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가 귀족들이 사는 세상이래"

도곡동 타워 팰리스… 상상 초월한 편의시설, 초호화의 극치

‘사람이 사는 최고(最高) 건물’ ‘63빌딩보다 높은 아파트’ ‘국내 첫 초호화 주상복합 아파트’

이른바 ‘귀족 커뮤니티’로 통하는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남긴 기록들이다. 1999년 착공 당시부터 숱한 화제를 뿌렸던 이 곳이 또다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10월 25일부터 새 주인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거대한 성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각은 대체로 두가지다. 부럽기도 하지만 궁금증이 발동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도대체 이같은 초호화 아파트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라는 생각이다. 입주 사실이 알려진 일부 인사의 경우 때아닌 인신공격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보통사람들 출입 엄격 제한

지하철 3호선 도곡역 4번 출구로 나오다 보면 하늘을 향해 높게 치솟은 초고층 건물과 맞닥뜨리게 된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타워팰리스 건물이다. 타워팰리스는 현재 3개 단지(2,590가구) 중 1차(1,449가구)만 일반에 공개됐다. 나머지는 내년 2월이 돼야 입주가 가능할 전망이다.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된 10월 29일. 새로운 주인을 맞는 현장은 분주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단지 요소마다 검은 양복을 입은 보안 요원들이 배치돼 있다. 요원들 사이로는 이삿짐 차량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입주자들의 신변 보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상정보가 새나가지 않도록 극도의 신경을 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사도 입주자까리 얼굴 마주치는 번거로움이 없도록 한 동에 9가구씩 제한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한 관계자는 “언론에서 너무 관심을 보이다 보니 입주자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게 사실이다”며 “입주가 시작된 지난 25일부터 일반인들의 출입을 엄격하고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집 배달부나 이삿짐센터 직원들도 출입증을 받아야 출입할 수 있을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타워팰리스는 그 동안 여러 차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입주 사실이 알려진 일부 인사들은 네티즌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삼성측에서 입주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철통 경계를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알려진 것은 기업인이 40% 정도로 가장 많고,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교수, 법조인 등도 상당수라는 점이다. 김석수 총리를 비롯해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인공인 홍명보 선수도 명단에 끼어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홍명보 선수의 경우 타워팰리스 입주 소식이 새나가면서 팬들로부터 원성 어린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인들이나 연예인은 일단 입주 리스트에서 제외된 상태로 알려지고 있다. 팬들이 몰려와 난동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배우 박중훈, 개그우먼 김미화 정도의 중견 방송인 몇 명만 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그들만의 특별한 세상

특별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까닭은 무엇일까. 타워팰리스의 편의시설이나 배려는 상상을 초월한다. 상가 건물 아래의 출입구를 통과하면 넓은 정원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정원에는 각종 노송들과 아름드리 나무가 심어져 있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파트는 정원 주위를 감싸며 사이 좋게 자리잡고 있다. 이사가 한창인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첨단 출입통제 시스템이 설치된 입구는 아파트라기보다는 호텔쪽에 가까웠다. 타워팰리스 관리를 담당하는 생활지원센터의 이종성 전무는 “입주자들의 신분이 신분이니만큼 보안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집안 구조 또한 대단히 고급스럽다. 벽이나 바닥은 평당 200만원씩 하는 벽지와 대리석으로 치장했다. 벽에는 액정 모니터가 설치돼 있어 간단한 터치로 방문객을 확인할 수 있다. 입주자끼리 화상 반상회 진행도 가능하다. 세탁기나 식기세척기, 장롱 등 상당수 집기들은 붙박이라 따로 들여올 필요가 없다.

단지 내부를 신경망처럼 엮어놓은 홈 네트워크 시스템은 이곳의 자랑이다. 간단한 조작만으로 집안의 모든 가전설비를 자동 조절할 수 있다. 실내 공기도 내부에서 자동 정화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조근호 과장은 “건물이 고층이라 창문을 많이 열 수 없다”며 “대신 베란다와 거실, 식당의 기압차를 두어 자연스럽게 공기가 순환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전망은 압권이다. 100평형대가 위치한 60층의 경우 인근 남산이나 북한산이 한눈에 펼쳐진다. 날씨가 좋은 날은 경기도 지방도 볼 수 있다는 것이 조 과장의 귀띔이다.

상류층을 위한 주거공간답게 각종 편의시설에도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쇼핑을 위해 일부러 단지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을 정도다. 건물의 1, 2층은 상가다. 이곳에서는 입주민들의 입맛에 맞게 도자기점, 화랑, 고급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다. 당구장이나 게임방, 비디오방들도 있다.

각 동의 34층 전체는 입주자 공동시설로 꾸며져 있다. 이곳에는 현재 헬스클럽, 연회장, 독서실, 게스트룸 등이 마련돼 있다. 연회장은 회갑연이나 돌잔치 등을 치를 수 있다. 독서실은 입주민들의 자녀들이 모여서 공부를 할 수 공동 공부방이다. 게스트룸은 말 그대로 손님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온돌방과 침대방이 1개씩 있다.


“서민의 눈으로 상상이 안가죠”

이같은 시설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으로 쳐다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현장에서 만난 인부 김모(51)씨는 “서민들은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에 바쁜데 게스트룸(손님방)이 뭐냐”며 “솔직히 부럽다기보다는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어둠이 서서히 깔릴 무렵 취재진은 웅장한 타워팰리스 입구를 빠져나왔다. 아파트 앞에는 허름한 포장마차가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손님들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소주에 꼼장어를 곁들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이들의 모습이 타워팰리스와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타워팰리스 웃돈 평균 2억5,000만원... 배보다 배꼽 더 커

타워팰리스의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일부 평수의 경우 웃돈이 분양가를 능가하는 기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10월 25일 입주가 시작된 타워팰리스 1차는 35∼101평형 모두 2억5,000만원 이상 올랐다. 특히 분양가 2억7,000만원인 35평은 웃돈만 3, 4억원에 달해 현재 시세는 분양가의 3배 수준을 넘어섰다. 이 정도면 서울시에서 최고 수준이다.

인근 J부동산의 김모 사장은 “서울에서 이정도 시세를 형성하고 있는 곳은 대치동이나 압구정동의 일부 아파트에 불과하다”며 “이같은 추세라면 조만간 압구정이나 대치동을 앞지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실수요자 위주로 구성돼 있어 매물은 거의 없다. 김 사장은 “많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사려는

사람은 많지만 매물이 없다“며 “분양받은 사람들 대부분이 금전적으로 여유롭기 때문에 가격을 높게 불러도 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대신 전세나 월세는 조금씩 풀리고 있다. 전세의 경우 평당 1,100만원∼1,2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때문에 50평대가 6억원, 60평대가 7, 8억원 선에서 시세가 형성돼 있다. 월세의 경우 평수가 작은 방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가장 작은 평인 21평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20만원, 35평은 보증금 1억5천만원에 월세 200만원 선에서 계약이 성사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조만간 ‘가격 거품’이 빠질 것으로 전망한다. 타워팰리스 상가내 K부동산의 관계자는 “타워팰리스 매물 가격이 입주를 전후에 처음으로 보합세로 돌아섰다”며 “조만간 아파트 가격이 안정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이석 르포라이터

입력시간 2002/11/1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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