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는 집] 천안 청수촌 오리도리탕

식도락은 여행에서 시간을 많이 차지하지는 않지만 여행의 감동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사실, 여행에서 음식이 반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구경을 했더라도 음식 맛이 좋지 않았다면 왠지 만족스럽지 못한 채, 여행이 찜찜하기 마련이다. 반면 여행에서 우연히 괜찮은 음식이라도 만난 날이면 일정이 불만족스럽다 해도 쉬 이해가 되기도 한다.

지난 주 전국적으로 폭설이 내리는 날, 천안에 소재하고 있는 사찰들을 촬영하러 갈 때의 얘기다. 오후부터 눈이 내릴 것이란 일기예보를 듣고 나오긴 했으나 정말 눈이 그렇게 많이 내릴 줄은 몰랐는데. 천안의 명물 광덕사, 태조산 각원사 등을 촬영하고 허기에 식당을 찾고 있었다.

차를 주차하고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곳을 찾다 시간을 30여분 허비한 다음, 갑자가 폭설이 내려 더 이상 길을 재촉할 수 없어 풍세면 초입의 오리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 들어가게 되었다. 청수촌이라는 간판이 붙은 음식점이었다.

국도 변에 위치하지만 주변에 식당이나 상가가 없어 외딴 집 같았다. 하지만 주차장은 넓었고 실내 역시 밝고 깨끗했다. 시각이 점심 시간이 지난 2시 30분 정도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몇몇 손님들은 오리고기에 반주로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주인 이현순씨에 의하면 오후 시간에 이런 손님은 흔하다고 한다. 그러나 음식을 전문으로 하기 때문에 밤늦도록 술을 마시는 손님은 거의 없다고 한다. 개업한지 3개월 정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깔끔한 음식 맛에 벌써 단골손님이 생길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청수촌은 천안에서 공주, 논산방향으로 1번 국도를 타고 가다 풍세 방향으로 꺾어지는 길을 따라 약 500m 지점에 위치한다. 이 집은 오리도리탕을 비롯해 오리탕, 백숙, 닭백숙 등을 주로 하는 그저 평범한 식당이다.

그 메뉴들 중에서 오리도리탕이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다. 주인 이씨의 친정어머니가 개발한 음식 맛으로 주인 이씨가 열심히 배우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이 집의 오리도리탕은 다른 식당의 도리탕과는 조금 다르다. 보통 구이나 찜으로 먹는 오리고기를 닭도리탕처럼 빨갛게 볶아낸 것이 무척 이채롭다.

특히 원기회복에 쓰이는 십전대보탕을 만드는 한약재를 고루 넣고 삶은 오리고기를 깻잎, 파, 버섯 등 갖은 야채와 함께 볶아내는데 한약재의 향과 맛이 은은하게 배어 나와 입맛을 돋군다.

국물은 철판 냄비 바닥을 적실 정도로 적지만 야채와 양념장에서 나오는 물로 국물이 많이 생겨 끓이고 보면 국물이 넉넉해 먹기가 좋다. 기본적으로 얼큰하게 먹을 수 있도록 고춧가루를 많이 쓰지만 그리 맵지는 않다. 매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양념장을 올리기 전에 말하면 만족할 만큼 맵게 해주기도 한다.

넉넉히 올린 깻잎 덕분에 깻잎과 한약재 향이 잘 조화를 이루는 것도 오리도리탕의 특징 중 하나다. 오리고기를 모두 건져 먹은 후에는 김과 참기름을 듬뿍 넣어, 볶음밥으로 먹는데 물론 양념장맛이 잘 배어 나와 그 끝 맛까지도 괜찮다.

손님이 오리도리탕을 주문하면 우선 오리수육이 먼저 상에 오른다. 수육은 오리고기에서 다소 퍽퍽해 먹기 힘든 가슴살 부위를 푹 삶아 찢어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부추와 함께 마늘 소스에 찍어먹으면 힘이 절로 솟는 듯 하다.

도리탕에 또 금산에서 직접 사온 인삼을 넣어 음식 자체가 하나의 보양식이 된다. 그래서 여성보다도 남성 손님이 많은 편이다. 오리에 한약재를 가미하여 복용하면 우리 몸에 포화지방을 분해 배출시키며 각종 공해독을 해독시키며 맑고 건강한 혈액을 생성하게 된다는 얘기가 일반인에게도 상식이 된지 오래다.


▦ 찾아가는길 천안에서 공주, 논산방향으로 1번 국도를 타고 가다 풍세 방향으로 꺾어지는 길을 따라 500m 지점에 있다.


▦ 영업시간 10시~오후 10시/ 오리도리탕 3만원(4인 기준)/공기밥 1,000원 별도/문의 041-553-9730

글ㆍ사진 전기환

입력시간 2003/01/1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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