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패트롤] 증권 반항아 '안티뷰 닷컴' 정동희 대표

"반골기질 없인 이 '바닥'서 못 배겨"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않은 길’이라는 시가 있다. 정동희(34) 안티뷰 닷컴 대표는 이 시의 주인공만큼이나 어려운 선택을 했다. 증권사의 스타 애널리스트라는 평탄대로대신 비제도권 증권투자 사이트 대표라는 가시밭길을 택한 것이다.

그는 이제 자신의 사이트 안티뷰닷컴( www.antiview.com)을 개설해 자신의 색채를 살린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얼마 전엔 개미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투자 전략으로 손실을 입히는 워스트 애널리리스트를 뽑았다가 엄청난 항의전화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척박한 우리 증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안티 기질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솔직히 제가 안티를 주장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돈을 벌기 위한 겁니다. 대부분 주식 투자로 많은 수익을 올리신 분들은 남들과는 다른 투자 전략을 가지신 분들입니다. 그런 점에서 그 분들도 안티(?) 세력인 셈이죠.”

그에 따르면 세상 모든 것을 낙관적으로 보더라도 시장만은 비관적으로 봐야 한다. 그의 이런 ‘삐딱한’ 생각은 개인적인 체험에서 나왔다.

“대학원 시절,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주식 투자를 시작했어요. 그때는 멋모르고 배운 원칙대로만 투자하다가 수업료를 톡톡히 치렀죠. 졸업 후 한 종금사에 입사해서 채권 딜러 생활을 했는데 갑작스럽게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졸지에 실업자가 돼버렸어요. 젊었을 때 이런 쓰라린 경험을 연달아 하다 보니 시장에 대해 낙관적인 생각보다는 비관적인 생각으로 접근하게 된 것 같아요.”

이후 증권가에 뛰어든 그는 2000년 초 동원경제연구소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불문과 교수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독특한 제목과 탁월한 글 솜씨를 뽐낼 수 있었다.

이 덕에 그의 리포트는 큰 인기를 끌었다. 실생활을 반영한 시황으로 서태지가 컴백할 때는 복고풍 주식을, 이정현의 테크노 음악이 한창일 때는 테크노 주식을 대중음악 흐름과 연관시켜 분석, 발표하면서 ‘정동희식 시황’이란 말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남모르는 그만의 고민도 있었다.


무책임한 낙관론에 회의, 제도권 이탈

“기존 증권사에선 조금이라도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게 되면 바로 영업에 타격을 입게 되죠. 낙관적인 시황을 쓰고 시장이 침체되면 불평하지 않으면서 반대의 경우엔 비난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굉장한 영업 손실까지 감수해야만 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시장이 나빠도 언젠가는 장이 좋아지겠거니 하는 무책임한 낙관론이 판을 치는 겁니다.”

그의 아픈 경험 하나. 2000년 11월 2차 기업퇴출 직후와 2001년 1월말 종합주가지수가 630까지 갔던 때, 그는 주가지수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가 회사 측으로부터 “앞으로는 시황전망을 아예 하지 말라”는 경고를 듣게 된다. 물론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 후 법인 영업을 전문으로 하는 피데스 증권으로 옮겼다. 시황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법인 영업 전문이라고 해도 결국 낙관론 적인 시황을 내놓아야 하는 건 마찬가지였어요. 올해 초 거래소가 700포인트를 간다고 들떠 있을 때 장중에 강력매도를 권유하는 e-메일을 뿌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에도 저희 회사뿐 아니라 대부분이 낙관론을 폈기 때문에 안팎으로 힘이 좀 들었어요. 하지만 불행하게도 제 시황이 맞았죠.”

결국 그는 우리 증권시장은 낙관론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뼈저린 깨달음을 느끼고 증권가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투자 정보만 해도 대부분 기관이나 펀드에만 치중되어 있어요. 그러다 보니 대다수 개미 투자자들은 별 수익을 얻지 못하는 불공평한 게임이 되고 있어요. 물론 개인 투자자들의 잘못된 투자 전략도 문제가 있긴 하지만요.”

그가 항상 주장하는 독특한 투자지론은 이른바 ‘80대20’론이다. 80%가 이쪽을 선택하고, 20%가 저쪽을 선택하면, 20%를 따라가야 돈을 벌 수 있다는 논리다. 또한 주식호황기에 80%가 더 오른다고 할 때, 20%에 속해 시장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과도 통한다.


옵션은 위험한 제로섬 게임

그래선가. 그는 후반기 시장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주식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카드가 모두 동원된 상태에서도 장이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지 못하기 때문이라 이유에서다.

“요즘 증시가 혼조세를 보이면서 많은 분들이 선물이나 옵션에 눈을 돌리고 계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전 옵션만은 절대 하지 말라고 개인투자자들에게 권하고 있습니다. 옵션 투자야말로 개미 투자자들이 깡통을 차는 지름길이라고 말하면서 말이죠.”

실제로 그는 안티뷰 닷컴을 통해 개인들의 옵션 투자를 적극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마디로 옵션은 ‘전부가 아니면 무’가 될 수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옵션은 팔 사람과 살 사람이 어떻게 균형을 이루냐에 따라 수익이 나는 지렛대 투자입니다. 월드컵을 예로 들어보죠.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월드컵 8강, 4강에 오르자 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이제 월드컵으로 우리나라가 경제적인 급성장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많은 사람들이 콜 옵션(옵션 거래에서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을 매수했어요.

하지만 믿었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매수에 뛰어들지 않고 만기일은 점점 다가오자 패닉에 빠진 투자자들이 모두 헐값에 던지면서 막대한 손해를 봤습니다. 옵션 투자는 돈과 시간 싸움입니다. 모든 것이 부족한 개미 투자자들에겐 애초부터 승산이 없어요.”

앞으로의 그의 계획은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증권투자 서적을 출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웨이북 닷컴이라는 출판사를 직접 설립, 12월에 첫 도서를 출간될 예정이다. 그 때문에 일과 가정을 확실히 분리하던 직장 생활 때와는 달리, 집으로도 일거리를 잔뜩 가져가는 바람에 아내와 딸의 불평을 사고 있다. 요즘은 좋아하는 MTV나 재즈 음악도 듣지 못해 아쉬움이 이만저만 아니다.

“회사 다닐 때보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아내나 가족들이나 크게 개의치 않더라구요. 대신 옛날처럼 드라이브도 안하고 자주 놀러가지 않는다고 딸아이는 불만이 많죠.”

마음만은 편하고 여유롭다는 그의 꿈은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올바른 가이드 노릇을 할 수 있는 책을 내는 것이다. 남들이 선택하지 않은 길을 걸으면서도 여유를 잃지않는 그의 모습에선 언제나 당당한 아웃사이더의 체취가 배어있다.

오유경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2/12/0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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