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건 돈 장사?… 팔 걷어붙인 SK

금호생명 등 인수설… 금융부문 도약 야심

SK그룹이 증권과 생보사를 인수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라 감지되고 있다. SK텔레콤을 제외하면 ‘돈벌이’가 신통한 계열사가 별로 없어 고민이 많은 데다, 금융을 주력사업으로 키우면 기존의 SK생명과 SK증권을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는 SK그룹이 현재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금호그룹 소유의 금호생명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SK생명이 금호생명을 인수ㆍ합병(M&A)방식으로 흡수, 대형 생보사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금호그룹 총수 박삼구 회장이 SK그룹 손길승 회장을 직접 찾아가 금호생명을 인수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루머가 퍼지고 있다.

금호그룹은 동아생명을 인수한 금호생명을 SK에 매각하고 채권단에게 약정한 자구노력 이행협약을 지키려는 의지를 보이려 한다는 것이다. 모 증권사 관계자는 “금호그룹 박 회장은 15억 달러 이상의 매각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했던 금호산업의 타이어 부문 매각이 칼라일 그룹의 사정으로 올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되자, 주력사가 아닌 금호생명의 조기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SK내부에서는 SK생명을 SK증권과 함께 금융 계열사의 양대 축으로 키우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금호생명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다방면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SK생명은 삼성생명을 비롯해 교보, 대한생명 등 3개 메이저 생보사들의 시장 장악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데다, 외국계 생보사 국내 지점들의 영업도 활성화하고 있어 위기의식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증권이 대우나 현대증권을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도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SK증권은 약정 규모가 2% 미만으로 증권업계 10위 권에도 들지 못한다. 만일 SK증권이 업계 4위 규모(약정 규모 7%)인 대우증권을 인수할 경우 1위인 삼성증권에 이어 2위로 급부상하면서 증권업계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대우증권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SK증권이 대우증권 인수 의사를 간접경로를 통해 전해 왔다”고 밝혔다가, 모 석간신문에 보도되자 서둘러 부인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우리금융이 산업은행 보유지분 39% 가운데 30%는 우선주, 나머지 9%는 현금지급 방식으로 대우증권 매입 의사를 밝혔지만, 산업은행측이 모두 현금 지급을 요구해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증권가에선 2000년 초 대우증권을 인수하려다 포기한 전력이 있는 SK증권이 다시 대우증권 ‘사냥’에 나선 것은 증권사 대형화 외에는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이나 증권업계 모두 세계적 추세인 투자은행으로의 변신이 절실한 상황이어서 투자업무에 강점을 지닌 대우증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엔 SK증권이 현대증권 인수를 위한 실사를 마치고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당사자인 SK와 현대증권, 감독당국인 금융감독위원회는 모두 이를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SK증권 이충식 상무는 “대우증권 인수에 대해 ‘권유’를 받은 적은 있지만 현대증권 인수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금감위 김용환 증권감독과장 역시 “푸르덴셜과 협상이 진행 중인데 누가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SK증권이 현대증권 인수를 검토했을 개연성은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SK그룹은 이미 KT 민영화 과정에서 10%가 넘는 지분을 인수한데 이어, 최근엔 두루넷의 기업전용회선 부문을 흡수했고, 현대석유화학, 한전 발전자회사 인수에 이어 한국가스공사 민영화와 자동차판매사업, 신용카드사업 진출도 계획하는 등 기업사냥을 통한 몸집 불리기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SK그룹이 이동전화사업, OK캐시백사업 등 고객 데이터베이스사업 분야를 바탕으로 카드사업과 생보ㆍ증권 분야까지 결합한다면 그룹 전체에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기 때문에 금융기업 사냥을 쉽게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고재학 기자

입력시간 2002/12/23 11:24


고재학 goindo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