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개성, 그리고 SO, YOUNG!

세대경계 허문 실용주의 패션 "보다 젊고 어리게"

이번 겨울, 교복 위에 덧입는 방한복으로 자리잡은 일명 ‘떡볶이 코트’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유행했다. 가죽 끈에 떡볶이 모양의 단추로 여미는 더플 코트는 정장이나 캐주얼 차림 모두에 어울리고 어부들의 방한복에서 유래했다는 점에서 실용적인 아이템이다.

더플코트의 유행은 멋과 실용성에서 학생복의 촌스러움을 극복했다. 이제 패션의 세계에 아이는 아동복을, 학생은 학생복을, 어른은 성인복을 입어야 한다는 경계는 없다. 나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내가 원한다면, 큰 사이즈의 아동복을 입더라도 비난하거나 비난받지 않는 선택의 자유가 주어진 것이다. 보다 멋지고 젊게 보이고 싶은 모두의 소망.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개성 있는 당신에게 걸리쉬 패션을 소개한다.


‘걸’들의 변신

걸리쉬 패션의 유행은 걸 패션을 주도하는 패션지의 잇따른 등장으로도 가늠할 수 있다. 창간 1주년을 맞은 ‘보그 걸’을 선두로 ‘세븐틴’ ‘휘가로 걸’에 이어 이 달 창간한 ‘엘르 걸’ ‘코스모 걸’이 걸리쉬 패션의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이 잡지들은 패션지의 주제가 되는 패션, 뷰티 뿐 아니라 수다스러운 소녀들의 관심사, 남자친구, 섹스, 연예 기사를 다루어 또래 소녀들에게 이야기거리를 제공한다. 기존의 걸 패션지와 다른 점이 있다면 보다 고급스럽고 또 솔직해 졌다는 점이다.

‘Born to lead, 여성대통령을 만들자’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코스모 걸’의 최윤정 편집장은 말한다. “걸 패션지는 이제 단순히 쇼핑 위주의 잡지가 아닌 메시지 전달의 목적을 갖습니다. 걸 잡지의 독자가 되는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여성이 훗날 사회를 이끄는 리더가 될 것이고 그 중에서 여성대통령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있나요? 자기 색깔이 분명한 솔직하고 당당한 소녀들에게 성공한 여성상을 제시하겠습니다.” 수줍은 핑크빛 미소와 조신한 숙녀를 연상케 했던 ‘걸’들의 변신을 실감하게 한다.

‘걸’의 유행은 의류와 화장품 등의 타깃의 변화에서도 알 수 있다. ‘콕스’‘비앤엑스’ ‘쿨하스’ 등 캐주얼 단품 위주의 브랜드가 ‘뜨는’ 브랜드로 주목받고 있는 것도 선택의 자유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대신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화장품에서 ‘걸’의 이미지는 ‘샤넬’ 이나 ‘랑콤’ 같은 마담 취향 고급브랜드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10대 모델을 앞세워 더 젊게, 더 어린 이미지를 선보였고 이러한 경향은 전형적인 요조숙녀 스타일에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걸리쉬 패션’은 10대 취향의 단순히 어려 보이는 스쿨 걸의 이미지가 아니다. 소녀적인 신선함과 상큼함에 스포티, 페미닌한 감각을 덧붙여 개성적인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젊은 스타일을 추구하면서도 자기 색이 분명한 지적인 이미지가 그것이다.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에는 샤넬 슈트, 루이비통 백, 페라가모 슈즈 차림의 명품스타일은 틀에 박혀 있다고 여기고, 단품 하나를 고르더라도 내 생각과 어울리는 나의 것을 찾는 세대. 그들이 걸리쉬 패션을 주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여성이 아니고 소녀일까. 불안정한 현실에서 아직은 꿈꿀 수 있는, 획일화 되거나 확정된 삶이 아닌 자유분방하며 희망 가득한 미래의 이미지 때문이다. 또 작은 자극에도 쉽게 반응하는 특성상 새로운 것을 빨리 받아들이고 취하기 때문에 유행의 주체로 안성맞춤이다.


