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좋아야 때깔도 곱지"

요가, 스파에 먹는 화장품까지… 이젠 건강미인시대

‘겉만 번드르르한 미인은 가라.’

서울 청담동의 한 IT벤처기업에 다니는 이모(29)씨는 건강한 아름다움을 가꾸는 데 대단히 공을 들인다. 아침 식사는 생식으로, 점심식사는 신선한 샐러드로 간단히 해결한다. 저녁 식사도 기름진 음식을 먹거나, 밤 늦도록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는 법이 없다. 새벽이나 업무를 끝낸 저녁에는 회사 근처의 피트니스 센터를 찾아 요가를 배운다.

이씨는 한 달에 한 번꼴로 건강 식품 매장을 찾는다. 임상상담 영양사에게 체지방 분석 등 건강 상담을 받은 뒤 결과에 따라 부족한 영양분을 채워준다는 건강 보조 식품들을 구입한다. 비타민C와 다어어트에 도움을 주는 보충용 식품 등이다. 1회 구입 비용은 대략 5~10만원 선. 메이크업 화장품 구입 비용을 줄이는 대신 ‘먹는 화장품’에 투자한다.

이씨처럼 건강한 미(美)를 가꾸는 데 치중하는 젊은 여성들이 늘고 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내적인 건강’에서 우러나온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건강한 생활이 최신 유행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속이 건강해야 겉모습도 아름답다는 개념의 ‘이너 뷰티’(inner beauty)다.

아무리 값비싼 화장품으로 정성스럽게 화장을 해도, 정기적으로 고급 스킨 케어를 받아도 근원적으로 건강하지 않다면 일시적인 효과밖에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건강을 해치면서, 피부가 거칠어진 채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것을 이제 깨달았다”고 말했다. ‘희고 예쁘게’라는 외침이 ‘즐겁고 건강하게’라는 요구에 밀려나고 있다.


몸과 정신의 건강을 동시에

요즘 미국 뉴욕, 일본 동경, 프랑스 파리 등 유행을 이끌어나가는 도시들에서 ‘이너 뷰티’는 단연 각광받는 유행 코드다.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청담동 멋쟁이들을 중심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는 이너 뷰티 아이템은 바로 요가다. 몸과 정신의 건강을 동시에 충족시킨다는 운동 효과를 내걸고 젊은 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압구정동의 ‘캘리포니아 피트니스 센터’는 최근 요가 다이어트와 파워 요가 등 요가 클래스를 세분화해 개설한 덕택에 강남 일대의 선남선녀들이 몰려들어 인기를 더하고 있다.

특히 여성 고객들의 발길이 잦아짐에 따라 스킨 케어와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는 등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심미선 캘리포니아 피트니스센터 마케팅 대리는 “피트니스 센터가 단순히 살을 빼고 운동만 하다 가는 공간이 아니라, 미용과 식생활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해주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요가의 인기에 힘입어 ‘생활운동’을 표방한 신종 운동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요가와 아로마 테라피를 결합한 ‘아로마 요가’, 요가와 스트레칭이 결합한 ‘하타 요가’, 사이클링과 에어로빅을 결합한 ‘스피닝’, 가라데와 발차기 등의 전문적 기술이 들어간 ‘바디 컴뱃’이 젊은 남녀들의 새로운 운동법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신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점심 시간을 이용한 ‘스파’ 서비스가 인기다. 스파는 본래 ‘온천’을 일컫는 말이지만 최근엔 목욕 시설을 갖추고 각종 마사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부터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생기기 시작했으며, 호텔의 부속 시설이나 화장품 브랜드의 전용 스파 형태로 운영되기도 한다. 서울 반포동 JW 매리어트 호텔 마르퀴스 더말 스파의 홍보팀 김지은 대리는 “얼굴과 몸의 피부 관리도 받으면서 모처럼 각박한 일상에서 벗어나 심신의 안정을 취할 수 있어 찾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호텔은 최근 스트레스와 격무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의 자투리 시간을 공략, 한 시간 안에 끝나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욕조 내의 수중 압력을 이용하는 ‘하이드로 바스’와 ‘산소 테라피’는 서비스 시간이 20분 이내. 가격은 3만~5만원 선이다.

