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세계여행-44] 태국 골든 트라이앵글

시간과 문명이 멈춰버린 땅

뭔가 화끈한 기운이 느껴지거나, 긴장감이나 불안한 냄새를 맡아보려고 애써보지만 헛일이었다.

한때 마약 밀반입 등 숱한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골든 트라이앵글. 하지만 지금은 그저 여유와 평화로운 공기만 가득 채우고 있다. 황토 빛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메콩강 너머 바라보이는 라오스나 미얀마도 이곳 사람들에게는 그저 이웃 사촌일 뿐이다.


보트로 둘러보는 골든 트라이앵글

태국 북부를 여행하는 이들은 모두 골든 트라이앵글을 보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콩강(Me Kong)을 두고 태국, 라오스, 미얀마 세 나라가 만나는 지점을 일러 골든 트라이앵글이라 부른다.

북부의 중심도시 치앙라이(Chiang Rai)가 베이스 캠프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 골든 트라이앵글 보트 여행을 하는 치앙센, 미얀마로 들어가는 국경도시인 매사이, 고산족 마을에서 가깝고 또 산 위에 만들어진 아름다운 정원을 볼 수 있는 도이퉁 등지로 이동하면 된다.

골든 트라이앵글은 보트 여행으로 진행된다. 아니면 차를 타고 골든 트라이앵글 푯말이 붙은 곳까지 가서 전망대에서 세 나라를 내려다보는 방법도 있다. 치앙센에서 미니버스로 10분 정도면 도착하는 가까운 거리다. 하지만 보트 여행이 훨씬 흥미진진하고 보트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전망대를 들러 볼 수도 있다.

보트 여행의 시작은 치앙센에서 한다. 메콩 강변에 형성된 작은 도시로 강 건너편은 라오스 땅이다. 강가에 형성되는 아침시장에서는 물건을 사고 파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어우러져 왁자지껄한 시장풍경을 연출한다. 시장 근처에 있는 선착장에 나가보면 길다랗고 날렵하게 생긴 보트들이 정박해 있는 것이 보인다.

이 꼬리가 긴 보트에 너댓명씩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 보트여행은 여행사를 통해 신청할 수도 있고, 선착장에서 뱃꾼들과 직접 흥정을 해도 된다.

보트를 타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불과 20분 남짓인데 강 중간에 떠 있는 라오스령의 돈 사오 섬에 들르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1시간에서 1시간 반정도 걸린다.


깊고 진한 라오스 커피

돈 사오 섬은 여행자를 위해 특별히 개발한 곳이기 때문에 입장료 외에 여권이나 비자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다. 아쉬운 점은 여행자를 상대로 한 곳 일 뿐, 라오스 사람들이 북적대며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

태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라오스 입국은 그리 어렵지 않다. 치앙센 조금 남쪽에 있는 도시 치앙콩에서 강을 건너 훼이싸이로 들어가거나 방콕에서 농카이라는 국경도시로 간 다음 강을 건너 수도인 비엔티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돈 사오 섬에서는 라오스 커피를 맛봐야 한다. 라오스는 커피 원두를 생산하는 곳으로 우리들 입맛에는 낯설지만 독특한 맛을 가진 커피가 나는 나라다. 눈으로 보기에는 무척 진해 보이는데 막상 입안에서 굴리면 부드러운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커피와 함께 맥주 또한 여행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먹을거리. 섬 안에는 라오스 맥주를 맛볼 수 있는 바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이밖에 손으로 직접 짠 천이나 수공예품, 기념품 등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몇 채로 나눠진 전통 가옥 안에 들어앉아 있다.

화폐는 태국 바트(Bhat)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기념품이라고 해봤자 ‘Don Sao, Laos’ 라고 적힌 것만 다를 뿐 치앙라이 일대에서 파는 것과 특별히 달라 보이는 것은 없다. 대신 라오스 관광엽서나 라오스산 과자, 맥주 등은 기념으로 구입할 만 하다.


기념사진 찍고 팁 받는 아이들

골든 트라이앵글이라는 큼지막한 표지판이 붙어 있는 곳에서 기념사진을 찍지 않으면 제대로 된 여행을 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다. 돈 사오 섬에서 나와 미얀마령까지 보트를 타고 거슬러 올라갔다가 표지판과 전망대가 있는 선착장으로 되돌아오면 보트 여행은 끝나는 셈이다.

표지판 근처에는 전통복장을 한 아이들이 여남은 명 기다리고 있다. 기념사진을 같이 찍으면 좋겠다 싶어 손짓을 하면 아이들이 떼거지로 달려든다. 단, 사진 촬영이 끝나면 아이들에게 팁으로 한 푼씩 건네줘야 하므로 팁을 줄 생각이 없다면 혼자 찍는 것이 좋다.

알록달록한 복장으로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이들이 사실은 팁을 받기 위해 더위도 무릅쓰고 답답한 옷을 입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측은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너무 일찍 돈에 눈을 뜨는 것이 아닌가 안타깝기도 하다.

강변에 마련된 표지판 바로 뒤편에 봉긋 솟아있는 언덕에는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다. 메콩강과 작은 지류에 의해 나눠진 세 나라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전망대에도 아이들이 진을 치고 기다린다. “포토, 텐바트(우리 돈으로 약 350원)”을 외치며 여행자들의 손을 잡아끌기도 한다.


