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설빔 "품위를 입어요"

편안하고 입기 쉽게 디자인, 제철 한복 '갖춰입기' 유행

한복은 둥글고, 조용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게다가 평등하다. 나이와 계절에 따라 색상에 변화를 줄뿐 신분에 관계없이 옷의 모양이 모두 같다. 18m의 원단이 정교하게 마름질되어 세심한 바느질에 의해 만들어지는, 서양의 입체재단 못지않게 편안하고 입기 쉬운 한복. 이번 설에는 한복을 입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보는 게 어떨까.

설날 아침에는 모두 새 옷을 입었다. 어린이들은 색동옷인 ‘까치저고리’를, 어른들은 흰색 옷을 입었다. 설날에 새 옷을 입는 것은 새해를 맞아 새로운 기분으로 새 출발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설날에 입는 새 옷을 ‘설빔’ 또는 ‘세장(歲粧)’이라고도 한다.

설날에 갈아입은 설빔은 정월 대보름날까지 계속 입는 것이 보통이었다.

설빔은 생활의 정도에 따라 준비하는데, 설빔을 마련하기 위해 각 가정에서는 가을부터 옷감을 준비했다가 미리 정성껏 옷을 만들었다고 하니 설빔의 의미는 더욱 컸다. 우리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날을 맞이하여 최근 유행하고 있는 한복의 유행 경향을 살펴보면, 색상에서부터 원단, 저고리의 길이에 따른 깃 넓이와 동정 넓이의 변화, 고름의 길이와 폭이 다양하게 변화되고 있다.


한복도 복고바람, 전통적인 디자인 강세

1990년대 후반, 예복으로서의 한복에 초점을 맞추어 생산된 사철깨끼원단은 거의 폭발적인 수요를 일으켰다. 그러나 최근에는 우리 옷에도 사철에 맞는 원단으로 지어진 한복이 인기를 얻으면서 한복시장에 제철 한복입기가 정착되고 있다.

지난 2~3년간에 한복시장에도 복고바람이 불었다. 고급 한복디자이너숍을 중심으로 전통에 기초한 한복이 제작되고 있다. 한마디로 ‘제대로 갖춰 입기’가 유행이다. 치마저고리, 바지저고리뿐만 아니라 배자나 누비저고리, 누비두루마기, 솜저고리 등 다양한 형태의 상품이 나와 있고 쓰개 종류도 조바위, 남바위, 아얌, 풍차, 복건 등이 제작되고 있다.

유행하는 한복의 소재는 천연섬유인 실크소재 원단에 천연염료로 염색한 빛바랜 듯한 한복이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이다.

특히 명주를 홍두깨로 다듬이질한 한복원단은 특유의 수결로 품위와 우아한 자태를 나타내기에 충분해 최고급 한복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색상은 안개 낀 듯한 빨강색이 주를 이룰 것이며 녹색이 서브 컬러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경향에 편승하여 봄 결혼시즌에는 녹의홍상이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을 살펴보면 저고리 길이가 길어진 반면 깃은 짧고 넓어졌다. 이 또한 복고적인 경향으로 17~18세기 유행했던 당코저고리를 오늘에 맞게 디자인한 것. 종전의 좁고 짧은 저고리의 불편함을 보완한 형태이다. 치마도 종전의 A라인형태의 파티복치마가 아닌 주름이 넓고 길이도 길지 않게 디자인되고 있다.


체형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한복 연출법

요즈음 젊은 사람들은 한복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으나 취향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한복이 디자인되고 있으므로 적은 상식으로도 한복을 예쁘게 입을 수 있다.

한복은 옷맵시를 살리면서도 체형의 단점을 충분히 보완해 준다. 가슴과 어깨선, 목 둘레와 얼굴형에 맞는 디자인을 선택하면 더욱 기품 있고 아름답게 연출할 수 있다. 한복은 얼굴형과 체형, 그리고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 색상 등 몇 가지 상식만으로도 선택이 용이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간단한 선택법을 소개하자면, 가슴이 넓은 체형의 여성인 경우 섶을 넓게 하고 앞품을 넉넉히 두어 도련(저고리 앞자락 선)이 처지지 않게 한다. 어깨가 솟은 체형일 경우에는 저고리의 진동선(가슴과 소매의 이음선)을 없게 마름질하고 어깨와 진동부위에 문양으로 장식하여 결점을 보완하면 좋다.

