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인시대 패션이 뜬다

'싸나이'풍모 부각시키는 멋내기 젊은층으로 확산

‘싸나이’ 김두한처럼 위풍당당하게.

SBS 드라마 ‘야인시대’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김두한식 멋내기’가 주목 받고 있다. 줄무늬 양복에 중절모를 쓰고, 일명 ‘버버리’로 알려진 트렌치코트를 걸치는 ‘야인 패션’이 남성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소 유행에 뒤떨어지는 듯한 이런 옷차림은 복고 분위기를 물씬 풍기도록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 강남 압구정동에서 만난 흰색 와이셔츠에 검은색 줄무늬 양복을 차려 입은 직장인 한정진(31)씨는 “야인시대 김두한의 검은 줄무늬 양복차림이 너무 멋있어 구입했다”며 “이 옷을 입고 있으면 웬지 강한 카리스마가 넘치는 영웅이 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중절모로 멋을 낸 여대생 김미혜(23)씨는 “중절모를 보고 호기심에 남자친구와 함께 구입했는데, 따뜻하고 고급스러워 계속 쓰고 다닐 생각”이라며 즐거워했다.

야인 패션으로 가장 인기를 끄는 아이템은 중절모. 예년에는 노인층이 방한용으로 즐겨 착용하는 것으로 인식되었지만 ‘야인시대’의 방영 이후 중절모를 찾는 젊은이들이 부쩍 늘어났다. 멋내기용으로 구입하는 젊은 여성들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전통적인 중절모는 주로 딱딱한 울펠트로 만들어졌으나 요즘 유행하는 것들은 모직이나 면 등을 사용해 캐주얼한 느낌을 살렸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서 중절모 기획전을 열었던 모자 제조업체 ‘카운테스마라’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60% 가량 증가했다. 이 업체의 한 매장 직원은 “요즘 들어 중절모를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며 “드라마를 보고 오는 20대 젊은 손님들이 주고객”이라고 말했다.


정장ㆍ베레모 수요도 늘어

베레모의 수요도 급격히 늘어났다. 특히 가죽 베레모의 인기가 매우 높다는 게 모자 판매자들의 얘기다. “천 소재 베레모에 비해 2~3배 판매율이 높다”고 한다.

트렌치코트와 정장 차림도 유행하고 있다. 김두한 구마적 등이 입어서 눈길을 모은 트렌치 코트는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남성들 사이에 인기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닥스’의 신숙원 디자인 실장은 “트렌치코트는 낭만적인 분위기를 내는 데도 제격이지만, 바람과 눈ㆍ비를 막는 실용적인 장점 때문에 소비층이 점점 두터워지고 있다”며 “챙이 없는 베레모나 중절모와 같이 매치하면 더욱 멋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정장은 줄무늬 양복의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말쑥한 정장 차림의 증가는 경기 침체와 맞물려 올 가을부터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 야인시대의 선풍적인 인기와 더불어 한층 강하게 남성복시장에 어필되고 있다.

드라마 ‘야인시대’에 의상 협찬을 하고 있는 ‘잔피엘’의 김현태 광고팀장은 “김두한이 즐겨 입고 나오는 더블 스트라이프 정장의 인기가 절대적”이라며 “복고적인 느낌의 정장용 조끼나 쓰리버튼 양복을 찾는 문의도 많이 받는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야인 패션이 유행하는 이유로 드라마의 인기 외에도 “갈수록 여성스러워지는 남성 패션에 대한 반동”을 꼽는다. 전반적으로 화사하고 섬세한 디테일이 들어간 여성스러운 옷들을 찾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반동으로 강인한 남성적인 멋을 새롭게 부각시키는 패션이 각광 받고 있다.

그러나 패션 전문가들은 “야인 패션은 다른 드라마 속 의상을 그대로 흉내내려 하면 촌스러워 보일 수 있으므로 최신 트렌드와 적절히 어울리게 코디해야 한다”고 한다.

야인 패션 아이템별로 연출법을 알아본다.


▲중절모

중후함을 상징하는 야인 패션의 완성을 위한 필수 소품. 주로 검정색이나 감색, 베이지 계열의 비즈니스 정장과 코트차림에 어울린다.

모자의 형태는 이미 형태가 유지되어 있는 하드형과 비교적 자유롭게 모양을 매만질 수 있는 소프트형으로 구분되는데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은 고급 울펠트 소재의 소프트형 모자다. 모자에 수증기를 살짝 쐰 다음 형태를 가다듬으면 손쉽게 원하는 모양이 만들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한쪽 눈에 그늘을 드리울 정도로 기울여 쓰는 것이 야인 패션의 키워드다.


▲트렌치코트

허리를 묶는 정통 영국풍 스타일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이런 디자인은 허리가 굵은 사람에게는 더욱 뚱뚱해 보일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 경우에는 벨트가 없는 싱글 스타일이 적합하다. 여밈 처리가 싱글인지 혹은 더블인지에 따라 체격이 달라보이기 때문이다.

마른 사람은 더블이, 체격이 크다면 싱글 여밈이 잘 어울린다. 단, 몸집이 작은 사람에게는 정통 스타일의 더블 트렌치코트가 더욱 무거워보일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셔츠

화이트와 블루 계열 윙칼라 셔츠가 인기다. 레드나 블루퍼플 등한 선명한 색감의 타이와 매치하면 화려하고 세련된 남성 정장의 느낌을 준다.


▲조끼

견고한 남성미를 표현하는 패션 품목. 보통 체격의 사람은 몸에 꼭 맞게, 뚱뚱한 체형의 경우 약간 여유 있게 입어줘야 자연스럽다. 조끼 밑으로 셔츠나 바지의 허릿단이 보이지 않도록 하고, 맨 아래 단추는 살짝 풀어놓는 것이 격식에 맞으며 활동하기에도 편하다.


인터넷 게임도 야인시대 신드롬

인터넷에도 ‘야인시대 신드롬’이 거세다.

무선 인터넷서비스 이지아이(www.ez-i.co.kr)에는 모바일 게임 ‘야인시대’를 다운 받기 위해 접속하는 사람들이 하루 평균 2,000명 이상 몰린다. 10월 초부터 연속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주인공인 김두한을 비롯해 신마적, 구마적, 하야시 등 실제 캐릭터와 장소, 시나리오를 게임에 도입하고 다양한 결투장면을 집어넣어 흥미를 최대화시켰다”는 것이 이 게임을 개발한 업체인 ‘게임빌’(www.gamevil.com)측의 설명이다. 11월 말에는 김두한과 마루오카와의 새로운 결투신이 등장하는 ‘야인시대 2’가 선보여질 예정이다.

그런가 하면 김두한을 소재로 한 영화 ‘장군의 아들’이 개봉 12년 만에 인터넷에서 되살아 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야후코리아가 10월 26일 ‘토요일 인터넷 영화관’을 통해 재개봉한 ‘장군의 아들’이 네티즌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며 관람객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야후코리아에 따르면 10월 26일과 27일 이틀동안 무려 1,000여 명의 영화팬들이 ‘장군의 아들’을 VOD로 시청했다. 이러한 열기에 힘입어 인터넷 영화관 방문자수도 두 배로 증가했다.

김병석 야후코리아 팀장은 “인터넷 영화관 전체 방문자의 30% 이상이 ‘장군의 아들’을 본다”며 “개봉한 지 10년이 넘은 영화가 이렇게 인기를 누릴 줄은 미처 예상 못했다”고 말했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2002/11/15 14:29


배현정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