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데이트] '복길이' 김지영

"촌처녀에서 도발적 집시여인 됐어요"

전날 밤 연극 공연을 끝내고 동료들과 어울려 밤새 술잔을 기울였다는 그녀는 지쳐보이는 커녕 오히려 생기가 넘쳤다. 워낙 씩씩하고 정신력이 강해 ‘폭주기관차’라고 불리는 탤런트 김지영(28).

지난해말 6년여 간 몸담아 온 MBC ‘전원일기’를 끝낸 그녀는 숨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연극 무대에 섰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막을 올린 극단 유시어터의 ‘노틀담의 꼽추’에서 여주인공 에스메랄다로 출연한다. 퇴폐적인 관능미를 지닌 집시 여인이다.

이 극단 대표이자 드라마 ‘전원일기’의 주역이기도 했던 유인촌과 나란히 같은 무대에 올랐다. 탤런트로 데뷔하기 전인 1994년 이후 8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그녀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로 연극에 푹 빠진 마음을 표현했다.


“자유로운 집시의 삶에 빠졌어요”

“연극이 너무 하고 싶었는데 번번이 스케줄이 안 맞았어요. 그런데 드디어 기회가 온 거죠. 특히 고전 작품이라서 더욱 좋아요. 현대극과는 비교될 수 없는 무게감이 있잖아요. 가슴이 뻐근해지고, 연극이 끝나도 쉽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는 감동 말이에요. 연극을 하면서 성격도 많이 바뀌었어요.

‘이런 건 안돼, 저건 조심해야지’처럼 저는 원래 자신 안에 갇혀 있는 스타일인데 요즘은 한결 자유로워졌어요. 집시처럼 세상을 자기 식으로 즐기면서 사는 생활 철학을 배우고 있는 거죠.”

그녀는 몸에 착 달라붙는 갈색 티셔츠와 바지를 입고 있었다. 평소에는 간편한 트레이닝복을 즐겨 입지만 인터뷰를 위해 특별히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한겨울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얇은 티셔츠 차림으로 카메라 앞에 서더니 촬영 기자의 주문에 따라 환한 표정으로 도발적이고 섹시한 포즈를 취했다. 날씬한 몸매가 그대로 클로즈업 된다. ‘전원일기’에 출연할 당시보다 살이 많이 빠져 있었다.

“연극을 하면서 잘 챙겨 먹지 않아 살이 좀 빠졌어요. 공연장에 있으면 분장하고 대사 연습하는데 다른 배우들도 제대로 먹지 않으니까 덩달아 안 먹게 되요. 살이 빠지는 건 좋은데, 얼굴이 부어서 좀 고생해요. 특히 눈이죠. 극 중 반은 우는 장면이거든요. 그래서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녹차 세수를 해요. 녹차 티백을 띠운 물에 얼음을 넣어서 찜질하는 거죠. 수축 효과가 있어서 피부도 좀 더 탱탱해지는 것 같아요.”

그녀의 수면 시간은 평균 2~3시간. 연예인이 된 뒤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건강한 그녀의 비결은 단 한 시간을 자더라도 숙면을 취하는 것. 다음은 어머니가 아침마다 챙겨 주는 종합비타민을 꼬박꼬박 먹는 것이다.

요즘은 음식을 제대로 못 먹지만, 사실 먹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중국 요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여기에 독한 술(고량주)를 곁들이는 것이 최고의 식사라고 한다. 맥주처럼 도수 낮은 술은 좀처럼 마시지 않는다. 성격처럼 술에 대한 취향도 화끈하다.

김지영은 1994년 연극 배우로 연기를 시작했다. 한양대 문화인류학과에 재학 중일 때다. 원래 그녀는 어릴 때부터 낯가림이 심하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남 앞에 나서는 일은 꿈도 꾸지 않았다고 한다. 누군가 얼굴을 빤히 쳐다만 봐도 알프스 소녀 하이디처럼 얼굴이 빨개지곤 했다. 그런 그녀가 연기자가 된 것은 93년 뮤지컬 ‘캐츠’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복길이’는 연기인생의 큰 수확

“과외로 돈을 좀 벌 때였어요. 8만원을 주고 2층에 좌석을 구해 앉아있었죠. 그런데 고양이 분장을 한 배우들이 2층 난간을 타고 진짜 고양이처럼 돌아다니는 모습에 깜짝 놀랐어요. 숨소리까지도 고양이 그 자체였어요. 온 몸에 소름이 돋았죠. 신 이외에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창조 작업이 연기일 거라는 생각이 바로 그때 들었어요.”