걸리쉬 패션 코드

걸리쉬 패션은 디테일에 비중이 높다. 아기자기한 소품들, 와펜이나 배지, 작은 코사쥬, 리본, 아플리케 등이 오밀조밀하게 부착된다. 작고 귀여운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작은 사이즈를 입기도 한다. 믹스 앤 매치(Mix & Match)도 걸리쉬 패션에서 빠질 수 없다.

자유분방함을 키워드로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아이템을 매치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과감한 절개와 비대칭 스타일, 캐릭터가 프린트된 티셔츠도 필수 아이템.


클래식 걸(Classic girl) : 짧은 주름 스커트, 베레모, 피코트, 무릎까지 올라오는 양말, 단화, 스쿨 걸의 전형적인 스타일에서 한층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영국 사립고교의 학생과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파스텔톤 블라우스에 짧은 타이를 매고 무릎에서 살짝 올라간 길이의 영국풍 체크 스커트, 브이넥 스웨터, 트위드 재킷 등이 주요 아이템이다.


큐트 걸(Cute girl) : 말 그대로 앙증맞고 귀여운 스타일. 레이스, 리본 등 장식적인 요소가 많다. 아이 옷을 입은 듯 작은 사이즈 차림. 전체적으로 파스텔 톤의 색상, 달콤한 캔디를 연상케 하는 색이 주가 된다. 굵게 롤을 말아 웨이브진 헤어와 바비인형 같은 또렷한 메이크업이 귀여운 이미지를 돋보이게 한다.


펑크 걸(Punk girl) : 믹스 앤 매치 스타일.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아이템을 서로 매치한다. 비대칭 디자인과 과감한 절개선, 실크 블라우스에 찢어진 청바지도 자연스럽다. 여성스러운 러플 블라우스에 스포티한 아디다스 블루종과 청바지를 입거나, 발목 타이즈에 미니스커트를 입는 레이어드 룩이 파격적이다.


캐포츠 걸(Caports girl) : 캐포츠(caports)는 캐주얼(casual)과 스포츠(sports)의 합성어. 캐주얼 룩과 스포츠 룩을 섞어 입는 스타일이다. 스트링과 밴드, 지퍼, 라이닝과 같은 스포츠웨어의 디테일을 차용했다. 주머니가 달린 카고팬츠나 트레이닝 팬츠, 티셔츠와 점퍼, 트레이닝 슈즈 등 실용적인 아이템이 많다.


투명하고 맑게, 걸리쉬 메이크업

걸리쉬 메이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맑고 투명한 표현이다. 컬러풀한 이미지를 과장되게 표현하거나 청순하고 자연스럽게 연출할 수도 있다. 비비드 컬러, 핑크, 오렌지, 그린, 옐로우 등이 주요 컬러. 캔디 메이크업으로 불리는 걸리쉬 메이크업을 연출해보자.

우선 피부화장은 화이트나 바이올렛 계열 메이크업베이스로 뽀얗게 만든다. 리퀴드 파운데이션으로 자연스러운 피부 톤을 연출하고 상기된 듯 볼 연지를 바른다. 뭉치거나 얼룩져 보이지 않게 크림타입 연지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눈썹은 결을 그대로 살려 자연스럽게 그려준다. 섀도도 크림타입을 사용한다. 색을 살리기 위해 케이크타입 섀도를 바르거나 펜슬 섀도로 라인을 돋보이게 그린다. 색상은 옐로우, 그린, 오렌지, 핑크 등 컬러풀하게 연출한다. 인형 같은 눈매 연출을 위해 눈썹 위와 아래에 속눈썹을 붙여 준다. 속눈썹은 전체적으로 붙이지 말고 반으로 잘라 바깥쪽에 붙인다. 길이가 서로 다른 디자인의 속눈썹도 귀여움을 더한다.

입술은 촉촉하고 생기 있어 보이게 립그로스를 발라준다. 펄이 많이 들어간 제품은 부담스러워 보일 수 있으므로 투명하게 빛나는 립그로스를 택한다. 컬러도 진한 컬러는 피하고 베이지, 오렌지나 핑크 계열을 택한다. 자연스러운 붉은 입술을 만드는 입술 염색제 틴트는 자칫하면 너무 빨갛거나 거칠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입술 중앙 부위만 살짝 바르고 립그로스로 촉촉하게 표현하면 된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3/02/13 15:08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