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상수 민주당 사무총장

"가을쯤 민주당 중심으로 정계 재편"

“2월10일 이전에 리모델링 식의 재창당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일단 민주당을 모태로 외부인사를 영입하고 지도체제를 바꾼 뒤 내년 총선을 겨냥해 10월이나 11월께 당의 면모를 일신하는 신당을 창당하는 게 순서라고 봅니다”

노무현 정권의 ‘실세’로 불리는 이상수 민주당 사무총장은 1월3일 주간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재창당 작업은 신 정권 출범을 앞둔 과도기적 정당에 불과하고 올 가을께 이념이나 사상, 정치노선 면에서 노무현 정권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신당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총장은 “구체적인 당의 개혁프로그램은 정치개혁 특위에서 논의될 사항이지만 원내 중심과 정책 위주의 정당, 중앙당과 지구당의 축소화, 당비를 내는 진성 당원의 양산 등이 중점적으로 거론될 것”이라며 “노 당선자는 평 당원으로 남아 대통령으로서 국정에 전념하는 초당적 위치에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당 개혁을 둘러싸고 표출된 신ㆍ구세력간 갈등 양상에 대해서는 “어차피 노 정권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하는 상황이므로 구 주류세력들은 비주류로, 또 평당원으로 재기의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만약 그런 대세를 거스르면서 지역주의에 안주하려 한다면 그들은 내년 총선에서 철저한 패배를 맛보게 될 겁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30일 사무총장에 임명된 이상수 의원은 대선기간 선대위 총무본부장을 맡아 선거자금 및 운동원 관리 등 노 후보 진영의 살림을 무난히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민석 전 의원과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뒤 곧바로 승복해 김 전 의원 선거를 도왔고, 이후 노 당선자 캠프에서 최측근으로 활동하면서 신망을 얻었다.

전남 여수 출신으로 서울 중랑구에서 평민당으로 13대 국회에 등원한 뒤 14대 때 탤런트 이순재씨에게 패했으나 이후 15대, 16대 내리 당선된 3선 의원. 고려대 법대를 나와 광주지법판사를 거쳐 인권 변호사 활동을 해왔다.


내년 총선거 제1당이 지상목표


- 당 개혁을 둘러싸고 각종 소문만 무성합니다. 어떤 식의 변화를 계획하고 있는지.

“이번 대선의 노 후보 당선은 민주당의 승리가 아닙니다. 당선자 개인의 승리나 다름없어요. 따라서 민주당이(또는 신당이 되든 간에)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으로 자리잡으려면 내년 총선에서 제1당에 올라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과거의 1인 보스식의 총재체제 보다는 대표위원 중심의 지도체제를 유지하면서 대통령은 당과 일정 거리를 두도록 하는 겁니다.

그게 현실적으로 제1당인 한나라당의 협조를 얻을 수 있기도 하고요. 여기에다 외연만 부풀리는 당세 확장이 아닌 당비를 내고 직접 당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진성 당원 확충을 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운영체계가 전면적으로 바뀌는 일인데.

“지금의 고비용식 정당구조를 깨기 위해 중앙당과 지구당을 슬림화하자는 겁니다. 중앙당이 지구당에 일괄적으로 똑같이 보조하던 관행을 없애고 당비를 내는 진성 당원이 많은 곳과 적은 곳을 차등화해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중앙당에 납부되는 회비나 지원금은 전액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회계 감사를 두고 어디에서 들어와 어디에 쓰여졌는지를 완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고비용식의 조직선거가 아닌 미디어식 선거로 가기 위한 기초작업이지요”


- ‘e 정당’ 도입은 어떤 것입니까.

“전자정당제를 통해 당의 운영과 활동을 인터넷 공간에서도 실시한다는 겁니다. 오프라인의 당원 모집과 함께 온라인상에서도 네티즌의 참여를 보다 확대시키고 실제 당의 정책방향에도 참여토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구주류는 당내에서 재기의 길 모색해야


- 당 개혁에 대해 구 주류들의 반발이 거센데.

“일부에서 민주화 운동세력끼리 뭉쳐서 당을 만들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대세는 탈 이념구도입니다. 노 당선자를 위해 뛴 사람들이 모여 새 정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새 사람들이 뭉쳐 ‘노무현 이즘(ism)’을 펴야지요. 구 주류를 굳이 떨구지는 않겠지만 본인들이 당내에서 재기의 길을 닦도록 노력하는 게 스스로를 위해 좋을 것으로 봅니다”


- 동교동계를 비롯해 후단협 의원 및 구 당직자들은 사실상 반노(反盧)대열에 서 있던 인사들인데.

“그들 중 한 분이 묻더군요. ‘전부 나가라는 것이냐. 진보정당을 하겠다는 것이냐’고요. 그래서 그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누구를 지목해서 보복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습니다. 대세를 따르기 위해 전면에서 후퇴해 우리를 돕다 보면 다시 살길이 열릴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그제서야 안심하는 분들이 있더군요”


- 그러면 재창당 이후 신당이 창당돼도 모두 함께 가는 겁니까.

“어쨌든 그분들은 다시 돌아와 일하고 있습니다. 사실 선대위에 있을 때 그분들에 대해 왜 아쉬움과 섭섭함이 없었겠습니까. 힘을 모아도 힘든 판에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쪽으로 가자고 했으니까요. 거기 가서 뭘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또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함께 중부신당 이야기까지 나오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선거는 끝났으니 이제 와서 그것을 문제삼지는 말아야지요” (그러나 그는 신당 창당이나 총선 공천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지 않겠느냐며 사실상 이들에 대한 단죄 원칙을 내비치기도 했다)


-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에서 공천 배제된 인사들이 민국당을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민주당이 그렇게 되는 것 아닙니까.

