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 훤하게 삽시다] 장수의 훼방꾼 '뱃살'

복수 내장비만일 경우 대사증후군 의심

나이가 들면서 가장 먼저 느끼는 몸의 변화는 무엇일까? 어떤 이는 피부의 주름을 이야기 하고 어떤 이는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이야기 한다. 그러나 의료인의 입장에서 보면 노화의 첫 징후는 바로 허리둘레, 뱃살이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왜 뱃살이 그렇게 문제가 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뱃살이 우리의 수명을 줄이는 여러 성인병의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데이빗 리븐이라는 학자가 주위에서 여러 가지 성인병, 예를 들어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등 심장질환과 뇌졸중의 위험이 되는 질환들이 한 사람에게 함께 나타나는 것을 관찰하였다.

그는 이들 질환 사이에는 무엇인가 공통된 부분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이를 ‘X증후군’(Syndrome X)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이들 질환들 사이의 공통분모가 바로 뱃살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뱃살은 더 이상 부의 상징이 아니라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우리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못된 존재가 되었다.


男 35.4, 女 31.5 인치 이상이면 위험

뱃살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하나는 복부 피하지방이다. 우리가 손으로 허리주위를 잡아보면 잡히는 부위가 바로 복부 피하지방으로 이 피하지방은 몸매의 최대적이기는 하지만 건강의 적은 아니다.

주로 여성들에서 많이 관찰되는 복부지방 축적은 피하지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복근 안에서 내장 사이사이에 끼여 있는 지방은 복부 내장지방으로 바로 이 지방이 우리 몸에서 여러 가지 물질들을 분비하면서 신체의 여러 혈관들을 지저분하게 만들고 녹슬게 만든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 3명중의 1명은 뇌혈관질환이나 심장병으로 사망하는데 바로 이런 성인병의 위험 요인인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당뇨병 등이 모두 이 내장지방인 뱃살과 관련이 깊다는 것이다.

성인병의 원인이 복부 내장지방, 즉 뱃살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한사람에게서 여러 성인병의 위험인자가 나타나는 것을 ‘대사증후군’이라 명명하게 되었다. 자신이 대사증후군인지 여부는 허리둘레의 측정과 혈압측정 그리고 간단한 혈액검사로 알 수 있다.

최근에 대사증후군에 관한 기준이 설정되었는데 그 기준은 허리둘레, 혈압, 간단한 혈액검사(공복시 혈당, 중성지방, 고밀도 콜레스테롤 수치)로 이루어져 있다.

허리둘레는 남성의 경우 90cm 이상(35.4인치), 여성의 경우 80cm(31.5인치) 이상이면 복부 비만이다. 이는 신장과 체중과는 무관하게 허리둘레만으로 정한 기준이다. 나는 키가 커서 이 수치보다 허리둘레가 늘어나도 괜찮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특히 남성의 경우 바지 사이즈로 허리둘레를 생각하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많은 경우 입고 있는 바지보다 허리 둘레는 적어도 1~2인치 굵은 경우가 많다.

허리둘레의 정확한 측정방법은 우선 양발을 25∼30cm 정도 벌리고 서서 양발에 체중을 균등하게 분배시킨다. 측정위치는 마지막 갈비뼈 아래에서 엉덩이 뼈 가장 윗부분을 연결하는 수직선의 중간 부분으로 대략 배꼽위치가 된다. 자신보다 다른 사람이 측정해야 정확하며 측정하는 사람은 옆에 서서 줄자가 허리를 압박하지 않을 정도로 느슨하게 측정해야 한다

혈압의 경우 고혈압의 기준은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이지만 대사증후군의 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130mmHg 이상, 이완기 혈압이 85mmHg 이상이다. 혈당은 공복시 혈당이 110mg/dl 이상인 경우 대사증후군이며 이는 당뇨 기준인 126mg/ dl 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그 외에도 중성지방이나 심장에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40대 사망률, 대사증후군과 밀접

이와 같은 기준으로 보면 건강의 적신호는 우리가 주관적으로 변화를 느끼기 이전에 이미 조금씩 우리의 혈관 속에서 시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1998년 국민영양조사의 자료를 이용하여 우리나라 성인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을 보면 성인 남자에서 19.9%, 성인 여자에서 23.7%로 나타났다.

이를 연령별로 보면 남성의 경우 20대에 9.4%, 30대에 19.5% 40대에 27.0%, 50대에 28.4%, 60대에 23.8%, 70대에 22.6% 이다. 여성의 경우 각각 6.8%, 10.9%, 23.7%, 45.4%, 53.6%, 53.9%로 나타났다. 30대의 경우 다섯 명 중의 한 명은 이미 대사증후군이 시작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남성의 경우는 20-40대에 미국인의 대사증후군의 유병률(20대에 7%, 30대에 12%, 40대에 25%)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연령별 사망률을 보면 40~50대의 사망률이 여성에 비해 2~3배 높으며 특히 40대 사망률이 세계적으로 높다. 여기에는 이미 20~30대부터 시작된 대사증후군이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30~40대 직장인 들 중에서 현재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고 잦은 저녁 회식과 술자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허리둘레를 측정해 보자.

만약 복부비만의 기준이상으로 허리둘레가 늘어났다면 혈압과 혈액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바로 뱃살과의 전쟁을 선포한다면 10년 후에 찾아올 무서운 일들을 미리 예방할 수는 있지 않을까.

여에스더 에스더클리닉 원장

입력시간 2002/12/0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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