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전시 리더십과 미국의 전략


■ 최고사령부
( 엘리엇 코언 지음/ 이진우 옮김/ 가산출판사 펴냄)

미국 신보수주의의 대부로 대이라크 강경론을 주도하고 있는 윌리엄 크리스톨 더 위클리 스탠더드 편집장은 “ 부시 대통령에게 독서를 권한다면 바로 이 책”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얼마뒤인 올해 8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텍사스주 크로포드 목장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면서 한 권의 책을 열심히 읽고 있노라고 말했다. 한달 동안의 긴 휴가와 바보 같다는 비판적인 여론을 희석하기 위한 언론플레이의 성격도 있었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을 반대하는 정부와 공화당내 온건파를 잠재울 수 있는 대단한 비책을 이 책에서 발견한 듯한 눈치를 줬다.

며칠 뒤인 8월말께 진보계열의 잡지 ‘아메리칸 프로스펙트’에는 “(부시) 대통령은 내가 무서워 하는 책을 읽고 있다”는 독특한 제목의 글이 실렸다. 보름 뒤(9월 14일)에는 미국의 유력신문 뉴욕타임스가 칼럼에서 부시 대통령이 여름 휴가 중 탐독한 한 책이 대 이라크 강경론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존스 홉킨스 국제대학원의 엘리어트 코언이 쓴 ‘최고 사령부(Supreme Command)’는 이처럼 미국 내 매파와 비둘기파 양측으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은 책이다. 전시(戰時)의 리더십을 주제로 다룬 이 책은 남북전쟁을 치른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의 총리였던 조르주 클레망소,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 정부를 이끈 윈스턴 처칠 수상, 이스라엘을 건국한 다비드 벤구리온 수상 등 전쟁에서 승리한 각국 지도자의 활약상을 통해 효율적인 전시 리더십을 모색했다.

보수강경파로 꼽히는 코언의 결론은 크레망소의 “전쟁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장군들에게 맡길 수 없다”는 유명한 역설과 일치한다.

코언은 “위대한 정치가들은 장군들에게 전쟁의 지휘권을 떠넘기지 않았다”며 “정치가들은 군의 상황을 빈틈없이 분석하고 감시하면서 작전 계획을 해부하고 그에 대해 승인 또는 거부를 표명하는 적극적인 지휘관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991년 걸프전이 미완의 전쟁으로 끝난 것도 정치인들이 소극적인 방관자 입장에서 전쟁의 목표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군 장성에게 전권을 위임한 채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책 전반을 관통하고 있는 미국 지상주의가 ‘닭살’이지만 부시 대통령과 보수파들이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오버’하는 이유와 그들의 세계전략을 간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읽어 볼만한 책인 듯싶다.

김경철

입력시간 2002/12/1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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