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검찰 구할 '沈·金 투톱'

조직기강 확립과 대선 앞두고 정치 중립 확보가 관건

“신임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은 모두 광주지검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는 만큼 이번 파문을 극복하고 조직 안정을 도모할 것으로 기대한다.(대검의 한 검사장급 간부)” “6번 연속으로 호남출신을 법무장관에 기용한 것은 전무후무한 지역편중 신기록 인사로 국민을 무시한 오기인사의 극치다.(김영일 한나라당 사무총장)” “청와대가 접촉한 영남 출신 인사들이 ‘4개월 짜리 법무부장관’직을 모두 고사했다는 것은 낭설에 불과하다.

심 장관 외에 다른 이들을 접촉하거나 제의한 적도 없다.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 “이번 장관, 총장 임명을 계기로 검찰이 인권의 보루로서 국민에게 신망을 받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문석호 민주당 대변인)” “검찰총장 인선은 각종 게이트 수사 때 대통령 아들들을 봐준 것을 보답하기 위한 ‘보은인사’다. (홍준표 한나라당 제1정책조정위원장)”


검찰 인선 놓고 엇갈린 반응

‘물고문 사건’으로 파문을 일으킨 서울지검 피의자 사망사건으로 공석이 된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에 심상명(60ㆍ사시 4회) 변호사와 김각영(59ㆍ사시 12회) 법무차관이 최근 취임했다.

그러나 이번 검찰 인선을 놓고 흐트러진 검찰기강을 바로잡고 대선을 공정 관리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정ㆍ법조계는 물론 검찰내부에서 조차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최근 김대중 대통령이 검찰내의 고문사건과 관련해 “독재정권에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질책하며 검찰의 환골탈태를 엄중 지시한 것과는 달리 “이번 인선 자체가 대통령의 의지를 퇴색시킨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 나올 정도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의 원인이 인권문제 때문에 발생한 만큼 개혁성이 있는 재야 법조인을 검찰총장으로 발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으나 검찰 내부 분위기 때문에 결국 내부승진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비형 심장관, ‘겸손’ 강조

김정길 전 장관 후임으로 제 54대 법무 장관에 오른 심상명 신임 장관은 11월 9일 취임식에서 “우리(검찰)가 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불행한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며 “법무 행정의 밑바탕은 우리의 원숙한 겸손에서 시작된다”고 ‘겸손’을 통한 난국타개를 주문했다.

매사에 원칙을 강조하고 업무처리가 치밀한 선비형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진 심 장관은 전남 장성 출신으로 1988년 광주지검 차장검사 재임 당시 조선대 학생 ‘이철규군 변사사건’을 지휘하면서 실족사로 처리, 국정조사까지 받기도 했다.

그러나 무난히(?) 이를 마무리해 일처리 능력을 인정 받았다. 심 장관은 당시 김각영 신임 검찰총장을 산하 주임부장으로 두고 함께 일하는 인연을 쌓았다.

‘보리밭에만 가도 취한다’고 할 만큼 술과 담배를 일절 하지 않는 그는 검찰 재직 시절 자상하고 합리적인 일 처리로 후배 검사들이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았을 정도의 호인형. 검찰을 떠난 뒤에는 법률구조공단 이사장과 변호사로 서민들을 위한 무료 변론에 기여했다.

또 수사와 관련한 연구 논문 ‘상습범 연구’와 ‘각국 법률구조제도’ 등을 내기도 한 학구파로 고서화를 감정할 정도로 서화에 조예가 깊다. 광주고ㆍ서울법대 출신으로 광주ㆍ부산 고검장 등을 역임했다.


외유내강 김총장, 조직정비에 의욕

어눌한 말씨 속에 유머감각이 넘치고 일 처리 역시 꼼꼼해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으로 알려진 김 신임 검찰총장은 각종 ‘게이트 사건’의 부실수사와 지청장 시절의 문책 전력 등 검찰 안팎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기강확립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김 총장은 ‘게이트 사건’ 당시 부실수사 책임 때문에 지난해 사실상 ‘좌천’됐고 1985년 충무지청장 시절 밀수뇌물 사건 처리를 둘러싸고 문책당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김 총장이 서울지검장과 대검차장으로 재직한 2001년 검찰은 게이트 사건 주요 관련자들에게 무혐의 결정 등을 내렸으나 이후 특별검사와 검찰재수사 과정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김 총장이 서울지검장 재직 당시 특수2부는 동방금고 이경자씨로부터 “국정원 경제단장 김형윤씨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장용석 부부장 검사는 김씨 구속수사를 주장했으나 결과는 무혐의 처리됐다. 장 검사는 특수부 배속 7개월 만에 전보됐고 김 총장은 대검차장으로 승진했다.

또 진승현 게이트 수사 당시 서울지검은 정ㆍ관계 인사 로비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리했으나 1년 후 재수사에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과 국정원 김은성 전 2차장 등이 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었다.

또 대검차장 재직 시절인 지난해 9월 대검 중수부는 신승남 당시 검찰총장의 동생 승환씨가 이용호씨로부터 돈을 받은 점에 대해 무혐의 처리했지만 이후 특별검사는 승환씨를 구속했다. 이 일로 신 전총장이 물러나고 김 총장도 부산고검장으로 밀려났다.

김 총장은 이외에도 1985년 마산지검 충무지청장 시절, 밀수사건으로 구속된 세관직원 석방과 관련해 당시 경남 용당세관장 엄모씨로부터 1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이듬해 대구고검 검사로 인사조치됐다.

일선 검사들은 1999년 이종기 변호사로부터 전별금 등의 명목으로 100만원을 받았다는 이유로 많은 검찰 간부가 물러난 사실과 비교할 때 “김 신임총장의 일을 일반 직원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신임 장관과 총장은 땅에 떨어진 검찰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게 급선무”라며 “이번 인사의 계기가 피의자 인권보호에 있었으므로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 등 현안을 우선 해결하고 조직안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검찰의 고질병인 ‘정치권 눈치보기’와 공정성 시비를 극복해 인권유린의 소지가 많은 수사제도를 개선하는 데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2002/11/14 16:16


장학만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