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세계여행-32] 홍콩

천가지 표정을 가진 작지만 큰 도시

홍콩처럼 익숙한 외국이 또 있을까? 홍콩영화를 많이 본 탓인지 홍콩은 바로 옆에 있는 일본이나 중국보다 더 가까운 이웃나라로 생각되기도 한다. 쇼핑과 음식의 천국, 화려한 야경, 중국이면서도 서양적인 것 투성이 홍콩은 작은 도시에서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천가지 표정을 가진 도시’로 그 컨셉을 정한 것인지도 모른다. 초고층 빌딩 숲이 있는가 하면 한가롭기 그지없는 어촌마을이 존재하고, 세상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살 수 있을 것 같은 야시장이며, 정신 없이 즐겁기만 한 테마파크까지…. 홍콩의 매력을 벗겨본다.


낭만적인 홍콩의 가을

예년보다 빨리 겨울이 찾아오려는지 이제 막 11월이 시작됐는데 체감 온도는 겨울이나 다름없다. 이런 날씨에는 누구나 따뜻한 곳을 그리워하게 마련. 한국보다 훨씬 남쪽에 있어 춥지도 않고, 또 다른 동남아 국가처럼 무덥지도 않은 홍콩. 사시사철 색다른 즐거움이 있는 홍콩이지만 여름에는 우리나라보다 덥고 습해 차라리 요즘 같은 가을철이 여행하기에는 제격이다.

홍콩의 관문, 쳅랍콕 공항은 홍콩의 현대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반영한다. 깔끔하고 편리하며 현대적이다. 에어포트 익스프레스 열차를 타면 홍콩 중심인 구룡반도나 홍콩섬까지 30분도 안 돼 도착한다.

홍콩은 구룡반도와 홍콩섬, 란타우섬, 라마섬, 신계지 등으로 이뤄져 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또한 여행하게 되는) 복잡하고 번화한 모습은 구룡반도와 홍콩섬 일부일 뿐 홍콩의 전부는 아니다. 홍콩섬도 빌딩 숲으로 가득한 센트랄, 대규모 테마파크인 오션파크, 한적한 해변과 조용한 어촌이 있는 홍콩섬 남부 지역 등으로 세분된다.

한번쯤 홍콩을 여행한 사람들도 외곽섬이나 신계지 등으로 가면 전혀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것처럼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 도심지에서는 계절을 느끼기가 쉽지 않지만 홍콩공원이나 외곽섬, 어촌이나 해변 등지에서는 한껏 물들어 가는 가을을 느낄 수 있다.


삶의 활기를 느낄 수 있는 센트럴

먼저 홍콩의 가장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센트럴에서 여행을 시작하자. 홍콩의 수도 ‘빅토리아 시티’라고 불리던 곳으로 정부청사를 비롯해 각 은행들의 본점, 쇼핑몰과 고급호텔, 기업들은 물론 박물관 등이 모여있다.

센트럴에 자리한 빌딩들은 조금이라도 높게, 더 아름답게, 더 화려한 조명으로 치장하기 위해 경쟁이다. 오늘날 홍콩의 상징인 눈부신 야경을 이루는 핵심이 바로 센트럴이다.

센트럴에서는 주요 빌딩을 순례하는 건축물 투어, 구총독부 등 식민지 시대의 흔적을 찾아가는 역사기행, 빅토리아 피크에 올라 도시를 감상하는 야경투어 등 다양한 테마를 찾아낼 수 있다.

찾아볼 만한 것은 증권거래소가 있는 익스체인지 광장, 최첨단 기능을 갖춘 홍콩빌딩, 고풍스러운 성요한 성당, 구총독부 건물, 둥근 돔이 인상적인 레코빌딩, 골동품이 즐비한 헐리우드 로드 등이다. 란콰이퐁 거리는 서양식 레스토랑, 카페, 나이트클럽, 술집 등이 몰린 홍콩의 압구정동.

