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즐겁다] 목포

서해대교를 건너 충남 땅에 들고, 금강을 건너 호남의 너른 들을 달린 지 꼬박 4시간. 서해안고속도로의 종착점 목포에 닿았다. ‘목포’라는 이름만 들어도 떠오르는 것들이 많다. 다리가 세 개인지 다리가 가는 것을 뜻하는 것인지 헷갈리게 하는 세발낙지, 전라도 잔치상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홍어회, 그리고 누구나 흥얼흥얼 따라 부를 줄 아는 노래 ‘목포의 눈물’이 있다.

나라 잃은 민족의 설움과 사연 많은 항구의 애수가 담긴 노래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가수 이난영의 애절한 목소리에 취해 정처 없이 거닐어보고 싶은 도시가 바로 목포다.

그러나 서해안고속도로의 개통으로 더 이상 목포의 눈물은 없을 듯 싶다. 목포는 동북아를 잇는 교역항이자 수출 전진기지로의 변모를 꿈꾼다. 서해안고속도로는 제 2의 개항을 맞는 목포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내륙과 연결하는 동맥구실을 한다.

100여 년 전 개항한 목포는 일제 치하에서는 수탈 전진기지로 식민의 설움을 견뎌야 했던 도시다. 기름진 호남 들녘에서 나는 산물이 목포에서 모여 일본으로 실려 갔다. 일제시대 만들어진 비좁은 거리와 집들은 지금도 남항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830개나 되는 다도해의 푸른 섬들을 거느린 ‘섬 공화국’인 목포. 뱃사람들이 미지의 바다를 향해 떠나고, 섬사람들이 부푼 꿈을 안고 뭍으로 드는 이별과 만남이 있는 항구도시다. 한번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비련의 주인공처럼 세상과 작별하고 미지의 섬으로 가는 배를 타고 싶은 곳이다.


유달산에 오르면 다도해가 한눈에

목포를 제대로 보려면 유달산(228m)을 올라야 한다. 유달산에 오르면 바다가 삼면을 감싼 목포의 시시콜콜한 곳까지 한눈에 든다. 사연 많은 역사 속의 목포와 21세기로 발돋움하는 미래의 목포, 둘 다 만날 수 있다.

유달산 유람은 노적봉 아래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매표소를 지나 몇 계단만 오르면 오포대(午砲臺)다. 일제시대 정오를 알리기 위해 쏘던 포다. 포 쏘는 소리가 나면 선창가 사람들은 하던 일을 접고 점심을 먹으러 집과 식당을 찾아갔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목포라는 포구는 남항 일대가 전부여서 오포를 쏘는 소리는 삼학도까지 훤히 들렸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바다를 메워 삼학도와 뭍을 연결시켰다. 해서 ‘목포의 눈물’에 등장하는 삼학도란 섬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오포대에 서서 선창가에 눈길을 주다 보면 산 속 어딘 가에서 구성진 노랫가락이 흘러나온다. 노래에 취한 발길은 ‘목포의 눈물’ 기념비에 닿는다. 1966년 ‘목포의 눈물’을 부른 가수 이난영을 기리기 위해 목포시에서 세운 비다. 노랫가락은 기념비 속에서 쉬지 않고 흘러나온다.

기념비를 지나면 달성각. 숨이 차기 시작하면 쉼터와 전망대다. 유선각과 관운각을 지나면 유달산 정상인 일등바위가 늠름하다. 노적봉 주차장에서 일등바위까지는 20분이면 족한 거리다.

일등바위에 오르면 신안 앞 바다에 떠 있는 830개의 섬이 와락 가슴에 안긴다. 목포가 ‘섬 공화국’이란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풍경이다. 바다가 목포의 삼면을 감쌌고, 그 바다를 다시 섬들이 둘러쳤다. 유달산에 오르면 목포가 섬 공화국에 갇힌 느낌을 받는다. 너울처럼 밀려오는 섬과 갈매기 떼처럼 바다 위를 나는 고깃배들. 당장 저 섬 어딘 가로 떠나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인다.


새벽어시장과 부둣가 야경 볼만

목포여행은 국립해저유물전시관-갓바위-어시장-유달산-조각공원-북항 순으로 찾아간다. 94년 12월 개관한 국립해저유물전시관(061-278-4271)은 신안 앞바다에서 인양한 해저유물을 비롯해 5개의 전시실에 200여 점의 유물을 전시했다.

외부전시실에는 낙월도 멍텅구리배, 제주도 떼배, 가거도 멸치잡이배를 복원해 두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갓바위는 전시관에서 200m 거리. 유달산 일주도로를 타면 조각공원과 난공원을 볼 수 있다. 유달산은 낮에도 운치가 있지만 해질 무렵이나 밤에 찾아도 좋다.

특히 밤에는 정상까지 가로등을 환하게 밝혀 놓아 목포의 야경을 맘껏 감상할 수 있다. 어시장은 새벽 4시쯤에는 가야 경매가 이뤄지는 풍경을 볼 수 있다. 북항은 인근에 숙소를 잡고 회포를 풀기에 좋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인천-목포는 353㎞로 4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다.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으로 예전보다 2시간 이상 가까워졌다.


<먹을거리>

목포의 대표적인 먹거리는 삼합과 세발낙지. 삼합은 삼사일 곰삭은 홍어를 얇게 저며 돼지 수육과 함께 신김치에 싸먹는다. 코끝을 톡 쏠 정도로 향이 강하지만 그 맛에 빠지면 평생 잊지 못한다.

삼합은 남항 선창가 주변에서 맛볼 수 있으며 흑산도 산 홍어로 만든 삼합은 부르는 게 값(한 접시 6~13만원)이고, 칠레산은 2~3만원이면 맛볼 수 있다. 금메달식당(061-272-2697).

세발낙지는 요리방법이 다양하다.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 한 입에 넣는 회, 칼로 잘게 다져 참기름장에 찍어 먹는 다짐,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 숯불에 굽는 구이, 낙지만 넣고 맑게 끓인 연포탕 등이 대표적인 요리다. 도에서 남도음식명가로 지정한 호산회관(061-278-0050)이 잘 한다. 낙지다짐 3만5,000원, 연포탕 1만2,000원.


<숙박>

남항과 북항 주변에 시설 좋은 여관이 많다. 유달해수욕장에 자리한 신안비치호텔(061-243-3399), 저렴한 가격에 회를 즐길 수 있는 북항의 콘티넨탈모텔(061-244-3500), 영산강 하구둑이 바라보이는 리버사이드모텔(061-283-5444)이 권할 만하다.

김무진 여행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2/11/1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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