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12·19- 표심은 지금] 대권 길목… 박빙 결전장

북부지역 한나라당, 남부지역 민주당 강세

“6ㆍ13 지방선거와 8ㆍ11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대로 경기지역에서도 한나라당이 우세승을 거둘 것이다.(한나라당 관계자)” “투표율이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쪽짜리 선거를 근거로 대선 판세를 분석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이번에는 민주당이 승리할 것이다.(민주당 관계자)”

대선판도가 일찌감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양강 체제로 구축되면서 경기지역이 전체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최대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영남과 호남지역의 지지도는 뚜껑을 열어보지 않아도 어느 정도 예견돼있는 상황이어서 결국 경기지역에서 승리하는 후보가 권좌에 앉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양당 관계자들도 여기에 이견이 없다. 때문에 경기지역 표심을 잡기 위한 양당의 사활을 건 전쟁은 ‘중간계를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려는 사우론에 맞서는 반지 원정대의 목숨을 건 전쟁’을 보는 듯 하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단일후보로 확정된 직후 실시된 한 여론조사를 보면 경기지역에서 이회창 후보 39.5%, 노무현 후보 39%로 나타났다. 오차 범위내에서 좀처럼 점치기 힘든 박빙의 대결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당선 가능성을 묻는 설문에서는 이 후보가 노 후보를 60대 30정도로 2배 정도 앞서고 있지만 응답을 하지 않은 부동층이 적지 않아 아직 표심의 향방이 어디로 정해졌다고 예단하기는 이르다.


부동층 향배에 촉각

특히 경기는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와 선거구에 따라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판이하게 나타나고 있어 단순한 판세분석은 불가능하다.

우선 실제 유권자가 690만여명이고, 구ㆍ시ㆍ군의 수가 40개로 서울의 25개보다 훨씬 많다. 투표구 수도 2,358개로 서울(2,214개)보다 140여 개 많으며 지역 성향도 약간씩 차이가 나고 있어 지역에 따라 선거운동 방법을 달리해야 해 후보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곳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이중 경기북부지역은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곳이어서 한나라당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다.

북한과 위치적으로 가까운 데다 농촌지역인 파주, 동두천, 양주, 가평, 남양주, 양평 등은 상당수 주민들이 40~60대여서 보수적이고 안정세를 추구하는 한나라당이 전통적으로 강한 지역. 여주, 이천 역시 한나라우세가 예상되는 지역.

동두천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주민 김모(64)씨는 “이회창 후보가 아무래도 경륜도 있고 안정적인 느낌을 주고 있어 마음이 기울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민주당의 햇볕정책에 비해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이 북한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을 것 같아 누구에게 표를 줘야 할 지 선뜻 결정을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서울 강남지역과 정서가 비슷한 분당과 용인 역시 한나라당의 세가 강하게 나타나는 곳. 한나라당 분당지구당 이모(45)씨는 “분당과 용인지역은 강남 주민들이 터를 잡은 곳이기 때문에 대다수 주민들이 안정적인 정치성향을 보이고 있다”며 “실제 6ㆍ13선거는 물론 각종 선거에서도 강남과 대동소이한 추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번에도 큰 이변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촌지역이 한나라당 강세라면 부천, 성남, 안산 등은 호남지역 주민이 많이 거주하거나 젊은 층이 많아 민주당의 선전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민주당 성남시지부 관계자는 “역대 대선 및 총선에서 민주당표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온 만큼 이번에도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총력을 펼치고 있다”고 귀띔했다. 민주당 경기도지부 관계자는 “수원, 안양, 고양 등 전통적으로 민주당세가 약했던 지역에서도 약진이 예상되고 있다”며 “지난 선거와는 다른 양상이 나타날 것이니 기대해달라”고 장담했다.


투표율이 판세 가를 듯

이처럼 지역에 따라 강세를 보이는 곳이 다르다 보니 선거의 판세는 30%이상의 부동층을 얼마나 많이 흡수하느냐에 따라 결정날 것으로 각 당은 내다보고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 경기도지부 이석의 사무처장은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40%를 넘지 않은 재보선이나 지자체 선거와는 달리 국민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예상돼 최소한 80%이상이 투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 경우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20~30대의 젊은 층들이 투표장에 많이 와준다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도지부의 다른 관계자는 “제 15대 대선당시 유권자 580만명이 투표, 17만표 가량 앞서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사실에 비춰 이번 선거에서도 경기지역에서 승리하는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며 “젊은 층의 참여가 높을 경우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 290만, 한나라 260만으로 30만표 가량 앞설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측은 어차피 선거 때가 되면 젊은 층의 참여가 저조해지는 것이 통례이기 때문에 오히려 40대가 적지않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침묵을 지키며 부동층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결국은 보수와 안정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것이 한나라당 측의 분석이다.

한나라당 경기도지부 김경섭 보좌관은 “이번 대선 역시 총선과 지자체 선거에서 나타난 성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여당의 부패정치에 진저리를 치는 국민의 심판으로 평가받고 있는 6ㆍ13선거나 8ㆍ11재보선에서 보여준 수도권 압승이 재현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이인제 변수 등이 관심거리

민주당에서 탈당한 이인제씨의 행보도 경기지역에서 의외의 변수를 만들 가능성이 있어 관심거리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자민련에 입당한 이인제씨가 내주쯤에는 한나라당 지지를 선언할 것으로 보여 막판으로 갈수록 이회창 후보가 노무현 후보와의 격차를 넓혀나갈 것이 확실시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대의명분을 버리고 탈당한 이인제씨를 받아주는 한나라당에 대해 젊은 층들은 야합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오히려 이들의 투표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게 돼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경기지역은 어느 당에게도 결코 유리하지 않아 마지막 개표 순간까지 숨막히는 접전이 예상되고 있다.

수원=한창만 기자

입력시간 2002/12/16 17:22


수원=한창만 cmh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