목이 짧고 굵은 경우에는 저고리의 고대(동정 뒷 목선)를 넓게 하고 깃 나비는 좁고 길이를 길게 하면 우아한 한복 연출이 가능하다.


한복입기에 주의할 점

● 겉치마는 왼쪽으로 여며지게 입는데, 여며지는 정도는 뒤 중심에서 양쪽으로 약 7㎝ 정도면 된다. 고름의 고리길이는 4∼5cm가 적당하며, 긴 고름과 짧은 고름의 길이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것이 좋다.

● 버선은 수눅(시접)이 바깥쪽을 향하게 한다. 저고리와 치마를 갖춰 입을 때에는 동정 끝이 꼭 맞아야 하고 저고리 앞자락에 군주름이 생기지 않도록 매만진다.

● 노리개는 긴 고름에 단다. 고리가 있을 때에는 긴 고름에 고리를 걸고 끈고리일 경우에는 긴 고름에 고리를 끼워 고름을 맨다.

● 한복의 고전적인 맵시를 살리려면 동정 선이 닿지 않는 업스타일의 머리모양이 좋다. 업스타일의 머리로는 쪽진 머리나 땋은 머리를 한다. 핸드백은 두루마기 소재나 치마저고리 감으로 만든 덮개백이 어울린다.

● 버선목까지 오는 긴 속바지와 속치마는 다른 속옷을 생략하더라도 꼭 입어야 하는 여자속옷이다. 남자는 속저고리까지 갖춰 입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속바지 정도는 입어야 한복 바지의 선이 살아난다.

● 여성은 외출 시 두루마기입고 머플러를 맨다. 실내에 들어갈 때는 마고자나 두루마기는 벗는 것이 예의이다. 남자는 실내에서도 두루마기를 입고 있는 것이 원칙. 남자는 바지 색깔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흰 양말을 신는 것이 무난하다.

● 한복을 입고 걸을 때는 신발 코가 살짝 보일 만큼 걷는다. 한복치마는 통이 넓어 보폭이 커지는데 고무신이나 갖신의 신발 코가 살짝 보일 정도가 좋다. 일을 할 땐 허리끈을 매도 된다. 일 할 때 치마 자락이 끌리지 않도록 허리에 끈을 매는 것은 흠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차림새로 손님을 맞는 일은 금물.


한복보관 및 세탁

한복은 자주 입지 않고 옷감이 보통 옷과 달라서 보관과 세탁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우선 큼직하게 개켜서 눌리지 않도록 큰 상자에 넣어 보관한다. 양장과 달리 한복은 옷걸이에 걸어두면 옷의 형태가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복을 처음 구입했을 때 담아온 상자는 버리지 않고 보관함으로 계속 사용한다.

한복을 개킬 때는 동정이 있는 중심부분이 접히지 않도록 한다. 저고리는 곱게 펴서 양 소매를 고름 쪽으로 포개고 고름은 나란히 부채모양으로 접어 올린다. 치마는 폭은 네 겹으로 접고 길이를 반으로 접는데, 치마는 모양이 변할 우려가 있으므로 되도록 눌리지 않도록 보관한다.

남자 한복에서 따로 떨어진 대님과 허리띠는 따로 접어서 주머니 속에 넣어두면 분실의 우려가 적다. 보관 시 방충제를 넣어 두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한복 세탁 법은 소재에 따라 구분되는데, 천연소재는 드라이크리닝을 하는 것이 좋으며 합성섬유는 손빨래를 해도 무방하다. 세탁기를 사용하면 옷감의 올이 튀거나 모양이 손상되기 쉬우므로 손으로 직접 비벼서 빨아야 한다.

한복은 얇은 원단을 세심하게 손바느질한 옷이므로 잦은 세탁은 도리어 옷을 상하게 하는 수가 있으니 이 점도 주의한다. 얼룩이 생겼을 때는 얼룩이 묻은 반대편에 타월을 여러 겹 대고 솜에 벤젠을 묻혀 꾹꾹 누르고 두드려서 뺀다.

한복을 다림질할 때는 올을 곧게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섶을 양쪽으로 젖혀놓은 후 겉감이 밀려 나오지 않게 안쪽에서 다린다. 이때 곡선부분이 늘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치마는 안자락에서 가볍게 눌러 다린다. 낮은 온도에서 구김을 편 다음 온도를 높여 빠르게 다려낸다. 견직물은 분무기로 물을 뿌렸다가 손으로 펴서 다린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3/02/0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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