昌 대세 vs 단일화 마지막 승부

IJP 연합 땐 대규모 지각변동 가능성 헷갈리는 부동층 표심

“게임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각종 여론조사 1위를 고수하며 대세 굳히기에 나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맞서 민주당 노무현-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가 최후의 무기인 단일화 카드를 앞세워 정면 승부에 나섰다.

여기에 후단협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탈당파와 김종필 총재가 버티고 있는 자민련 및 이인제ㆍ이한동 의원이 제3당의 형태 등으로 반창(反昌) 협공에 합류하면서 대선구도가 한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안개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정치권의 대규모 지각변동은 부동층 표심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후보간 살얼음판 위에서의 마지막 혈투를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 “대세는 결정났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선친 장례식에 이은 조문정치를 마감하면서 본격적으로 몸집불리기에 들어갔다.

박태준 전 총리와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를 우군화(友軍化)한 데 이어 민주당을 탈당한 이근진 김윤식 강성구 의원 등을 받아들이기로 했고, IJ(이인제 의원)의 분신격인 원유철 의원(경기 평택 갑ㆍ재선)도 한나라당으로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민련에서 오장섭 의원을 비롯한 3, 4명의 지역구 의원이 입당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라 수면 아래에서 눈치만 살피는 잠재적 한나라당 의원까지 감안하면 앞으로 입당러시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16대 공천 탈락에 항의하며 등을 돌린 민국당 김윤환 대표와의 화해를 시도하고 그동안 거리가 있었던 시민단체들과 연대를 검토하는 등 선두굳히기를 위한 대세 확산에 한창 주력하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의원빼내기가 아니라 대선 판세의 흐름을 누구보다 빨리 감지하는 의원들의 자발적 선택의 결과”라며 “이는 곧 후보 단일화가 되더라도 승세는 이미 결정났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여유를 보이고 있다.

다만 한나라당에서는 현역 의원들의 무분별한 영입으로 지역구가 겹치는 원외 지구당위원장들이 반발하고 있어 이에 대한 원만한 교통정리가 또다른 현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노-정 후보 "무조건 단일화하자"

이회창 대세론이 확산되자 2위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던 민주당 노무현-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의 마음이 한층 더 바빠졌다. 일단 2위를 굳힌 뒤 양강 구도로 대선을 치러보겠다던 두 후보의 야심찬 계획이 사실상 물건너가자 현실적인 후보단일화 카드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총론적인 후보단일화 원칙에 합의한 양당 협상단은 각론에서 국민경선과 여론조사 방식으로 맞섰지만, 11월10일 노 후보가 “TV토론회를 거친 뒤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방안을 수용하겠다”고 먼저 칼을 꺼내 들고 정 후보 측을 압박하고 나섰다. 계속되는 지지율 조사에서 기대만큼 반등하지 않자 나름대로의 비장의 카드를 제시한 셈이다.

이에 따라 선타(先打)를 맞은 정 후보 입장이 다소 난처해졌다. 그간 자신이 주장해온 여론조사방식을 노 후보가 수용한 만큼 더 이상 이를 피할 명분이 사라지게 된 것. 일단 정 후보는 “당내 협상단에게 전권을 준 만큼 당원들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원칙적인 찬성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후보단일화 싸움에서의 한 발 뒤진 행보로 속내는 갑갑하기만 하다. 여론조사결과에서 노 후보에게 앞서고는 있지만 그리 큰 차이도 아닌데다 명분싸움에서 밀리는 모양새를 보이면 자칫 경선에서 선후가 바뀔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민통합21 박범진 기획위원장도 “새로운 상황에 대해 내부적으로 다시 논의를 해 봐야 할 것 같다”며 노 후보 제안에 선뜻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노 후보의 승부수는 여기에 있다. 정 후보의 단일화 퇴로를 차단하는 효과와 함께 권역별로 TV 토론회가 벌어지면 상대적으로 화술이 좋은 노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이 전개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다. 이는 또 단일화가 실패할 경우 제의를 거부한 정 후보쪽에 더 큰 책임론이 실릴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있다.

노 후보의 양보성 카드에 정 후보 측이 과연 어떻게 대응할 지가 단일화 성사의 가장 큰 분수령이다. 만일 정 후보가 ‘전격 수용’ 방침을 시사할 경우 불가능할 것이라던 후보단일화를 이뤄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선구도의 엄청난 파괴력을 가져올 수 있다.


제3의 독자신당, 단일화 압박용? 총선용?

변수는 또 있다. 민주당에서 탈당한 후단협 의원들이 자민련 의원들과 함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여기에 이인제-이한동 의원까지 가세하는 제3의 정치세력이 태동 직전이기 때문. 이들은 일단 ‘반창’을 외치며 후보단일화를 주도하기 위한 캐스팅보트 역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 소속 의원들이 반노(反盧) 대열에 서 있던 사람들이라 과연 객관적으로 후보단일화를 중재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내심 정 후보로의 단일화를 바라고 있어 정치적으로는 ‘반창반노’의 색깔을 띠는 독자 정당의 모습이 유력하다.

이로 인해 민주당 측에서는 후보단일화 협상에서 후단협 및 다른 정치세력의 참여는 원칙적으로 배제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고, 국민통합21 측은 반창세력이라면 궁극적으로 모두 함께 해야 한다는 상반된 견해를 갖고 있다. 어쨌든 제3의 정당이 수면 위로 급부상한 상황에서 후보단일화가 최종적으로 이뤄질 경우 선두를 강력하게 위협하는 ‘5:5 싸움’으로 바뀔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장밋빛 환상에 빠져 있기에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양측 단일화 협상이 물꼬만 텄을 뿐 구체적인 진행이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고, 제3의 정당마저 내부적으로는 후보단일화를 놓고 각종 이해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당이 출현하더라도 순수 단일화파와 정 후보 옹립파로 나뉠 가능성이 크고, 정작 노-정 후보들도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제3의 정당과의 제휴 여부를 놓고 또 한번 진통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후보단일화에 실패하거나 제3의 정당이 배제된 채 단일화가 진행되면 이들은 차기 총선을 위한 독자생존 방안을 채택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아직 현실성은 크지 않지만 이인제 후보론과 이한동 후보론이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염영남 기자

입력시간 2002/11/14 17:18


염영남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