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는 집] 돼지김치찌개의 본가

당주동 '광화문집'

김치찌개를 별미로 여기는 이는 드물다. 어딜 가도 흔히 볼 수 있고, 맛 또한 대소동이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허나 이는 오산이다. 김치찌개라고 다 같은 김치찌개가 아니다. 같은 짜장면이라고 해도 어느 집은 맛이 있고, 어느 집은 맛이 없더라고 말하는 것처럼 김치찌개에도 맛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편의 한식집 ‘광화문집’에 가면 특별한 김치찌개를 맛볼 수 있다. 좁다란 골목통에서 김치찌개로만 23년을 이어온 이 집의 내력과 맛을 보면 김치찌개도 별미라는 의견에 이내 수긍하게 된다.

사실 광화문집은 한식집이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일반적으로 대여섯 가지 이상의 메뉴를 갖춘 여타의 한식집들과 달리 이 집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은 돼지고기 김치찌개와 계란말이 단 두 가지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도 덜도 말고 김치찌개집이라는 표현이 제격이다.

23년 간 한자리에서 김치찌개를 팔아온 덕분에 이 집에는 단골이 꽤나 많다. 이들의 대부분이 주변에 몰려있는 신문사와 기업체의 직원들이다. 좌석이 30여석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내부 공간이 넉넉지 않아 점심 무렵 넘쳐 나는 인파에 식당 안 분위기는 시장을 방불케 한다. 식당 밖에서 서성이며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도 한 두 명이 아니어서 20분 이상 느긋하게 먹고 있을 여유도 없다. 음식 맛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아주 일찍 오든지 아주 늦게 오는 것이 상책이다.

협소한 공간에서 쫓기듯 밥을 먹어야 하지만 많은 이들이 끊임 없이 찾는 것은 이 집 김치찌개의 맛이 그만큼 탁월하기 때문이다. 이 곳의 김치찌개는 큼지막하게 어슷어슷 썬 고기가 들어간 돼지고기 김치찌개다.

요즘 대부분의 음식점에서 파는 김치찌개들은 햄이나 소시지, 참치 등이 들어간 것이 보통이다. 돼지고기를 넣고 끓이면 고기의 누린 맛과 텁텁함이 난다며 싫어하는 이들이 종종 있기 때문이란다. 특히 여성이나 젊은이들이 주고객인 음식점의 경우 돼지고기를 넣지 않고 햄, 참치, 당면 등 다른 재료들로 넣고 끓여내 김치찌개인지 부대찌개인지 구분을 할 수 없을 지경이다.

김치찌개라면 역시 돼지고기를 넣어야 제 맛이 나는 법. 돼지고기로 인해 김치의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 빛을 더욱 발한다. 이 집의 김치찌개가 특별한 이유도 찌개에 들어가는 돼지고기가 특별하기 때문이다.

비싼 재료비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얼리지 않은 돼지의 목살 부위를 쓰는데 살코기와 비계가 적당히 섞여 있어 씹는 맛도 좋고, 국물 맛도 한층 살려준다. 또한 알맞게 익은 김치 맛에 동화돼서 누린 맛도 텁텁한 맛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보글보글 끓는 김치찌개에 계란말이 한 접시를 곁들이면 식사의 즐거움이 더해진다. 소금으로 간을 살짝 맞춰 두툼하게 부쳐낸 계란말이는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접시 한 가득 담겨 나오는 풍성한 양도 입맛을 돋우는데 한몫 한다. 네 명이 가도 2만5,000~3만원이면 맛좋은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메뉴

돼지김치찌개 5,000원, 계란말이 5,000원, 공기밥은 별도 1,000원.

■찾아가는 길

세종문화회관 뒤 변호사회관 방향 첫 번째 골목 내에 위치. 5호선 광화문역 8번 출구 앞 횡단보도에서 블루트레인이라는 간판이 보이는 골목을 찾으면 더욱 편하다. 02-739-7737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10시. 공휴일은 휴무.

손형준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3/02/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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