아로마 요법으로 편안한 휴식을 주는 ‘아로마 등-목-어깨 마사지’와 ‘발 마사지’도 직장인들이 선호한다. 6만~7만원선. 스파를 받은 후 간단히 점심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테라피 센터 바로 옆에 신선한 오렌지ㆍ당근 주스 등의 메뉴를 갖춘 ‘스파 레스토랑’도 함께 운영한다.

화장품 업체인 ‘바디 샵’은 대학생들이 많이 몰리는 서울 이화여대 앞과 명동에 스파 전문점 ‘웰빙 스파’의 문을 열고, 30~50분짜리 발 관리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밖에도 서울 청담동의 ‘다르 아베다 컨셉 스파’, ‘클라란스 인스티튜트’, ‘정샘물 인스피레이션’ 등에서 스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업계 ‘이너뷰티’ 마케팅

과거에는 여성들에게 겉모습의 아름다움만 강조하던 화장품 업계 또한 ‘이너 뷰티’에 눈을 돌리고 있다.

‘겔랑’이 최근 출시한 화장품 ‘해피로지’는 피부에서 엔도르핀을 분비해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화장품. 겔랑은 사람이 행복감을 느낄 때 피부도 밝고 아름답게 빛난다는 점에 착안해,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하는 성분을 개발해냈다. ‘라프레리’는 피부가 필요로 하는 것을 스스로 제때에 정확히 전달하는 화장품인 ‘스마트’ 크림과 아이크림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여기에 ‘먹는 화장품’도 가세, 점입가경의 양상이다. 바르는 화장품과 함께 사용하면, 피부는 물론 몸매까지 멋지게 만들어준다며 귀에 솔깃한 약속을 내걸고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국내 대표적인 화장품 브랜드인 태평양은 10종의 비타민제를 상품화해 방문 판매하는 ‘V=B(비비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기능만을 강조하던 기존 화장품과 차별화해 여성의 건강미를 영양학적으로 고려한 프로그램으로 건강보조 식품 시장을 주도해나간다는 전략이다.

CJ는 건강 보조식품 라인 ‘CJ 뉴트라’의 출시와 함께 아예 유행의 메카인 청담동에 국내 최초의 건강 멀티숍을 오픈하고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2층에서 임상상담 영양사의 상담을 받은 다음, 1층에서 자기 몸에 필요한 생식과 다이어트 식품 등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특징이다.

이 멀티숍의 양윤경 점장은 “매달 50% 이상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며 “20~30대는 다이어트 식품을, 30대 이후 고객들은 골다공증 같은 갱년기 증상 완화 제품을 주로 구매한다”고 말했다.

건강한 아름다움을 지키는 기본은 건강한 식생활이다. 세계 1위의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은 지난해 식품회사인 네슬레와 함께 조인트 벤처 형식의 회사 ‘레버로토리 이네오브’를 설립한 데 이어, ‘먹는 화장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유기농 식품의 인기가 치솟은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점심 한끼조차 균형 잡힌 영양을 고려하는 요즈음, 청담동 일대에 앞다퉈 생기는 천연과일 주스바와 샌드위치숍은 또 다른 물결을 예고하고 있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신선한 과일을 즉석에서 갈아주는 과일 주스바의 인기는 대형 커피 전문점의 인기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유기농 곡물로 만든 건강 빵에 신선한 야채를 넣어 만든 샌드위치숍의 인기도 최근 ‘이너 뷰티’ 붐의 확산과 맞물려 있다.

건강을 위한 절제된 라이프스타일과 식사, 몸에 좋은 기능성 드링크와 건강 보조식품들. 천연 원료로 만든 화장품과 정신 수양을 겸한 운동들. 이 같은 ‘이너 뷰티’ 아이템들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생활 수준이 높아질수록 건강한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이너 뷰티’ 라이프 스타일은 더욱 인기를 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2003/02/18 16:50


배현정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