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복고의 매력… 낡은 것이 아름답다

장롱 안에서 발견한 할머니의 악어가죽 핸드백. 촌스럽고 거친 느낌이지만 왠지 정감 있는 세월의 흔적에서 가치를 발견한다.

모피류나 투박한 표면감이 있는 털외투를 입고 들면 그야말로 멋스러운빈티지룩의 완성이다. 항상 새로운 것. 신선한 것만을 추구하던 패션은 과거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20~30년 전 물건은 이제 '희귀성'에서 나만의 스타일을 만드는데 훌륭한 소품이 될 수 있다. 지금 바로 옷장을 열어보자. 할머니가, 어머니가 소중이 아끼던 빈티지 스타일과 대면하는 감격을 누릴 수도 있으니


빈티지 패션, 남들과 다른 차별화의 기쁨

자시을 맘껏 뽐낼 수 있는 빈티지 스타일, 쇼윈도에 걸린 획일적인 옷보다 손품, 다리품을 팔아 어렵게 구한 빈티지 의상은 패션의 참 맛을 즐기게 해준다.

빈티지는 원래 와인의 생산연도를 뜻한다. 수확연도가 표시된 와인을 빈티지 와인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빈티지 차트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와인 선택에 있어서 잣대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우량제품을 선별하는 기준이랄까.

빈티지 와인처럼 빈티지 패션도 숙성의 과정이 필요하다. 공인된 차트가 없는 것이 유감이지만 과거에 대한 회귀를 거듭하는 패션 주기를 본다면 빈티지는 분명 매력적인 스타일이다.

빈티지 제품은 외국에서 세컨드 핸드, 혹은 유스드라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빈티지는 낡은 것이긴 하나 희소성이 높고 제품 상태가 좋을 경우 가격이 새것보다 비쌀수 있다는 점에서 중고와는 구별된다.

또 빈티지 패션하면 틀에서 벗어난 터프하고 제멋대로인 스타일을 떠올리긴 쉽다. 지저분하고 낡은 그런지룩을 연상하기도 하지만 진정한 빈티지 패션은 희소성과 가치에 있다. 사실 복고는 특정한 시대를 의미하지 않는다. 지나간 시대를 경험해 보지 못한데서 오는 신선함이 빈티지 룩을 새롭게 받아들인 이유일 것이다.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들 조차 과거에 만들어진 오리지널 제품을 자신의 매장에 진열하거나 판매하기도 한다. 중고품에 대한 열기는 과거에 대한 향수와 스타패션에 대한 반발심, 투철한 장인정신이 탄생시킨 뛰어난 품질에 대한 신용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빈티지 스타일 즐기기

빈티지 느낌을 살리는 데는 소재의 표면감이 중요하다. 일부러 스크래치를 낸 가죽소재, 기모물을 비롯하여 스웨이드나 코르덴 등 거칠고 요철 있는 소재, 다양한 굵기고 털의 표면감을 강조한 소재가 많다.

잘 두드려 무두질한 양가죽 느낌을 낸 나파 가족. 겉이 부들부들하고 광택이 있는 것이 특징인 나파가죽은 번들거리는 새가죽보다는 10년은 족히 입었을 법한 느낌으로 빈티지 룩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재다.

현재의 빈티지 스타일은 여러 가지 스타일을 뒤섞는데 있다. 물빠진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화려한 프린트의 실크 블라우스, 진주목걸이. 밍크를 걸치는 것과 같은 믹스앤매치 스타일이 그것.

노숙한 느낌의 빈티지 스타일을 캐주얼하게 풀어내는 것도 빈티지 스타일링의 한 방법이다. 층진 레이스 스커트에 스웨이드 부츠, 패딩점퍼를 입고 귀여운 니트모자. 머플러를 한다.

또 빈티지 스타일을 젊게 표현할 때는 진을 입는다. 빈티지 느낌을 살릴 수 있는 물빠진 진(워싱 진). 황색을 입혀 염색한 진, 일부러 기름때가 묻어 더렵혀진 듯 만든 더티진 등이 제격이다.

니트 역시 빈티지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아이템. 구제품 느낌을 내기 위해 성기고 굵은 실을 이용해 손으로 뜬 것처럼 만든 벌키니트나 무늬가 있는 핸드메이드 니트를 택한다.

