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요리박사였다


■ 레오나르도 다 빈치
레오나르도 다빈치 지음/ 김현철 옮김/책이있는마을 펴냄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천재였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년)는 일감이 적어 수입이 형편없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세 마리 달팽이’라는 술집의 주방장을 지냈고 ‘산드로와 레오나르도의 세 마리 개구리 깃발’이라는 술집을 직접 경영했다.

또 30년 이상 이탈리아의 루도비코 스포르차 궁정에서 연회담당자로 일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불멸의 역작이라는 ‘최후의 만찬’을 그리는 것보다 식탁에 요리를 차리는 일에 더 신경을 썼다.

이 책은 1981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박물관에서 발견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수기 ‘코덱스 로마노프(Codex Romanoff)’를 옮긴 것으로 요리광과 식도락가로서의 그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발견 당시 레오나르도의 작품인지 아닌지 논란이 많았으나 1982년 진품으로 확인됐다.

원래의 정확한 책제목은 알 수 없어 레오나르도의 그림을 수집할 때 이 책을 함께 구입한 러시아의 로마노프 왕가의 이름을 ‘코덱스’(레오나르도가 남긴 수기 노트) 뒤에 붙였다. 전문가들은 수학 물리 천문 식물 해부 등 방대한 분야에 걸쳐 레오나르도가 남겨 놓은 수기 노트 중 하나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레오나르도는 이 책에서 15세기 유럽에 유행하던 요리 뿐만 아니라 식사예절, 식습관, 새로운 요리법, 주방의 개선할 점, 발명해야 할 조리기구 등 음식문화 전반에 대해 기록해놓았다.

당시 유행했던 요리는 ‘종달새 혓바닥 요리’ ‘타조알 스크램블 요리’‘순대와 살아있는 개똥지빠귀가 가득한 돼지 요리’‘빵가루 입힌 닭볏 요리’‘뱀 등심’‘올챙이 요리’‘말고기 수프’등 이름만 들어도 아연실색한 것들이 많았다.

또한 이 책에는 짐승 도살기구, 자동 석쇠, 후추 가는 도구, 병마개꽂이, 마늘 빻는 기구 등 조리기구나 주방보조기구에 대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개념 설계도가 스케치로 실려 있다. 이 중에는 후일 개발돼 오늘날까지 활용되고 있는 것도 적지 않다. 레오나르도는 말년을 프랑스에서 보냈는데 식도락가였던 프랑스 왕이 그의 요리사적 자질을 간파하고 초청했기 때문이었다.

입력시간 2003/01/0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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