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공존과 상생이 미래를 보장한다


■ 미래를 위한 약속
로버트 라이시 지음/김병두 옮김/김영사 펴냄

능력만 있으면 혼자서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을까? 돈이면 모든 것이 다 잘 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두 가지 물음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잘 사는 데에만 급급한 나머지 주위를 돌아 볼 겨를도 없이 숨가쁘게 살아온 탓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표적인 ‘비판적 지성’ 로버트 라이시(미 브랜다이스대 교수)는 그의 저서 ‘미래를 위한 약속’에서 이 물음들에 대해 강하게 고개를 내젓는다. 라이시의 눈에 비친 현대 사회는 위험하기 그지 없다. 라이시는 “현 상황이 지속되면 우리가 타고 있는 배는 좌초할 수 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자, 이제 한번 냉정하게 우리 주위를 살펴보자. 그리고 라이시의 진단이 과연 옳은지 그른지 판단해 보자. 실제 우리는 그 동안 놀랄 만한 경제 성장을 이루어 냈다. 이전과 비교하면 훨씬 잘 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부격차는 더 커졌다.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무너져 내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늘 고용 불안에 시달린다. 기업이 생산과 수익은 꾸준히 늘어나지만 개인의 경제적 만족도는 차츰 하락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의 상황은 ‘사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다.

라이시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이런 것이다. 우선 기업의 이익을 근로자들도 공유해야 한다.

‘미래를 지배하는 것은 공존과 상생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둘째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소득을 재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립이 가능하도록 자본을 재분배해야 한다. 셋째 누구나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공평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현재의 불평등한 교육 기회는 신분 상승을 가로막는 등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라이시는 시민들이 능동적으로 사회를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이나 정부의 역할 만으로는 모자라기 때문이다. 선거에서의 투표나 인터넷 활용 등을 통해 시민들이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호소이다.

라이시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장관을 지낸 참여파 학자이자 사회사상가다. 그는 이 책에서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내놓은 대상은 현대 미국 사회이지만 이는 오늘의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최성욱 기자

입력시간 2003/02/11 15:39


최성욱 feel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