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경기전망] 부동산- 거품 사라지고 하향안정세로…

보합세 속 미세한 변동폭, 변수 있지만 폭등 없을 것

최근의 주택가격 하락세가 새해에도 이어질 것인가.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단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어 수요자들은 투자에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년 부동산시장이 보합세를 보이며 가격 변동폭이 미세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상승세가 이어져도 올해와 같은 급등세는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며 오히려 하향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에는 워낙 변수들이 많기 때문에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솔직히 고백하고 있다. 당장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당선자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 등 새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향후 미국경제의 변화 등 대내ㆍ외 경제여건 흐름이 새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기준 부동산 평균 22.4% 폭등

2002년 부동산 시장은 증시침체와 저금리 기조 등이 맞물려 투기성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과열양상을 빚었다.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서 시작된 아파트 가격 폭등 현상이 강북과 신도시,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아산ㆍ제주 등 개발예정지역 토지와 주상복합아파트 등으로 파도처럼 번져 나갔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고강도 대책을 잇따라 내놨고 연말로 접어들면서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양상을 보였다.

집값은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1989~1990년에 버금가는 폭등세를 보였다. 조사기관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올들어 11월까지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은 30%가량 치솟았다.

국민은행 조사결과, 서울의 경우 아파트는 30.7% 올랐으며 단독주택은 15.0%, 연립주택은 13.0% 각각 상승해 평균 22.4%의 폭등세를 기록했다. 수도권 집값도 평균 22.0% 올랐으며 웬만한 지방도시도 아파트는 10~20%대의 상승률을 보였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저밀도지구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47.7%나 올랐다. 이미 작년 12월부터 이상 조짐이 나타난 아파트 가격은 올 1~3월 한차례 폭등세를 보인데 이어 7~9월 재차 급등, 사회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외환위기이후 극심한 침체상태에 빠졌던 토지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보이더니 올해 들어서는 본격적인 상승세를 탔다. 한국토지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올들어 3ㆍ4분기까지 전국 땅값 상승률은 6.5%로 1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호황에다 대규모 택지개발사업 및 그린벨트 해제, 남북경협, 도로신설 및 확장, 강북재개발 등 개발호재가 쏟아지면서 땅값 상승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강남의 땅값 상승률이 최고치를 나타내 16.43% 올랐으며 다음으로 송파구(16.36%), 고양시 덕양구(15%), 서초구(14.6%) 등이 뒤를 이어 토지시장에서도 강남지역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서울 및 수도권에서는 그린벨트 해제지역과 신도시 개발이 거론되는 판교와 성남 인근, 김포, 파주, 화성동탄 등 택지개발지구 주변 등이 올들어 땅값 상승세를 주도했던 지역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2월 이사철이 시작되면서 다시 집값이 미동하고 있지만 최근 2년동안 이미 40%이상 올랐기 때문에 조정국면을 겪으면서 거품이 다소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동산 처분은 2월전에 해야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대표는 “1998년 중반부터 4년이상 상승세를 타고 있는 아파트 가격은 최고점에 접근해 있고, 지난 2년여 동안 주택가격이 40%이상 올랐기 때문에 추가로 더 상승한다고 해도 상승폭이 클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겨울 이사철인 2월까지가 상승세의 마지막이 될 확률이 높다”며 “이 때가 부동산을 처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조언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도 “주택공급 증가, 금리상승 가능성, 가계대출억제에 따른 시장 외적인 영향, 청약자격 강화, 분양권 전매제한, 전세가격 안정세 등의 주택시장 내적인 수요감소 등으로 올해에는 안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주택수요가 많은 서울지역의 올 아파트 입주물량이 지난해보다 1만8,000가구가 늘어난 6만8,000가구에 이른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2003년 부동산시장은 주택과 토지가 각각 1% 미만의 소폭 상승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김 연구원은 밝혔다.

부동산114 김희선 상무 역시 부동산 매매 및 전세가격이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으로 인한 투기적 수요 감소, 재건축 사업에 대한 규제강화, 신규 공급 확대 등으로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가 안정내지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상무는 “올 초 성수기까지 집값이 강보합세를 보이다 점차 하향 안정화될 것이며 전세 가격도 물가상승률 내외의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뱅크 김용진 편집장도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올 부동산시장은 지난해와 같은 호황은 없을 것”이라며 “특히 아파트 입주물량 급증과 정부의 시장 억제정책이 시장을 안정시키는 중요한 원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새 대통령 취임 후 경기활성화를 위해 건설경기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은데다 행정수도이전 논의, 강북 뉴타운개발, 저밀도지구 재건축, 그린벨트 해제 등으로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부동산랜드 김태호 대표는 “현재의 부동산시장에는 값이 폭등할 수 있는 요소가 산적해 있다”며 “돌발사항이 없는 한 아파트값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투자 위험, 토지도 신중해야

저금리로 유동자금이 풍부한 상태에서 뭉칫돈이 최근 주상복합아파트와 일부 오피스텔로 몰리고 있지만 이 같은 흐름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일반 아파트와 주상복합아파트, 오피스텔, 토지, 상가 등 부동산시장이 상호 동반해서 움직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특정 분야에 관심을 두기 보다는 각 분야별로 어디에 투자할 지에 관심을 가져야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일반 아파트는 투자목적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세중코리아 한광호 투자실장은 “실수요자라면 몰라도 투자대상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그러나 꼭 투자하려면 강남 저밀도 재건축 아파트나 강북 뉴타운개발지역, 지하철 역세권 등을 눈여겨보고 호재중심으로 투자하라”고 말했다.

토지는 수도권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서울 도심의 토지를 경매를 통해 구입하거나 택지지구내 단독택지, 개발호재가 큰 지역 주변토지 등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김혁 기자

입력시간 2002/12/27 15:08


김혁 hyuk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