연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였지만, 열정 하나로 오디션을 보고 연극 무대에 섰다. 그렇게 1년 간 연극 배우로 활동하다가 95년 KBS 특채로 발탁, 드라마 게임 ‘가장 행복하게 깨는 남자’로 브라운관에 데뷔했다.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것은 같은 해 MBC ‘전원일기’에 복길이로 출연하면서 부터다. 이후 만 6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전원일기’ 녹화에 임했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본명보다 ‘복길이’란 극중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한때는 겁이 나기도 했어요. 촌스러운 이미지로 굳어질까봐요. 주변에서 ‘너 이제 그 역할 그만 둘 때도 되지 않았냐’고 부추기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하지만 그건 잠깐의 철없던 생각이었고… 이 작품으로 인해 배운 게 너무 많거든요. 유인촌 고두심 같은 대선배님들과 공연했다는 것 만으로도 너무 값진 연기 수업을 한 셈이죠.”

1월 26일이면 연극 공연은 막을 내린다. 2000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진행해 온 CBS라디오 ‘김지영의 12시에 만납시다’를 제외하곤 아직 별다른 계획이 없다.

매니저 없이 혼자 활동하다가 6개월 전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그녀는 “밥값을 못해 소속사에 죄송하다”면서도 “지금은 연극만 생각하고 싶다”고 잘라 말한다. “5주로 예정된 공연이에요. 하루 하루 공연시간이 줄어간다는 게 무척 아쉽죠.”


인생의 깊이 담아내는 배우 되고싶어

김지영은 데뷔 초부터 “아줌마 탤런트가 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젊음과 미모를 앞세우는 연기자가 아니라, 거역할 수 없는 인생의 흐름과 깊이를 담아내는 배우가 되고 싶어서다. 그녀가 생각하는 좋은 연기는 ‘가식 없는 연기’다.

마음 속에서 슬프지 않은데 눈물을 흘리고, 기쁘지 않는데 미소 짓는 연기를 하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하늘이 허락하는 한 무대 위에서 죽고 싶다”는 김지영.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재원이다.


“집시 헤어스타일, 도발적인가요?”

김지영은 지난해 10월 말 연극 ‘노틀담의 꼽추’에 캐스팅된 직후 헤어 스타일을 확 바꿨다. 기존의 단정한 단발머리에서 붙임머리를 이용해 헝클어진 검은 웨이브 스타일의 긴 머리로 변화시킨 것. 극 중 집시 여인의 자유분방하고 섹시한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보통 붙임머리는 한 시간씩 걸려 샴푸해야 하는 번거로움뿐 아니라 자다가 머리가 눌리면 아파서 정신이 번쩍 든다는 고통을 수반한다. 때문에 흔히 연예인들은 촬영을 위해 머리를 붙였다가도 바로 떼어낸다.

그런데 김지영은 고통스럽다는 그 붙임머리를 세 달 째 고수하고 있다. 일에 대한 열정과 독한 그녀의 성격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공연이 시작되기 두 달 전에 붙였어요. 직전에 머리를 하면 적응이 안 돼 공연에 집중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요. 참 많이도 붙였죠?”

김지영의 새로운 헤어스타일의 컨셉은 ‘집시+거지’다. “웨이브와 생머리를 겹쳐 붙여 부스스 해요. 무대에서 넘어지고 쓰러져도 처음 상태와 별 차이가 없어 좋아요.”

김지영은 잘 때 붙인 머리가 배겨, 베개 대신 오리털 이불을 둘둘 말아 머리에 대고 잔다. 이 때문에 자고 나면 늘 “목이 뻐근하다”면서도 “공연을 위해서라면…”하고 환하게 웃는 진짜 배우다.


  • 프로필
  • 생일 : 1974년 9월 7일 키 : 163㎝ 몸무게 : 45㎏ 종교 : 기독교 취미 : 그림 그리기(데생, 점묘), 스키, 골프 등 모든 스포츠 특기 : 피아노, 노래 부르기 이상형 : 아무거나 잘 먹고 털털한 성격에 가정적인 남자 좌우명 : 매순간 최선을 다하자 좋아하는 음식 : 한식류 버릇 : 긴장하면 손톱을 물어뜯는다, 촬영 전에는 꼭 기도한다 매력포인트 : 갈색 눈 초롱초롱, 통통한 볼 주량 : 소주 3잔 가족사항 : 1남 1녀 중 장녀 학력 :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2003/01/24 16:08


    배현정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