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를 훤하게 삽시다] 여성호르몬 요법, 맞춤처방이 필요하다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 8년 정도 오래 산다. 술과 담배를 적게 하고 매사 조심하는 여성 특유의 생활습관 덕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은 또 하나의 이유는 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호르몬 때문이다. 난소에서 하루 0.35g씩 분비되는 여성호르몬은 의학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물질이다.

에스트로겐은 크게 두 가지 작용을 지닌다. 첫째 미용 효과다. 여성호르몬은 신체 곳곳에 작용해 여성을 여성답게 만든다. 사춘기 이후 맵시있는 몸매 등 여성의 2차 성징은 모두 여성호르몬의 작품이다. 폐경 후 여성호르몬을 10년 동안 복용하면 피부가 8년 가량 젊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한 폐경후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는 여성은 받지않는 여성에 비해 복부의 지방 축적이 적어 아줌마 몸매를 피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질이 바로 여성호르몬이란 찬사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둘째, 여성호르몬은 각종 질병을 예방한다. 안면홍조 같은 폐경기 증후군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며 폐경후 골다공증의 예방에 여성호르몬 보다 효과적인 약은 없다. 또한 관절염에도 효과가 있으며 침샘이 말라 입 냄새가 나는 것도 방지해 준다. 최근에는 치매와 대장암 예방효과도 입증되고 있다.

이런 장점으로 인해 서양에서는 의사가 폐경이 된 여성에게 호르몬 치료를 권하지 않는다면 의사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까지 있었다. 산부인과 의사는 호르몬 치료를 한평생 하기를 권유해 왔으며 심장 전문의는 심장병의 발병이 증가하는 50대 중반부터 5~8년 정도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도록 권유해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여성호르몬의 효능을 검증하기 위한 대규모 임상시험을 심장병과 뇌졸중 발병 가능성 증가 등을 이유로 중단한데 따라 폐경기 여성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측이 발표한 내용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유방암 발병률은 호르몬 복용 여성의 경우 26%나 증가했는데 유방암 발생자를 실제 숫자로 보면 1만명당 30명(비투여자)에서 38명(투여자)으로 8명 늘어난 정도다.

1만명당 8명에서 유방암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므로 나머지 9,992명의 여성은 평균 5.2년 동안 여성호르몬을 복용했어도 추가로 유방암이 생기지 않았다는 뜻이다. 부작용의 비율이 늘어난 것은 상대적 수치일 뿐 절대적으론 낮은 수치다.

설령 유방암이 생겨도 여성호르몬 요법을 받는 여성은 유방암 검진을 더 철저하게 받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될 확률이 높아 유방암 사망률은 오히려 더 낮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결과는 심장병은 7명이 더 많이 발생하고 뇌졸중은 8명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역학 연구에서 여성호르몬제가 심장병의 발병을 50% 가까이 줄인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 결과를 토대로 미국 심장협회에서 심장병 예방을 위해 폐경여성에게 여성호르몬제를 사용하기를 적극적으로 권고한 바 있다.

즉, 이번 미 국립보건원의 발표 중 유방암 발병 증가는 예상됐던 결과지만 심장병과 뇌졸중의 발병은 이들 질병을 줄여줄 것이라는 종래의 가설을 뒤집는 결과다. 이번 연구결과로 심장병과 뇌졸중 예방이라는 것은 이제 여성호르몬 요법 목적에서 제외되어야 할 것 같다.

만일 폐경이 되었지만 폐경기 증상이 거의 없고 골다공증 위험성이 없는 반면 심장병과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높은 여성이라면 과거에는 여성호르몬을 권유했으나 이젠 신중하게 처방을 내리고 있다.

그밖에 혈액응고 질환도 1만명당 18명이나 발생했다. 지금까지는 폐경 후 사용하는 여성호르몬제는 피임약과는 달리 혈액 응고 질환이 별로 증가하지 않으리란 기대를 갖고 있었지만 이 역시 기대가 무너졌다. 반면 여성호르몬 치료로 대장암은 1만명당 6명 정도가 줄었으며 골반 골절은 1만명당 5명꼴로 적게 나타났다.

미국에서만 600만명의 폐경 여성이 유방암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골다공증과 폐경 증후군을 예방하고 뇌졸중과 심장병 발생률을 줄인다는 의학계의 권고로 최근까지 여성호르몬을 복용해왔다. 국내에서도 폐경 여성의 7% 정도인 40만여명이 여성호르몬을 복용하고 있다.

이렇게 장점과 단점이 엇갈려 나타난 연구결과가 발표된 시점에서 과연 여성호르몬 요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금까지 여성호르몬 요법은 유방암과 혈전의 위험이 높은 여성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폐경 여성에게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획일적으로 복용이 권고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개개인에 따라 건강위험도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득과 실을 고려하여 맞춤처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폐경여성의 경우 폐경기에 생기는 증상과 여러 가지 질환들을 여성호르몬 요법 외에 식이요법이나 적절한 운동 혹은 식물성 여성호르몬(식품 속에 포함된 자연적인 여성호르몬 성분)의 복용 등을 통해 완화시키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본다.

여에스더 에스더클리닉 원장

입력시간 2002/11/2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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