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탐구] 배우 조재현

"멜로 갈증, 원 없이 풀었습니다"

연예계에 대한 반응이 가장 빠르다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요즘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은 꽃미남도, 젊은 청춘스타도 아닌 배우 조재현(39)이다.

MBC 드라마 ‘눈사람’에서 어린 처제의 열렬한 사랑을 온몸으로 받고 있는 형부 ‘한필승’ 역을 맡은 그를 드라마 야외촬영 현장에서 만났다. 화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그에게 “금성무를 닮았다”는 말을 하자 멋적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헤어스타일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도 처음엔 성룡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젠 비교대상이 업그레이드 됐네요? (웃음)” 사실 ‘눈사람’은 지금껏 TV 드라마가 보여줬던 여느 멜로 드라마와는 그 설정부터가 판이하다. 금기시 되어왔던 형부와 처제간의 로맨스인지라 그로서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듯 한데….

“망설임은 없었어요. 제가 원래 파격적인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감독이나 작가에 대한 믿음이 있었으니까요. 특히 감독을 맡은 이창순 PD와는 꼭 한번 함께 작업해 보고 싶었거든요.” 그가 언급한 이창순 PD는 드라마 ‘애인’ ‘신데렐라’ 등으로 일찌감치 흥행 감독의 입지를 다졌던 감독이지만 그가 이창순 PD를 믿은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고 했다.


코믹이미지 벗고 연기력 있는 배우로

“섬세한 감정묘사, 특히 일상생활 속의 디테일 한 감성을 잘 살리는 감독이라서 함께 작업해 보고 싶었죠. 형부와 처제간의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불륜이 아닌 인간에 대한 따뜻한 감성으로 녹여낼 수 있는 감독의 실력을 믿었던 겁니다.”

그렇다면 파트너로 분하고 있는 젊은 여배우 공효진에 대한 그의 감상은 어땠을까? “처음 상대역이 효진이란 말을 듣고 잘 됐다 싶었어요. 솔직하면서도 대담한 효진이 연기를 일찌감치 알고 있었으니까요. 첫 대본을 봤을 때부터 효진이한테 딱 맞는 역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촬영하다 보니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잘 해내는 것을 보고 이거다! 싶었어요.”

상대 배우에 대한 칭찬에 열을 올리는 그에게 혹시 같은 시기에 방영되기 시작한 타 드라마의 주인공들에 대한 라이벌 의식은 없었는지 물어보았다. 비록 방영날짜는 다르지만 ‘저 푸른 초원위에’의 최수종이나 ‘아내’의 유동근 등 중견급 배우들이 함께 활동을 시작한 것만으로도 관심을 모았었다.

“절 형님들과 함께 중견 취급을 하시면 억울하죠. 전 아직 청춘 배우 아닌가요? (웃음) 농담이고. 라이벌 의식 같은 건 꿈에도 안 가져 봤습니다. 수종이 형이나 동근이 형님하곤 친한 사이거든요. 자주 만나기도 하고. 특히 동근이 형님은 일찍부터 절 깊은 애정으로 봐 주셨어요.

사실 이창순 감독에 대한 이야기도 동근이 형님께 먼저 들었죠. 드라마 ‘애인’이 끝난 뒤에 그러더라구요. 재현이 너도 이창순 감독이랑 꼭 작업해 봐야 하는데…. 후배에 대한 그런 애정, 고맙고 감사하죠.”

1989년 공채 탤런트로 시작한 조재현의 연기인생도 어느덧 햇수로 15년차가 되었다. 2001년 SBS 드라마 ‘피아노’로 전 국민적인 사랑을 얻기 전 까지만 해도 ‘연기력 있는 조연’으로만 오랜 세월을 보낸 그였기에 힘든 순간도 많았다고 했다. 배역 확정이 되었다가 밀린 것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그런 그에게 지금의 배우 조재현을 있게 한 몇 번의 기회가 다가왔다고 했다.

“초창기에 평범한 연기를 할 땐 보는 이들은 물론이고 연기하는 나 자신도 많이 어색했어요. 그때 연극 ‘우묵배미의 사랑’을 하면서 코믹한 면을 발산할 수 있었고, 잘 할 수 있다는 자신도 생기더군요. 그런데 이러다보니 코믹 이미지만 부각되는 거예요.

드라마에서 맡는 역들도 전부 그런 것들이고. 사람들이 조재현에게 코믹한 것 이상을 기대하지 않게 된거죠. 그런 이미지를 깰 수 있었던 건 역시 드라마 ‘피아노’의 힘이죠.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피아노’가 제 데뷔작인 줄 알더라니까요? (웃음) 영화 쪽에선 김기덕 감독과 함께 작업했던 ‘악어’,‘야생동물보호구역’등의 저예산 영화들이 배우 조재현의 강렬한 이미지를 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요”

이젠 명실상부 ‘연기력 있는 배우’의 대명사로 불리는 배우 조재현. 그에게 ‘잘 하는 연기’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그리고 스스로의 연기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지도.

“제 연기에 만족하지 않아요. 거의 80퍼센트 이상은 항상 불만스럽죠. 뭐, 물론 어떨 땐 기분 좋을 때도 있죠, 내가 보면서도 아, 저걸 정말 내가 했을까 싶을 정도로. 피아노가 그런 작품 중의 하나였어요. 그래서 연기를 잘한다는 칭찬은, 단순한 겸손이 아니라, 부담스러워요.” 그러면서 잘 하는 연기란 결국 어느 연기자나 마찬가지로 진실한 연기가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노래가사에도 그런 말이 있죠?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라고 하는. 제 안에도 그런 다양성이 있어요. 대부분의 연기자가 그렇겠지만 저 역시 어떤 한 가지 상황이 주어지면 제 안에 있는 다양한 조재현 안에서 아주 작은 퍼센트의 그것일지라도 끄집어내어 확장시키는 거죠.”

아직도 스타라는 말이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평생 자유로운 연기자로 남고 싶다고 했다.“상황이나 조건의 한계에 굽히지 않는 자유로움이 좋아요. 특히 배우의 상업화에 반대하진 않지만, 어떤 연기를 해서 무엇을 얻을 지를 기대하고 계산하는, 부가가치 생산을 위한 연기는 싫습니다.” 멜로를 하고 싶었던 이유도 그래서였다고.

깡패, 조폭, 개장수 등 그의 표현대로 ‘무식한 놈’역만 맡아왔던 그가 무슨 멜로냐고 비웃는 이들이 있을 진 몰라도 ‘눈사람’을 택한 것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멜로에의 갈증을 원 없이 풀었다니까요?(웃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유, 후회하지 않는 자유. 그 자유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그의 소신이야말로 지금의 배우 조재현을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조재현의 2003년은?

“4월 즈음에 최민수씨와 함께 공연한 영화 ‘청풍명월’이 개봉을 해요. 작년 한해 고생고생하며 찍었던 영화라 좋은 반응을 얻었으면 해요. 처음 해보는 블록버스터 영화이긴 하지만 아직 성공한 블록버스터가 없다는 한국 영화 여건상 주연 배우로서 가지는 심적 부담감이 커요.

잘 됐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구요. 그래서 올해는 편안한 연기를 해 보고 싶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편안한 감성으로 관객에게 다가설 수 있는 그런 연기요. 그리고 가을쯤엔 연극을 한편 할까 해요. 배우 김갑수씨랑 함께 하기로 했는데 오랜만의 연극 작업이라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김성주 연예리포터

입력시간 2003/02/2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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