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타운] 이중간첩

거역할 수 없는 운명…그는 누구를 위해 싸우는가?

극장가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이중간첩’을 놓고 분위기가 사뭇 고조되어 있는 상태이다. 한석규와 고소영이 호흡을 맞추었다는 점에 앞서 ‘쉬리’로 우리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한석규가 ‘텔미 썸띵’ 이후 3년간 소식이 없다가 북한 때문에 소란한 요즘, 이번엔 북한 공작원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다는 사실은 세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감독 : 김현정 (1)
주연 : 고소영, 한석규, 천호진, 송재호
장르 : 액션, 드라마, 스릴러
제작년도 : 2002
개봉일 : 2003년 01월 24일
국가 : 한국
공식홈페이지 : www.koofilm.com/spy/

‘이중간첩’의 영화 포스터를 보는 순간, 대부분은 북한을 소재로 한 ‘이중간첩’이라는 영화가 나왔다는 사실 보다는 ‘어! 한석규가 나왔네’라는 말로 그가 실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등장한 것에 더 많은 관심을 표명한다.


‘흥행의 반’ 한석규ㆍ고소영

한석규와 고소영은 CF 등에서 우리가 곧잘 볼 수 있기는 하지만 스크린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은 배우들이다. 뿐만 아니라 어울릴 것이라는 평은 자자했지만 그들이 호흡을 맞추어 마침내 한 영화에 같이 출연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이중간첩’에 대해 영화 팬들이 갖는 기대감은 이미 평균치 이상을 웃돌고 있다.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고현정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름만 보면 왠지 참신한 여성일 것 같은 김현정 감독은 <이중간첩>으로 장편 데뷔하는 젊은 신인감독이다. 1973년 생이고, 한국영화아카데미 14기 출신.

그러나 이름에서 걸었던 기대와는 달리 남자다. 영화아카데미 시절부터 신선한 감각과 독특한 연출력으로 주목을 받아왔던 김 감독의 전적으로 보면 <공공의 적>(강우석 감독, 시네마서비스 제작) 시나리오, 단편 연출 코닥이스트만 촬영상, 단편 <고수부지의 개자식들> 연출 밴쿠버 영화제 초청작 등 충무로에서 빠지지 않는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중간첩>은 ‘쉬리’가 그러했던 것처럼 남한으로 위장 귀순한 이중간첩을 소재로 한 영화로, 이념과 체제가 다른 두 사회를 오가며 이중적인 모습으로 살아야 했던 한 인물의 극적인 삶을 그린 영화다. 한석규는 이 영화에서 이중간첩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남한으로 위장 귀순한 북한의 엘리트 장교 림병호역을 맡아 열연했다.

한편 고소영은 림병호의 남한 내 유일한 연락책인 고정간첩 윤수미. 간첩의 딸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선택의 여지도 없이 간첩의 삶을 살아왔지만, 림병호를 만나 속으로만 감내해 왔던 태생적인 삶의 고뇌를 털어놓는 여인역을 맡았다.


“림병호, 자유대한은 너를 환영한다. 그러나…”

1980년 세계 냉전의 기운을 대변하던 동베를린. 한 발의 총성이 어둠이 깔린 도시의 정적을 산산이 부순다. 그것이 신호탄이기나 한 듯 벌어지는 남과 북의 격렬한 총격전.

한 남자를 놓고 벌이는 총격전은 자유와 공산이라는 경계를 두고 쫓는 자와 쫓기는 자가 아닌, 가려는 자와 막는 자 간의 대결, 즉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북한 탈출’의 익숙한 장면을 보여준다.

아슬아슬하게 경계를 넘는데 성공한 남자. 그것은 자유로운 남한으로의 귀순 성공을 뜻했다. 그 후 그는 남측 정보기관 내 대공정보분석실로 배정되는데 그가 바로 남조선 혁명 과업을 부여 받고 남파된 대남 공작원 < Таварищ –따바리쉬- 림병호> 림병호 동무이다.

“칸탁트 데제.”

위장 귀순에 대한 의심을 불식시키고 남측의 신뢰를 쌓으며 남한생활을 한 지 3년. 병호는 드디어 북의 첫번째 지령을 접수한다. 칸탁트 데제. 라디오 프로그램의 DJ 윤수미와 접선하라는…. 연인으로 위장해 수미와의 관계를 쌓아가는 병호. 그는 고정간첩으로의 운명 지워진 삶을 살아야 하는 그녀에게 차츰 연민을 느끼기 시작한다.


체코에서 로케이션

한편, 병호는 남측에서 준비 중이던 북파 간첩단의 정보를 수미를 통해 북에 전달, 임무를 완수한다. “동무의 영웅적인 업적을 치하하는 바이다." 비로소 당과 인민에게 공훈한 그는 잠시나마 간첩으로서의 태생적인 신변위협과 불안감에서 벗어나 격정으로 소용돌이치던 김일성 광장에 다시 선 듯 벅차 오르는데….

남측에서는 작전 실패의 책임을 모두 회피하면서 병호를 희생자로 지목한다. 같은 시각, 병호는 과업을 달성한 자신을 폐기시킴으로써 안전을 꾀하려는 북측의 음모를 알게 되고…. 신분 노출과 생명에의 위협이라는 절대절명의 위기에 빠진 병호. 선택의 순간, 그의 곁에는 수미와 체코제 암살용 권총 22구경 뿐이다.

제작비 43억원, 체코에서 로케이션을 하고 있다. 한석규, 심은하가 출연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으나, 쿠앤필름측은 “애초 고소영씨를 염두에 두고 지난해 가을 캐스팅했다”며 이를 부인했다. 한석규의 개런티는 4억5,000만원에다 흥행 수익에 따른 러닝 개런티를 추가로 받게 된다.

윤지환 영화평론가

입력시간 2003/01/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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