여기에 커다란 링이 달린 두터운 가죽 벨트를 하고 스티치가 들어간 커다란 스웨이드 숄더백을 매면 부담없느느 빈티지 스타일이 완성된다.


빈티지 제품 고르기

빈티지 제품 구입시 가장 당혹스런 것이 사이즈다. 시대에 따라 사이즈에 차이가 있으므로 예전 옷을 꺼내 입으려면 약간의 손질이 필요하다. 요즘은 리폼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수선집이 많으므로 이를 이용하면 된다.

빈티지 제품, 특히 벼룩시장이나 중고시장에서 구입하게 되는 경우 옷을 입어볼 수 없기 때문에 망설이게 되는 수가 많다. 이때 간단하게 사이즈를 체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바지의 경우 러 라인을 자신의 목에 감아보면 어느 정도 치수를 확인할 수 있다,

또 허리라인을 현재입고 있는 바지나 스커트의 옆선과 옆선에 맞대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상의는 옷의 어깨선을 등에다 대고 어깨선을 재보면 된다.

적당한 사이즈가 없다면 옷을 늘리는 경우엔 손이 많이 가므로 우선은 줄일 생각을 해야 한다. 옷의 아랫단을 줄이는 정도라면 전체적인 실루엣에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

제품의 출처와 품질을 알 수 있는 라벨 확인도 중요하다. 그러나 빈티지 제룸의 경우 재고품으로 취급돼 라벤이 제거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좋은 옷에는 좋은 라벨을 달기 때문에 라벨의 흔적만 가지고도 제품의 품질을 가늠 할 수 있다.

인쇄라벨이 아니라 직조라벨이거나 라벨의 박음질 상태가 좋다면 최상품이라는 기대감을 가져도 좋다.

또 빈티지 제품 구매시 주의할 점은 교환이 가능한지, 원단이 고급스러운지, 바느질 상태가 좋은지 살피는 것이다. 오래된 땀 얼룩은 세탁으로 잘 지워지지 않으므로 겨드랑이 부분과 목선 주위에 땀얼룩이 없는지도 체크한다.

천연섬유로 만들어진 옷이라면 곰팡이 자국이나 좀구멍이 없는지 확인한다. 가죽의류는 표면이 종잇장처럼 딱딱하게 굳은 부분이 없는지 살핀다. 모피류는 리폼 자체가 어려우므로 사이즈를 잘 맞게 구입해야 한다. 실크, 레이스와 같이 약한 천으로 만들어진 옷은 솔기부분을 확인한다.

인터넷을 통해 빈티지 제품을 구매하고자 한다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제품의 실제 상태를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제품 설명이 꼼꼼히 기록되어 있는지, 이상이 있을 경우 반품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구매를 결정하자.


빈티지 쇼핑 가이드

빈티지 쇼핑의 즐거움은 가격에 있다. 유명 브랜드의 경매품처럼 부르는 게 값인 희귀한 제품이 아니라면 거의 새 제품의 절반 이하의 가격에 장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요즘은 중고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서울 압구정동이나 이대 같은 쇼핑타운에서 보세 의류점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빈티지 제품을 고르는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발품을 파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청계천 8~9가에 위치한 일명 '도깨비 시장'은 없는게 없는 빈티지 쇼핑의 명물이다. 밀리터리점퍼의 경우 5만원, 토끼털 하프코트가 10만원. 모피 하프코트는 50만원 정도를 부르지만 여기서 최소 10%이상 깍아야 제맛이다. 광장시장 보세 코너도 패션마니아들의 빈티지 쇼핑에 빠질 수 없는 코스다.

인터넷에서는 옥션(www.auction.com)의 '우리들의 중고세상'이 알뜰한 빈티지 구매자들의 천국. '월드옥션911(www.worldauction119.com)'에서는 야후저팬옥션과 세계 최대 규모의 경매 사이트 '이베이(www.ebay.com)의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월드옥션911'은 이를 한글로 볼 수 있게 하고 제품 구매를 대행하고 있다. '미스파리501닷컴(www.missparis501.com)'도 빈티지 액세서리 마니아들의 관심이 높은 사이트. 운영자가 직접 구매한 유명 브랜드의 액세서리와 소품, 미국의 빈티지 제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입력시간 2003/01/22 14:35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