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호랑가시나무

지난 주에는 성탄나무로 전나무를 소개했지만, 성탄이면 전나무 만큼이나 친근한 나무가 있는데 바로 호랑가시나무이다. 처음 들어본 이름이어서 너무 낯설다면 크리스마스장식, 크리스마스 카드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가장자리가 가시처럼 뾰족한 잎에 둥글고 붉은 열매를 매어 다는 바로 그 나무를 떠올리면 된다.

이 나무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어떻게 성탄 장식에 이 나무가 많이 쓰이게 되었는지 그 사연부터 살펴보자.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시관을 쓰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실 때, 이마에 파고드는 날카로운 가시에 찔려 피를 흘리며 고난을 받으시자 그 고통을 덜어 드리려고 몸을 던진 갸륵한 새가 있었는데 바로 로빈(지빠귀과의 티티새)이라고 하는 이 작은 새였다.

로빈새는 열심히 부리로 가시를 파내었고 그 과정에서 자신도 가시에 찔려 가슴이 온통 붉은 피로 물들이며 죽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가슴이 붉은 이 새가 바로 호랑가시나무의 열매를 잘 먹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나무를 귀하게 여기게 되었고 예수님이 탄생하신 기쁜 성탄을 장식하는 전통이 생겼다고 한다.

호랑가시나무의 잎과 줄기를 둥글게 엮는 것은 예수님의 가시관을 상징하고 붉은 열매는 예수님의 핏방울을 나타내며 희기도 노랗기도 한 꽃은 우유 빛 같아서 예수님의 탄생을 의미하고 나무껍질의 쓰디 쓴 맛은 예수님의 수난을 의미한다니 이래저래 의미가 깊다.

호랑가시나무는 감탕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성 넓은 잎을 가진 작은 키의 나무이다. 다 자라야 3m를 넘지 못한다. 나무 밑둥에서부터 가지가 많이 나서 좀처럼 틈이 없는 빽빽한 수관을 형성한다. 잎은 짙은 녹색으로 호랑이발톱 같다는 가시가 가장자리에 견고하게 달려 있고 잎은 가죽처럼 질기고 두껍다.

상록성이어서 사시사철 달려 있는 그 재미난 잎새는 온 겨울의 햇살을 모두 받아들이듯 반질반질 윤이 난다. 호랑가시나무의 이 조밀한 가지와 날카롭고 굳은 잎을 보면 생울타리로 이용하여도 좋을 듯 싶다.

호랑가시나무를 겨울나무라고 하지만 사실 꽃피는 시기는 따사로운 봄철이다. 4월이나 5월 작은 우산살 모양으로 대여섯 개의 꽃이 달리는데 우유빛 순결한 꽃송이들은 향기롭고 곱다. 은행나무처럼 암나무와 숫나무가 따로 있다. 가을이 되어 잎새사이로 조랑조랑 달리는 구슬같이 둥근 열매는 그 붉은 빛이 너무도 강렬하여 무채색인 겨울에 짙푸른 잎과 잘 조화를 이룬다. 그 열매 속에는 네개씩의 종자가 들어 있다.

호랑가시나무는 우리나라 제주도를 비롯해서 주로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 자라며 이웃나라 중국의 동부지역에도 자란다. 세계적으로 몇 가지 종류가 자라며 그 이외에도 열매가 노란것, 잎에 무늬가 있는 것 등 수십 가지의 원예품종들이 개발되어 있다. 열매 우리나라에서 가장 북쪽에 자라고 있는 나무들은 전라남도와 변산반도 해안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산자락에 자라고 있는 것으로 천연기념물 제 122호로 지정되어 있다.

왜 호랑가시나무란 이름이 붙었을까? 전북지방에서는 이 나무를 호랑이등긁기나무라고 하는데 호랑이가 등이 가려울 때면 이 나무 잎의 굳고 날카로운 가시에 문질러서 그리 부른다고 하고, 한편으로는 가시가 너무 세고 무서워서 호랑이도 무서워하는 가시를 가진 나무라는 뜻이라고도 하며, 그 가시가 호랑이의 발톱처럼 무서워 호랑이발톱나무라고도 하고 제주도에서는 더러가시낭이라고도 부른다. ‘노호자’ ‘묘아자’ 또는 ‘구골’ 등의 한자이름도 있다. 영어 이름은 홀리(Holly)이다.

호랑가시나무가 조경용이나 크리스마스 장식을 위한 절화로 쓰이는 일 이외에 약으로도 이용되는데 잎과 뿌리를 강장제 또는 관절염에 쓴다. 북아메리카의 인디언들은 이 나무로 만든 차를 마시면 홍역에 좋으며 잎으로 주스를 만들어 마시면 황달이나 신경통에 효과를 본다고 믿고 있다.

가까이 있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우리나무가 너무 많다. 누구에게나 행복한 성탄이 되길바라며…

입력시간 2002/12/3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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