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멋집 들여다보기] 신촌편

먹거리·볼거리 풍성한 '新맛거리'

“신촌은 신세대의 거리? 오, 노-우!”

아직도 신촌을 젊은이들의 거리로만 알고 있는가.

그렇다면 오늘 회식은 연세대 주변 먹자골목에서 해 보자. 각종 패스트푸드점과 노래방 등 유흥시설로만 가득 차 보이는 신촌에도 30, 40대 직장인들의 입맛에 맞는 먹거리들이 가득 숨어 있다.

한 상 가득히 차려져 나오는 어머니 솜씨의 한정식과 소주와 곁들이면 초겨울 추위도 달아날 것 같은 매콤한 낚지 볶음, 해장국보다 더 얼큰한 라면 전문점 등 우리가 진짜 원하는 신촌의 맛 집을 소개한다.


임금님 수라상 안부러워요

  • 은정한정식
  • 연세대 앞 먹자골목 안의 허름한 건물 3층. 이곳이 바로 그 유명한 신촌골의 은정한정식이다. 개업한지 올해로 5년째 맞고 있는 이곳은 단골손님이 아니면 위치를 몰라 올 수 없는 곳이다.

    가게의 내부는 대학가의 여느 밥집과 별반 다를 게 없지만 주방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반찬그릇만큼은 그 수가 특이하게 많아 눈에 띈다. 그러나 일단 주문부터 해보자. 그러면 모든 궁금증이 풀릴 것이다. (이곳에는 한정식, 단 하나의 메뉴밖에 없다. 그러니 2인분, 내지는 3인분이라고 말하면 된다)

    잠시후면 어느새 테이블을 가득 메우고 있는 20여 가지의 맛깔스러운 반찬들이 눈앞에 있을 것이다. 그것뿐이겠는가. 날마다 바뀌는 찌개가 뜨겁게 달궈진 뚝배기에 담겨 나오고 흑미로 지은 영양밥도 함께 나온다. 눈을 씻고 다시 세어 봐도 역시 반찬은 스무 가지.

    그중 한가운데 떡 하니 버티고 있는 불고기 접시도 반갑다. 다른 반찬들이 매번 바뀌는데 반해 이 불고기는 식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지방 학생들이 많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주인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씨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젓가락이 한번씩만 닿아도 밥 한 공기가 뚝딱 사라진다. 게다가 반찬은 무제한 리필이 가능하며 밥 또한 자기가 먹고 싶은 만큼 자유롭게 더 먹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거나한 한정식의 1인분 가격은? 놀라지 마시라. 바로 단돈 5,000원.

    시내의 웬만한 유명 한정식 못지않은 임금님 수라상을 연상케 하는 식사 한끼가 1,000 원 짜리 다섯 장이다. 매일 먹는 밥이지만 동료들과 특별한 밥상에서 마주하고 싶다면 이곳을 꼭 한번 찾튼?보자.


    * 메뉴

    은정 한정식(5,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30분(365일 연중 무휴/ 설, 추석 제외) 문의: 02) 323 - 5064


    * 찾아가는 길

    신촌 연세로‘대학약국’골목에서 70m 직진 왼편에‘은정 한정식’(일식‘미다래’옆 건물 3층)


    * 잠깐만

    식사 후 시간이 여유 있는 사람들이라면 거리에서 마시는 따뜻한 커피한잔도 좋겠다. 유난히 테이크아웃 커피점이 많은 이곳은 점심시간 후면 늘 사람들로 붐빈다. 약 1,500원에서 3,000원에 이르는 다양한 커피와 따뜻한 음료가 기다리고 있다.


    낙지의 깊은맛에 감탄사 절로

  • 목포 세발낙지
  • 우리 팀 저녁 회식으로는 어디가 좋을까?

    빨간 고추장 양념과 살아서 움직이는 싱싱한 낙지의 만남. 거기에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시원한 홍합국물까지 어우러진 낚지 볶음 세트는 어떠한지. 아마 이보다 더 좋은 회식 먹거리는 없을 듯 하다.

    신촌 현대백화점 맞은편에 일명 ‘걷고 싶은 거리’로 불리는 잘 닦여진 도로가 있다. 이 도로에서 신촌기차역 방면으로 가다 보면 길게 늘어선 낚지집들 중 ‘목포 세발낙지’ 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연대 앞 창천교회 뒷골목 쪽으로 돌아와도 상관없다)

    이곳의 매력은 역시 낙지의 싱싱함과 양념의 매콤함에 있다. 쑥, 미나리, 양배추 등 각종 야채와 소스를 넣어 볶는 낙지의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낙지가 익을 동안에는 옆에서 홍합국물이 지글지글 끓고 있다. 뜨겁고 짭짤한 그 맛이 낙지를 먹기전 입맛을 한껏 돋워놓는다. 하지만 조심하라. 한두 수저 먹다 보면 낙지 보다 홍합국물 맛에 빠질 수 있으니까.

    살아서 꿈틀거리던 낙지의 움직임이 멈추고 야채가 양념에 푹 젖어 있다면 소주한잔에 새빨갛게 익은 낙지한입을 먹어보자.“음-”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며 그때부터 젓가락이 바빠지기 시작할 것이다. 낙지를 다 먹은 뒤에는 김과 참기름을 넣어 낙지 양념에 비벼야 하는 별미 볶음밥이 남아있다. 어떤 이들은 이 볶음밥을 먹기 위해 일부러 가게를 찾기도 한다.