밤이 깊을수록 열기를 더하는 이 거리에는 외국인들, 홍콩 젊은이들, 여행자들이 한데 어울려 파티를 벌이듯 홍콩의 밤을 즐긴다.

구룡반도와 센트럴을 잇는 스타페리는 여행자가 꼭 타봐야 할 것 가운데 하나. 바로 코앞에 보이는 곳으로 이동할 뿐이지만 바다를 건넌다는 것만으로도 운치 있다.


옛날과 오늘날의 묘한 대비

구룡(카오룽) 반도는 홍콩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지역이다. 골목을 접어들면 80년대 혹은 그 이전에 지어졌을 법한 성냥갑처럼 생긴 낡은 아파트가 있고, 큰길로 나오면 거대 쇼핑센터가 반짝인다. 야시장과 다양한 식당, 중국 전통 사원 등 서로 어울리지 않는 듯 하면서도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구룡여행은 침사추이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 스타페리 선착장 옆에서 해변을 따라 놓인 하버시티는 1916년에 만든 시계탑과 홍콩문화센터, 호텔과 쇼핑센터 등이 깔끔하게 들어서 있다. 해변 산책로는 연인들의 단골 데이트 코스이자 시민들의 휴식처다.

쇼핑과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구룡공원에서 잠시 쉬어가자. 열대식물원처럼 야자수와 열대꽃이 가득 피어 있으며 아기자기한 연못, 나무로 만든 운치 있는 벤치 등 홍콩에 와 있다는 것을 잠시 잊을 수 있다.

구룡을 찾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단연 쇼핑일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나단로드는 크고 작은 상점들과 식당이 즐비한 거리로 한때 골든마일이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지금도 전세계에서 찾아온 여행자들이 전자제품, 의류, 액세서리 등을 구입하기 위해 상점을 기웃거린다.

홍콩 야시장 1번지 템플 스트리트, 저렴하게 쇼핑을 할 수 있는 최고 장소다. 저렴한 먹거리와 손금보는 사람, 거리 공연까지 쇼핑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가 숨어있다. 이밖에 모든 종류의 새와 새장, 관련 용품을 판매하는 새시장, 비치와 보석을 거래하는 비취시장, 꽃시장, 금붕어시장, 야마테 지역의 중심이자 중국식 불교사원의 전형을 볼 수 있는 틴하우 사원 등도 들러볼 만 하다.


아이들 천국 오션파크

홍콩섬 남부 애버딘 항구 근처에 자리잡은 오션파크(Ocean Park)는 동남아 최대의 해양공원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규모도 크고 흥미로운 놀거리로 가득한 테마파크다. 먼저 케이블카로 오션파크 정상에 오르는 동안 울창한 숲과 눈을 들면 펼쳐지는 푸른 바다, 점점이 흩뿌려진 섬들, 들쭉날쭉한 해안선 등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하다.

거대한 수족관에서는 온갖 종류의 바다속 생물을 감상할 수 있고, 짜릿한 롤러코스터나 바이킹, 페리스 힐 등의 탈거리는 아무리 여러 번을 타도 질리지 않는다. 어린이 세계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게임과 공연이 쉼 없이 이어진다. 미들킹덤은 고대 중국문화를 쉽고 흥미롭게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상어가 거대한 입을 벌린 모형으로 입구를 꾸며놓은 상어수족관, 신비로운 바다 속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산호수족관, 돌고래의 귀엽고 신기한 쇼를 볼 수 있는 해양극장, 멋진 전망을 선사하는 오션파크타워, 나비전시관, 조류원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세계가 오션파크에 존재한다. 아이들 못지 않게 어른들도 이 동화와 같은 공간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나가기가 싫어질 정도다.

센트럴의 스타페리 선착장이나 애드머럴티 전철역에서 오션파크로행 셔틀버스가 출발한다.



