는가? 사람들이 욕심을 자제하지 않는 한 우리는 계속 중독을 해결하기 위한 처방을 생각해 내느라고 동분서주 할 것이 틀림없다. 어쩌면 과욕을 멈출 때까지 해독 방법이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경섭 강남경희한방병원장

입력시간 2002/11/0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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