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는 집] 일산 본가낙지

경기도 일산신도시의 역세권 상권은 종로나 신촌 등 유명 상권과도 견줄 수 있을 만큼 번화하고 활기가 넘친다. 신도시가 조성된 이후로 소비성향이 강하고 외식문화를 즐기는 고소득 맞벌이 직장인들 덕분에 일산의 상권은 짧은 시간에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모든 업종에서 고루 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얘기다. 그 가운데 외식문화는 그 어느 업종보다도 활기를 띠는 종목이다.

그러다 보니 일산신도시에서는 음식이 깔끔하고 맛이 있거나 메뉴가 독특하고 서비스가 남다를 경우 결코 장사에 실패하지 않는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고양시 마두역 일산제일병원 옆 1층에 자리잡고 있는 본가낙지는 바로 그러한 예로서 적합한 음식점이다.

깔끔한 식단, 맛있는 메뉴, 친절한 서비스 등을 고루 갖춘 음식점으로 주부들을 중심으로 한 지역주민들에게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외관만 따진다면 그저 평범한 음식점 정도로 보인다. 성냥갑 같은 건물에 들어앉은 음식점일 뿐이고, 밀실이 마련된 독립된 공간도 없고 별도의 전용 주차장을 갖춘 호화 음식점도 아니다.

그럼 이 곳의 특징이라면 무엇일까? 우선 폭 넓은 손님 층에 있다. 학생들은 물론 주부, 직장인, 노인들까지, 점심시간이면 주로 직장인, 저녁시간이면 가족 단위의 단체손님이 주를 이루면서 폭 넓은 손님이 찾는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술을 팔지만 전문으로 하지 않아 소란스러운 손님도 없는 편이다. 주로 식사손님이 대부분이다.

주된 메뉴는 낙지전골과 낙지 철판볶음 2가지다. 낙지전골은 보기 좋은 전골냄비에 표고버섯 등 10여가지 궁합이 맞고 영양가가 높은 채소와 양념, 육수를 넣고 끓인다. 적당히 끓으면 사리를 넣고 익혀서 건더기는 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볶아 먹을 수 있다.

낙지 철판볶음 역시 마찬가지다. 넓은 철판에 우선 다양한 채소와 갖은 양념, 그리고 싱싱한 낙지를 넣고 잘 익혀, 낙지와 채소를 건져 먹은 후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 먹으면 된다.

낙지는 전남 여수, 목포, 무안 등지에서 공급 받고 육수와 양념은 주인 윤선정(58)씨가 집에서 직접 만든다. 아마도 이 집의 음식 맛은 이 육수와 양념에 있을 것이다. 그 비법을 물어도 그저 좋은 재료를 쓰는 것일 뿐이라며 주인 윤씨는 노하우 공개를 살짝 피해간다.

음식점에서도 주인 윤씨만이 알고 있는 비법이라고 한다. 육수를 만들 때 진한 맛을 내기 위해 주로 해물에서 육수를 추출하고 또 몸에 좋은 한약재를 첨가한다는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이라고 덧붙인다. 밑반찬도 영양소를 고려해 구성한다. 미역무침, 계란찜 등 철분, 저칼로리, 저지방 성분의 음식을 밑반찬으로 구성해 여성 손님들에게 부담을 줄이기도 했다.

주인 윤씨의 말에 따르면 처음 음식점을 개업하게 된 것은 IMF이후 집안살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서였다고 한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결코 양식이 없는 낙지를 선택하게 되었고 평소 요리를 좋아하는 성격 때문에 음식점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개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손님들이 음식을 남기면 주인 윤씨는 주변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남은 음식을 먹어보았다고 한다. 음식을 남긴 이유가 음식 맛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염려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물론 음식을 남기는 손님이 많은 날은 밤잠을 설쳐야 하는 수고도 많았다고 털어놓는다. 주인 윤씨가 밝히는 원칙은 이렇다. ‘무엇보다도 좋은 재료를 쓰고, 정성스럽게 음식을 내는 것이 음식점의 생명이다.’


▦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단체 60명까지 가능. ☎031-907-1006


▦ 메뉴- 낙지전골 2만5,000원(2, 3인용)∼4만5,000원까지. 철판볶음 2만5,000∼4만원까지.


▦ 찾아가는 길- 경기도 고양시 일산 신도시 마두역 근처의 일산제일병원 후문 옆 10m에 자리를 잡고 있다. 3호선 지하철 마두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

전기환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2/11/29 10:30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