“구 주류에 계신 분들이 ‘대의원들은 우리 편이라 아직도 당내에서는 우리가 더 세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대의원들도 새 정치를 바라고 당의 면모를 쇄신하기를 원하고 있어요. 그런 대세를 거역한다면 민의에 의해 좌절될 겁니다. 노무현 정권의 출범은 지역주의 정당의 존재를 힘들게 했습니다. 더 이상 지역주의 정치는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비호남출신 대표가 바람직


- 대표 후보로 여러 인사가 거론되는데.

“새 정당을 하려면 무엇보다 참신성이 중요하고 동서화합을 위해 비호남 출신이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비상한 시기이므로 카리스마와 현실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분이여야 합니다. 김원기 의원은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으니 직접 대표로 나서기는 좀 힘들다고 보고 정대철 의원과 한광옥 최고위원간의 다툼이라고 생각합니다”


- 현 DJ 정권과 노무현 정권의 관계설정이 궁금합니다.

“현 정권과는 좀 다른 길로 가는 것이지 예전처럼 전 정권을 의도적으로 밟고 비리를 들춰내서 보복하는 것은 아닙니다. 햇볕정책은 승계하고 의약분업은 문제가 있으니 개선하고, 지방분권화는 보강하는 식의 보완구도로 나가야지요”


- 청와대가 대선기간에 도와주지 않은 점에 대해 불만이 많다고 하던데.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이전 선거에 대한 경험도 듣기 위해 전화한 적이 있는데 만나기 어렵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한 인사의 장례식장에서 우연히 박 실장과 마주친 적은 있습니다만 별도로 만나지는 않았습니다. 단일화 이전에는 워낙 노 후보 캠프에 돈이 없어 청와대 도움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먼저 손을 내밀지는 않았지만 알아서 도와줬다면 얼마나 감사했겠습니까. 우리가 어려운 상황인 것은 누구보다 청와대가 잘 알고 있었을 텐데…. 그런 면에서 매우 아쉽고 섭섭하지요”


- 박 실장에 대해 노 당선자는 어떤 생각인지.

“의도적 보복은 있을 수 없으며, 또 박 실장은 그 대상도 아닙니다. 다만 현 정권에서 국민적 의문이 제기됐던 부분에 대해서는 끝까지 규명을 해야겠지요. 박 실장도 의혹이 남아있는 부분에 대해서 수사를 하다 보면 조사대상이 될 수는 있어도 표적수사는 있을 수 없습니다. 과거 정권의 비리를 무조건 덮어도 안되지만 무조건 들춰내는 것도 이젠 지양해야 합니다”


민주당이 정치신인 등용문 돼야


- 재창당과정서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과 자민련 의원들을 영입하자는 게 아닙니다. 외부에서 새 사람을 데려 오는 게 낫지요. 3김정치가 오래 지속되다보니 정치 신인들의 등용문이 굴절되고 막혀 있었습니다. 이제 그런 것을 종결시키자는 의미입니다. 지역 정당의 이미지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라도 특정 지역에 편중되지 않고 전 지역이 참여할 수 있는 정당으로 가자는 겁니다. 새 사람을 뽑기 위한 방안으로 공모나 인터넷 추천 등 여러 방식이 거론될 수 있습니다“


- 노 정권의 첫 국무총리는.

“안정내각 구현을 위해 기존의 경륜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합니다만 새 시대에 걸맞은 인사가 나서야지 옛사람으로는 안됩니다. 정치력이 있고 당정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사가 나서서 테크노크라트인 장관을 끌고 가면 됩니다. 지금 언론에 거명되는 인사들은 모두 부적합하다고 봅니다”


- 북핵 문제가 심상치 않습니다. 해법은.

“노 정권의 가장 어려운 문제이자 첫 시험대입니다. 위기이자 기회인 셈이지요.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 우선돼야 하는데 그럴려면 지금 중국과 미국에 보내는 실무형 특사로는 안됩니다. 노 당선자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는 핵심 참모가 가서 주변국과의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합니다. 노 정권에 대한 신뢰를 새로 쌓는 게 급선무입니다”


-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에 대해 미사일 공격을 할 수도 있다고 걱정합니다.

“(잠시 망설이다가) 아무리 미국이지만 무조건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겠습니까…”


- 노 정권의 청와대 보좌진과 첫 내각은 어떻게 구성됩니까.

“노 당선자를 곁에서 오래 보좌한 비서진이 청와대로 가는 것이 옳지요. 현 인수위 멤버중 일부도 청와대 수석 비서관으로 갈 수 있고요. 당에서는 극소수가 장관직에 기용될 것으로 봅니다”

(여기서 이 총장도 각료 인선에 포함되는 게 아니냐고 묻자, 당장 들어갈 생각은 없으며 내년 총선에 이기는 게 최대 현안이라 당 개혁과 총선 승리에만 매진하겠다고 답변한 뒤 언제든 기회가 오지 않겠느냐며 그때 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회오면 내각제 주장 펼칠 것


- 한나라당에서 내각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내각제에 찬성입니다. 그간 정치사를 보면 양당이 모든 정치행위를 대통령 당선에만 초점을 맞춰 해왔습니다. 상대 당에 대한 모든 비판과 비난행위 등도 차기 대선에서의 승리를 염두에 둔 행동이었습니다. 이젠 그런 제왕적 대통령제를 둘러싼 폐해를 없애야 될 시기입니다. 개인적으로 기회가 오면 당내에서부터 내각제 주장을 펼쳐볼 생각입니다”

염영남 기자

입력시간 2003/01/10 10:16


염영남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