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조-최’는 말하라

‘스타는 권력이다/ 권력은 부패한다/ 고로 스타는 부패한다.’ 기초적인 삼단 논법이다. 고약하지만 ‘진리’다.

임신 8개월째 조성민의 이혼 요구가 들어 왔고, 급기야 최진실은 그만 괴롭히라며 얼씬거리지도 말 것을 요구했다는 게 스타 부부 ‘조성민-최진실’ 진실게임의 요체다. 여기에 신모 마담이 끼어 든 삼각 관계가 어지러운 세밑 풍경을 더욱 혼돈스럽게 한다. 그래서 새벽에 최진실이 치른 조산 소동부터 흥분한 네티즌의 동향까지 추적했다.

12월 23일 스포츠 신문들은 둘의 이야기를 1면 머릿기사로 실었다. “그토록 속을 썩혔던 조성민이 뭐라 하던 이제는 관심 없으니, 제발 나를 가만히 두라”는 최진실의 하소연에 ‘접근 금지령’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커다란 느낌표까지 달았다. 최진실의 잠원동 집 앞은 기자들이 몰려 들어 때아닌 열기에 휩싸여 있다. 진실은 거기 있나?

이것은 스타들의 이불 밑을 들여다 보는 일이 아니다. 그토록 사람들의 정서를 쥐어 흔들고 PC 통신 토론방을 달구었던 주인공들에 대한 추궁이다. 연애 시절 둘 사이에 오갔던 통화 내용까지 하나 더 보도하려고 신문과 방송이 서로 앞다투지 않았던가.

이제 총대는 팬들에게 넘겨졌다. 그들은 ‘조-최’ 커플이 과연 공인(公人)인가 하는 사실을 추궁하고 싶어 한다. 스타라는, 너무나 부패하기 쉬운 권력에 대한 감시 작업이다. 우리 시대의 ‘팬덤 현상’에는 소녀들의 아우성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시사 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마지막 호에서 2002년의 인물로 용기 있는 내부 고발자 3명을 선정했다. 미연방수사국(FBI)의 무능을 고발한 콜린 콜리, 엔론과 월드컴의 회계 부정을 각각 폭로한 셰런 와킨스와 신시아 쿠퍼 등 3명의 여인이다.

미국이 엄청난 타락과 수많은 오류에도 불구, 건강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것은 양심의 목소리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조-최라는 ‘스타 권력 커플’은 언제까지 이 시대 팬들을 제멋대로 조작할 수 있다고 보는가.

장병욱 차장

입력시간 2002/12/2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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