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마늘의 힘

우리 나라 건국신화에는 마늘이 등장한다. 환웅이 웅녀와 결혼하여 단군왕검을 낳고, 단군이 고조선을 건립하는데 이 과정에서 곰이 동굴에서 마늘과 쑥을 먹고 웅녀가 되는 내용이 나온다.

마늘과 쑥의 의미에 대해서는 단군이 건설한 제정일치 사회가 농업에 바탕을 둔 사회임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하나, 아마도 다른 뜻이 있을 듯싶다. 왜 마늘을 먹었을까? 굳이 단군신화가 아니더라도, 마늘은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흔히 마늘은 몸에 좋은 강장제 또는 음식에 꼭 필요한 조미료 정도로만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매우 귀중한 약이기도 하다.

그 동안 마늘의 효능을 뒷받침할만한 과학적 근거가 미흡했는데 최근 마늘의 주성분인 다이알릴 다이설파이드 (diallyl disulfide·DADS)라는 성분이 항균작용, 소화촉진효과, 동맥경화 예방, 고혈압 및 뇌졸중 예방, 뇌 대사 촉진과 항암 효과 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마늘의 주성분인 DADS가 유방암 세포의 증식을 억제한다는 연구 발표도 있었는데 이뿐 아니라, 미국에서 세계 각국의 10만 명을 대상으로 식사습관과 질병관계를 조사한 결과 마늘을 많이 먹는 이탈리아 중국 일본 사람들에게 위암과 결장암의 위험도가 각각 50%, 30% 적게 나타났다고 한다.

마늘에는 알리신, 유황화합물, 셀레늄, 비타민 B와 C, E 등이 풍부하게 있다. 이 중 알리신(Allicin)은 피를 엉기게 하지 않는 항혈전 작용을 하여 어혈이 생기지 않게 하며, 혈중 지질을 감소시켜 동맥경화, 심장병 등에 효과가 있다.

따라서 각종 현대의 성인병을 예방하는데 일조하고 있는 셈이다. 알리신은 마늘이 열이나 물리적인 자극을 받으면 생성되는데 항세균 화합물로 페니실린보다 강력한 항생물질임이 밝혀졌다. 이는 식중독, 결핵, 티프스 등 다양한 질병을 퍼뜨리는 미생물에 대해 항박테리아, 항진균 효과를 발휘한다. 마늘은 또한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를 일으키는 체내의 활성산소를 제거하여 젊음을 유지시킨다.

고대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쌓아올린 노동자들에게도 마늘을 배급했다고 한다. 명나라 이시진이 집대성한 본초강목(本草綱目)이라는 책에는 마늘에 장을 튼튼하게 하며, 식욕을 좋게 하고, 변비를 치료하며, 몸을 따듯하게 하고, 혈압을 낮춰주며, 정신을 안정시키고, 신경통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마늘의 이러한 다양한 작용 때문에 자양, 강장을 목적으로 가루를 내어 복용하기도 하며, 감기가 걸리면 마늘로 양치질을 하기도 한다. 아토피성 피부염엔 마늘 목욕법도 있으며, 신경통, 근육통엔 마늘 습포, 건강한 피부를 위해서는 마늘 팩, 무좀엔 마늘 즙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마늘은 강한 맛과 향기 때문에 파, 부추 등과 더불어 예로부터 공부하는 사람이나 스님들에겐 금기음식이기도 했다. 자칫 잘못 사용하면 피부에 발진을 일으키거나 두통을 일으킬 수도 있다. 마늘을 날 것으로 먹으면 심장이나 혈압 관리 등에 유익하고, 구워먹으면 소화기능이나 식욕을 촉진한다.

또 장에 재워먹으면 생식기능에 좋다고도 한다. 우리 조상들은 마늘의 이런 성질을 잘 이용하여 국에는 다져 넣고, 김치에도 썰어 넣고, 간장에 담가 먹기도 하는 등 음식에 적절히 사용하여 효과와 맛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음식에 마늘이 얼만큼이나 들어가 있을까? 청소년들에게도 고지혈증이 나타나고 비만 환자가 부지기수인 지금, 옛날 음식들을 그리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요즘 음식에 적용할 것인지 연구해야 할 것이다. 이제 마늘의 효과를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 생활에서 잘 이용할 것인가 하는 데까지 우리의 생각이 미쳐야 할 듯하다.

이경섭 강남경희한방병원장

입력시간 2002/11/1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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