미얀마 땅을 밟다

미얀마로 가려면 우선 국경도시인 매사이로 이동해야 한다. 작은 강을 경계로 태국과 미얀마로 나뉘는 곳으로 다리 하나만 건너면 미얀마 땅이다. 골든 트라이앵글 여행은 보통 치앙센에서 보트를 타고, 돈 사오 섬을 방문하고, 골든 트라이앵글 표지판과 전망대를 본 다음 매사이를 통해 미얀마를 들어갔다 나오는 것이 하나의 코스처럼 짜여져 있다.

미얀마의 국경도시는 타시렉. 출입국 관리소에 여권 복사본, 비자신청서, 비자료(30US$)를 내면 바로 건너갈 수 있다. 다리를 건너 미얀마 땅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구걸하러 나온 미얀마 사람들이 보인다. 주로 갓난아이를 업은 여인이나 꾀죄죄한 아이들이다. 구걸꾼 다음으로 쌈러 운전사들의 호객행위가 이어진다.

쌈러는 자전거를 개조해 만든 인력거의 일종. 도시가 작아서 굳이 쌈러를 탈 필요는 없지만 이용료가 40~50바트(약 1,300~1,500원) 정도로 무척 싸고, 쌈러 운전사가 가이드 역할까지 해주므로 한번쯤 타보는 것도 좋겠다.

초등학교를 다닐 나이의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고루 모여있는 불교학교, 언덕 위에 있는 불교사원과 불탑, 원주민 마을, 타시렉 재래시장 등을 둘러본다. 시장은 국경 다리 바로 근처에 있어 쌈러 운전사는 시장 입구에 내려주고 다른 손님을 찾아 떠난다.

시장은 마을 규모에 비해 크고 활기 넘치는데 태국보다 저렴한 물가 덕분에 태국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많다. 물가가 저렴하지만 여행자들이 구입할 만 한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말린 과일이나 수공예품 등은 추억거리로 살 만하다.



고유의 문화 지키며 살아가는 고산족

태국 북부의 산간지방에는 다양한 고산족들이 살고 있다. 높은 산 속에서 산다고 하여 고산족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사실 강가나 들판에서 살아가는 부족들도 있다. 고산족들은 각기 다른 소수 부족들로 서로 다른 곳에서 자신들만의 고유한 관습과 문화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대표적인 고산족들을 꼽아보면 카렌족, 아카족, 야오족, 라후족, 몽족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카렌족은 이미 한번쯤 사진이나 텔레비전의 풍물기행 같은 코너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목이 긴 것을 여성의 미의 척도로 여겨 카렌족 여성들은 어렸을 때부터 목걸이를 여러 개 겹쳐 목이 기형적으로 보일 만큼 길게 늘어나도록 만든다.

라후족은 고구려의 후손이라는 말도 있는데 실제로 라후족 언어 가운데 나는 ‘나’, 당신은 ‘너’로 발음되는 등 우리말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폭이 좁은 색동무늬가 들어간 전통복장 등 흥미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고산족들은 외부인들과의 접촉을 꺼려하고 자급자족하고 살았으나 요즘은 여행자를 상대로 사진을 같이 찍어준 뒤 팁을 받거나 전통복장이나 수공예품 같은 것들을 팔기도 한다. 텔레비전을 비롯한 가전제품과 자동차까지 소유한 고산족들을 보면 너무 쉽게 세상의 이기에 물든 것이 아닌가 허탈해 지기도 한다.




☞ 항공편 치앙라이로 가려면 먼저 태국 방콕 돈무앙 공항으로 간 다음 국내선을 갈아타야 한다. 방콕에서 치앙라이까지 하루 3회 정도 운항하며 1시간 10분 정도 걸린다. ☞ 현지여행 치앙라이를 베이스캠프로 해서 움직이면 된다. 방콕이나 치앙라이에서 현지 여행사가 운영하는 골든 트라이앵글 투어에 참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 고산족 마을 방문, 미얀마 국경마을, 메콩강 보트 트립, 대나무 래프팅, 코끼리 트레킹 등을 엮어 놓은 여행상품들이 많이 있으므로 일정 및 내용을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한국에서 이런 일정들을 포함한 여행상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 기후 및 복장 11월부터 2월까지는 건기에 속해 여행하기 좋다. 하지만 우기라고 하더라도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우리나라 식의 장마가 아니라 소나기처럼 잠깐 내렸다가 다시 그치는 스타일이라 여행에 큰 무리는 없다. 건기가 우기에 비해 조금 덜 덥고, 쾌적하다. 태국 북부지방은 남부 해안지대에 비해 덜 덥다. 반바지와 반소매 등 여름옷을 준비한다. 모자, 샌들, 선글라스, 자외선차단크림, 모기약 등은 필수.

☞ 숙소 치앙라이 시내에서는 두싯 아일랜드 리조트(Dusit Island Resort)가 가장 좋은 숙소.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도 괜찮은 곳들이 많다. 치앙라이와 치앙마이의 중간 즈음에 자리한 수안팁 바나 리조트(Suanthip Vana Resort)는 우거진 열대림 안에 자리한 평화로운 곳. 리조트 뒤편 강에서 대나무로 만든 뗏목 래프팅을 즐길 수 있다.

김숙현 여행작가

입력시간 2003/02/1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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