홍콩야경 100% 즐기기

야경감상은 홍콩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란한 현대도시를 가장 잘 나타낸 것이 바로 홍콩의 야경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야경 포인트는 빅토리아 피크(Victoria Peak). 피크트램을 타고 전망대로 올라서면 홍콩의 가장 아름다운 야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피크트램을 타는 것도 색다른 경험.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를 타면 맨 처음 가파른 모노레일을 끽끽거리며 올라가듯이 피크트램은 경사진 비탈길을 천천히 올라간다. 고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창밖 풍경도 화려해진다.

정상에 도착하면 전망대를 비롯해 게임장, 카페, 레스토랑 등이 나온다. 역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은 전망대. 좋은 위치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가벼운 자리다툼이 벌어지기도 하고, 주위에선 줄곤 펑펑 플래시가 터진다. 물론 얼굴이 나오게 하려고 플래시를 터트리면 사진에서는 환한 얼굴뿐 야경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사진촬영이 끝났다고 빅토리아 피크를 내려가 버리면 피크트램 비용이 너무 아깝다. 전망대 바깥으로 나오면 낭만적인 카페와 레스토랑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고, 그 사이로 놓인 길은 산책하기에도 그만이다.

전망대 출구 바로 건너편에 있는 아름다운 카페는 '피크 카페'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 유럽스타일로 꾸며져 있어 이곳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 앉으면 전망대 못지 않은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분위기를 잡기에 딱 좋은 카페다. 식사도 가능하고 차나 커피, 칵테일이나 와인 등도 가능하다.

야경이라고 해서 한밤중이 돼서야 올라갈 것이 아니라 해가 질 무렵 전망대에 도착하도록 한다. 구룡반도 뒤편으로 넘어가는 저녁놀도 멋있고 어두워짐에 따라 하나둘 불을 밝히기 시작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 항공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캐세이퍼시픽항공 등 홍콩 직항편이 하루에도 몇 차례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3시간30분 정도.

☞ 비자 홍콩은 비자 없이 6개월까지 체류할 수 있다.

☞ 기후 홍콩의 가을과 겨울은 우리나라에 비해 온화하고 청명하다. 평균기온은 17도 정도로 그다지 춥지는 않지만 저녁과 밤에는 기온이 내려가므로 외투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 교통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하려면 에어포트 익스프레스를 이용하는 것이 빠르고 편하다. 10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공항에서 홍콩 섬까지 23분 소요. 공항버스는 요금이 다소 싸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시내에서는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골고루 이용하면 이동에 불편함이 없다. 영국을 연상시키는 빨간 이층버스도 재미 삼아 한번쯤 타보는 것도 좋다.

☞ 화폐 홍콩의 화폐단위는 홍콩달러(HK$)이며 1HK$는 154원 정도(2002년 10월말 현재).

☞ 쇼핑 저렴하게 홍콩에서 쇼핑을 즐기고 싶다면 12월 말부터 2월까지 하는 윈터세일, 7∼9월에 있는 서머세일 기간을 이용하면 좋다. 세일기간 외에도 홍콩VIP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가맹점에 한해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카드는 서울 홍콩관관협회나 홍콩공항의 안내센터, 구룡과 센트럴에 있는 홍콩관광청 서비스센터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다.

☞ 음식 온갖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홍콩에서도 놓칠 수 없는 것이 딤섬이다. 원래 아침과 점심사이, 점심과 저녁사이 간식 삼아 차와 함께 즐기던 것인데 요즘은 아침이나 점심대용으로 많이 먹는 만두의 일종. 재료에 따라 종류가 무척 다양하고 모양도 예쁘다. 한 바구니에 네 개가 나오므로 두명, 혹은 네명이 함께 가는 것이 좋다.

☞ 정보 홍콩관광협회에서 홍콩지도를 비롯한 다양한 정보를 구할 수 있다. (02)778-4403 www.discoverhongkong.com/kor/


글 김숙현 여행작가, 사진제공 홍콩관광협회

입력시간 2002/11/12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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