    주의 할 점은 3명이 갔을 경우 2인분만 시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양도 적당 할 뿐 더러 뒤에 나오는 밥(밥값은 따로 계산)이 있기 때문에 1인분을 적게 시켜도 양껏 먹을 수 있다.

    그밖에 산낙지와 왕새우를 통째로 넣어 만든 연포탕과 버터 등으로 맛을 낸 새로운 두루치기도 있으므로 매운 음식을 꺼리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 하다.


    * 메뉴

    낙지볶음(8,000원)/ 낙지찜(8,000원)/ 연포탕(10,000원)/ 낙지전골(10,000원) 뚝배기연포탕(8,000원)/ 낙지덮밥(5,000원)/두루치기(1만원)/볶음밥(1,500원). 이용안내: 오전 11시 ~ 새벽 1시 (365일 연중 무휴/ 설, 추석 제외). 문의: 02) 392 - 6516


    * 찾아가는 길

    신촌 ‘걷고 싶은 거리(명물거리/ 먹거리 골목)’ ‘민들레 영토’ 신관 건너편 ‘목포세발낙지’(검은색 간판)


    * 잠깐만

    바로 옆집에 위치한 해장라면 전문점 ‘신계치'. 밤새 마신 술 때문에 얼큰한 국물로 해장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콩나물과 같은 숙취에 좋은 갖가지 야채를 넣고 끓인 해장라면부터 짬뽕과 비슷하지만 라면발의 맛을 살려 해산물을 듬뿍 넣어 끓인 해물라면까지….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많은 종류의 라면들이 기다리고 있다.

    새벽이 되면 더욱 붐비는 이곳은 김밥 등 웬만한 분식류도 함께 즐길 수 있어 좋다. 단돈 3,000원이면 기본적으로 한가지 메뉴를 골라 먹을 수 있으므로 저렴한 가격으로 점심식사를 대신할 수도 있다. 언제나 훤히 보이는 주방에서 열심히 재료를 다듬는 아주머니의 손길이 다정스럽게 느껴지기만 한다.


    진한 국물맛이 끝내줘요

  • 신선설농탕
  • 하루종일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곳은 깔끔하고 진한 육수로 유명한 신선설렁탕 집이다. 또 설렁탕 집 답지 않은 깔끔한 외관과 현대적인 인테리어로 젊은층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워낙 찾는 손님들이 많아서 인지 주문하자마자 뚝딱 나오는 음식 덕에 바쁠 때도 웬만한 패스트푸드 보다 더 빨리 먹을 수 있어 편리하다.

    그렇다면 신선설농탕이 특별히 맛있는 까닭은? 이유는 바로 잘 다듬은 신선한 사골을 하루 반나절이나 푹 끓여 양지를 넣고 또 한번 반나절 동안이나 푹 고아낸 국물 맛에 있다. 지긋하신 중년이상의 어른들이 이곳을 많이 찾는 이유도 이 푹 우려낸 국물 때문이다.

    설렁탕 안의 머리 고기도 먹음직스럽고 테이블마다 마련되어 있는 담아내는 그릇도 뚝배기 대신 보온성이 강한 스테인리스 탕그릇을 사용하고 있다.

    이곳 설렁탕의 별미는 무엇보다 테이블마다 마련되어 있는 김치와 깍두기 코너다. 직접 덜어서 먹기 때문에 음식절약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위로 썰어먹는 재미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설렁탕에 나오는 수육은 먹어본 사람이라면 양질의 고기를 사용했음을 단번에 눈치챌 수 있다. 결코 얇지 않지만 입에 넣으면 씹힐 듯 안 씹힐 듯 넘어가는 맛이 고기만 더 주문해서 먹고싶게 만들기도 한다.

    진한 국물에 밥을 말아 한 사발을 다 먹고 나면 내일 아침까지 아무것도 안 먹어도 될 만큼 든든하다. 찬바람이 불고 있는 요즘, 겨울 몸보신을 위해 가족과 부모님을 모시고 뜨끈한 설렁탕 한 그릇을 대접하는 것도 좋겠다.


    * 메뉴

    설렁탕 (5,000원) 특설렁탕 (6,000원) 도가니탕 (7,000원) 모듬수육 (1만2,000원) 도가니수육 (1만4,000원). 이용안내: 24시간 영업 및 포장가능, 체인점 운영(잠원, 자양, 청담, 가양, 신사, 명동, 도곡,중동점). 문의: 02) 393-0040


    * 찾아가는 길

    신촌 ‘걷고 싶은 거리 ‘목포세발낙지’가게 바로 맞은편.


    * 잠깐만

    직장인들의 먹거리중 빼놓을 수 없는 한가지가 바로 자장면. 신선설농탕에서 현대백화점 쪽으로 걸어 내려오는 길에 하얀 건물로 지어진 ‘베이징상하이'는 검정과 흰색이 조화를 이룬 깔끔한 인테리어의 중국음식점이다.

    가게 외벽에 美食城(미식성)이라고 큼지막하게 새겨진 이곳은 주방장이 화교출신인 탓에 본토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해물 자장면, 파인애플 볶음밥, 새우칠리소스등 다양하고 담백한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글: 강윤화

    사진: 오세진

    입력시간 2002/11/1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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