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욕망을 건너 뛴 무아지경

■제목 : 밤의 초상 (Night Portrait)
■작가 : 루시안 프로이트 (Lucien Freud)
■종류 : 캔버스 유화
■크기 : 178cm x 178cm
■제작년도 : 1977~1978
■소장 : 개인소장


‘50년 뒤의 당신을 지금의 당신과 같이 사랑합니다…’ 한때 일본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의 남자주인공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던진 사랑의 고백이다. 세월이 흘러 젊음과 아름다움을 상실한 연인을 변치 않는 마음으로 사랑하겠다는 이 말은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요즈음 세계적으로 아름다움과 젊음을 각종 성형의술로 소유하고자 갈망하는 현대인들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자기만족과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 하는 심리 사이에서 아름다움에 대한 끝없는 욕망은 신체적 위험 뿐만이 아닌 정신적 건강에 적신호를 주기도 한다. 스스로 아름다워져야 한다든지 아름답게 보여져야 한다는 생각에 늘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라면 루시안 프로이트의 작품 앞에서 잠시 긴장을 잊어도 좋을 듯 싶다.

정신분석학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손자인 그는 작품에서 예술의 미학적인 표현보다 냉정한 이성에 의한 인간을 탐구했다. 그림을 위한 전문 모델의 누드를 기피하는 이유로 ‘그들의 옷을 벗은 피부는 또 다른 옷을 입은 것과 같다’고 생각한 그의 작품 속 모델로는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과 친척 그리고 이웃들이 등장한다.

위의 ‘밤의 초상’에서와 같이 그의 모든 작품에는 타인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일상적 시간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여유로운 순간이 포착된다. 탄력을 잃고 늘어진 살과 흐트러진 자세를 인식하지 않는 무아지경의 표정에서 현실적 욕망 보다 강한 무엇인가가 느껴진다.

여든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루시안 프로이트는 몇 해전 영국 황실로부터 의뢰 받아 완성한 엘리자베스 2세의 초상화로 인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는데 다름아닌 여왕의 노쇠함을 기존의 작품에서와 같이 적나라하게 표현했기 때문이었다.

루시안 프로이트는 그의 작품에서 사회적으로 규정되거나 변질되기 이전에 존재하는 자연적 인간의 모습이 더 없이 진실되고 아름답다는 믿음을 전달한다.

입력시간 2002/11/1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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