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전립선과 노화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흔히 듣는 얘기가 있다. 소변이 시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밤에 자기 전에 소변을 봐도 새벽에 또 일어나서 봐야 하고, 발도 조금씩 붓는 것 같다고 걱정들이 태산이다. 하긴 매번 잘 보던 소변에 문제가 생겼다면 긴장할 만도 하다.

요즘 중년의 남성들은 여러 가지로 괴롭다. 열심히 일하던 직장에서 물러나야 하고, 상냥하던 아내가 돌변하여 갑자기 찬밥신세가 되는가 하면, 다 큰 아이들은 바빠서 아버지에게 관심도 없다. 여기에 몸마저 안 좋으면 그야말로 세상 살 맛 안 난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소변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방광의 문제, 신장의 문제, 전립선의 문제 등 다각도로 살펴봐야 하는데 그 중 전립선에 관련된 문제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듯하다. 전립선이란 남성에게만 존재하는 밤톨크기의 조직으로 정액의 30-40%를 생성한다.

전립선의 유백색 분비물이 정액 냄새를 일으키는 물질인데 이것은 정자의 운동을 촉진시키는 역할과 질 분비액이나 소변의 유해작용으로부터 정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전립선에 나타날 수 있는 병으로는 전립선염,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암 등이 있다. 전립선염은 과음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요도에서 맑은 분비물이 나오며, 회음부 통증까지 나타난다. 아랫배가 뻐근하거나, 소변볼 때 요도 부위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는데 이는 성생활이 왕성한 청ㆍ장년층에서 흔하며,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다.

전립선비대증은 소변볼 때 소변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며, 소변보는 도중 소변 줄이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지고, 소변줄기가 가늘고 힘이 약하다. 잔뇨감이 있으며 소변을 참기 어렵다. 전립선이 요도를 압박함으로 인해 생긴 일종의 노화현상으로 50대 이후 남성의 절반 정도가 이와 같은 증상을 겪는다.

전립선암은 초기에는 대개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종양이 자라 요도를 압박하면 전립선비대증과 비슷한 배뇨장애 증상이 나타난다. 혈뇨가 나타나기도 하며, 사정시 통증과 함께 정액에 혈액이 섞여 나올 수도 있다. 전립선암은 70세 이상에서 발생빈도가 높으며, 최근 식생활의 서구화로 한국인에서도 발생이 늘고 있다.

전립선의 이상이 발견되면, 의사와 상의하여 꾸준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괜히 스스로 알아서 처리하다가 큰 병 만드는 수가 있다.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라면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요법을 알아두는 것도 요긴할 것이다.

일단 술 커피 돼지고기 튀김음식 탄산음료 팥빙수 고사리 가지 밤 등은 적게 먹는 것이 좋다. 찹쌀, 마, 옥수수 수염, 은행, 잣, 호도, 당근, 버섯, 청국장 등은 권장식품이다. 검은콩에 현미 식초를 부어 밀봉해서 냉장고에 보관하여 7일 정도 경과한 후 식초에 절여진 검은콩을 먹거나, 파파야 쥬스를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 생지황즙을 내어 소주잔에 한 잔씩 마시는 것도 좋다. 지황은 쪄서 말린 후 끊여서 차처럼 마시기도 한다.

전립선에 좋은 체조도 있다. 발을 어깨 넓이보다 좀 넓게 좌우로 벌리고 무릎을 깊숙이 구부린다. 이때 무릎의 위치가 중요한데 몸 바깥쪽으로 향하게 양 무릎을 세운다. 양손의 엄지는 허리 뒤쪽에 대고, 남은 네 손가락으로 허리 앞쪽의 치골의 위쪽 근육을 압박하고 상체는 앞으로 깊게 숙이면 된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45℃ 정도의 따뜻한 물에 20분간 좌욕을 하면서 항문을 조였다, 풀어줬다 하면 부드러워진다.

요즘 여러 가지로 힘든 우리 사회의 가장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러시아의 문호 푸시킨은 이렇게 말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항상 우리에게 20대가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정열이 있는 마음을 가지면 몸이 쉽게 늙지 않는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병원장

입력시간 2002/12/2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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