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는 집] 청담동 '크렘 드 라 크렘'

남자는 현실적이고 여자는 감성적이라고 말한다. 이런 남녀의 속성은 식사메뉴를 선택할 때도 종종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남자의 경우 뱃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밥이 있는 한식을, 여자들은 세련된 분위기에 취할 수 있는 양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남녀의 차이 때문에 연애시절 식사메뉴 선택을 위해 한바탕 전쟁을 치러 본 경험이 한 두 번쯤 있을 것이다.

맛있는 한식과 세련된 분위기, 남녀 양쪽의 취향을 모두 만족 시켜 줄 수 있는 그런 곳이 어디 없을까?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크렘 드 라 크렘(Cr`eme de la Cr`eme)’은 도통 휴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맛 vs 분위기’의 대결 구조에 종지부를 찍는 해결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4월 문을 연 크렘 드 라 크렘은 버터냄새를 물씬 풍기는 불어식 이름과 달리 맛깔스러운 우리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한식전문점이다.

그렇지만 크렘 드 라 크렘은 지금껏 우리가 알고 있던 한식집의 이미지를 여지없이 깨트린다.

뉴욕의 프랑스 요리학교에서 정통으로 디저트 요리를 공부한 이정임 사장과 한식요리에 조예가 깊은 조수지 사장이 수년간의 미국생활을 통해 얻은 경험과 아이디어를 결집해 문을 연만큼 다른 한식집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크렘 드 라 크렘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크렘 드 라 크렘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세련되고 차분한 느낌의 흰색 공간이 눈을 사로잡는다. 삼성디자인 스쿨의 교수인 고석희씨의 일러스트레이션이 그려진 벽과 메뉴판을 보고 있노라면 고급 카페에 온 듯한 느낌에 빠져든다.

파스타나 스테이크 같은 이름들이 가득할 것 같은 메뉴판을 펼치면 너비아니, 비빔밥 같은 익숙한 우리 음식 이름들이 반긴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만큼이나 세련되고 맛깔스럽게 담겨 나오는 음식들에 눈이 즐거워지고 절로 감탄사 터져 나온다.

일반적으로 한식집을 가면 맛은 있긴 하나 음식들이 대충 수북하게 담겨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크렘 드 라 크렘에서는 맛깔스러운 음식들이 젓가락을 대기에 아까울 만큼 예술적인 배열로 담겨 나온다.

이곳의 음식들은 식욕을 자극하는 시각적 아름다움 만큼이나 맛 또한 일품이다. 부드러운 육질과 달콤하면서도 새콤한 소스가 환상적으로 조화를 이룬 너비아니, 독특한 형태로 시각을 매료시키고 10가지 볶은 채소와 매콤한 약고추장의 맛이 미각을 자극하는 비빔밥, 무의 시원함과 흰 살 생선의 담백함이 어우러진 매운 생선조림 등의 다양한 요리들이 미각을 충족시킨다.

크렘 드 라 크렘에는 주된 요리 한 가지 밖에 맛볼 수 없는 일반 한식집과 달리 식전 애피타이저와 식후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새콤한 맛의 칠절판 등 7가지 애피타이저가 식욕을 돋구어 주고, 각종 케이크, 아이스크림, 샤베트 등의 후식이 기분 좋은 포만감을 안겨 줘 식사의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최고급 초콜릿 중의 하나인 베로나 초콜릿으로 만든 베로나 초콜릿 케이크에 캘리포니아산 웬티(Wente) 와인을 곁들이면 식사의 즐거움은 더욱 커진다. 상큼한 베리향과 민트향이 돋보이는 웬티와인은 맛이 부드러워 크렘 드 라 크렘의 어느 음식과도 조화를 이루며, 미디움급 와인이라 누구나 큰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

크렘 드 라 크렘은 세련된 디자인의 내부공간과 정갈한 맛의 한식 요리로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뿐만 아니라 귀한 외국손님들 접대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 메뉴

두부조림, 미만두, 치킨샐러드, 닭날개구이, 칠절판, 토마토 생모짜렐라 샐러드 등 애피타이저 7,000~1만원. 아주 특별한 비빔밥 상차림, 전통석쇠구이 너비아니 상차림, 한국식 매운 생선조림 상차림 등 점심특별메뉴 각 1만5,000 원.

삼색밥, 소면, 진지와 탕, 돼지고기 김치말이, 된장조치, 너비아니구이, 생선구이, 조개구이 등 저녁메뉴 5,000~1만5,000원. 커피, 생과일주스 등 음료 5,000원~9,000원. 최고급 재료를 이용해 직접 만든 각종 케이크와 아이스크림 등 디저트 5,000원~1만원


▦찾아가는 길

청담 사거리 갤러리아 방향 루이까또즈 매장 골목 내 위치 (02)3444-4520


▦ 영업시간

오전 9시 30분~오후 11시. 연중무휴. 점심 식사 월~토 12시에서 오후 3시, 저녁식사 월~토 오후 6시~9시, 일요일은 오전 11시~오후 3시까지 브런치 제공.

글·사진 손형준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2/11/1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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