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의 경제서평] 경영의 만병통치약 만들기


■ 경영 구루들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스튜어트 크레이너 지음 양영철 지음/평림 펴냄


"어떠한 지적 영향으로부터도 완전히 자유롭다고 믿는 경영자는 죽은 경영학자의 노예와 같다. 풍문에 의존하는 권위적인 경영자는 과거의 별 볼일 없는 지식인들에게 지혜를 빌리려고 있는 골이다." 영국의 유명한 경제학자 케인스의 말이다.

경영에 있어서 아이디어는 그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경영(학)에는 아이디어가 너무 만핟. 경영의 조류에는 순환 주기가 있다. 유행이 바뀌듯 새로운 경영 아이디어가 생겨난다. 또 경영은 이론적이기 보다는 즉각적, 행동적, 활동적 이다.

비즈니스 스쿨 등에서 배운 이론을 조직에 적용시키기에는 현실과 이론 사이에 간격이 적지 않다. 그래서 경영자들은 종종 혼돈 속에 빠진다.

1900년대 '과학적 관리론'을 시작으로 20년대 '사업부제', 50년대 '브랜드 관리', 60년대 '잔략론', 80년대 '품질경영', 90년대 '학습 조직론'등을 거쳐 최근의 '변화 관리'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아이디어를 채택하고 현실에 도입했지만 결국 성공한 것은 소수 기업에 그쳐다.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하더라도 이를 현실에 접목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작업이라는 사실만이 증명됐을 뿐이다.

그렇다고 경영을 직감에만 의존할 수 없다. 의사 결정은 직관뿐 아니라 아이디어에 기초해야 한다. 아이디어거 없다면 경영자는 위기에 위기를 거듭할 수 밖에 없다. 목표가 무엇인지, 그것을 달성하려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생각이 없다면 위기에서 벗어나기가 참으로 힘들다.

심리학자 쿠르트 레빈이 말한 "좋은 이론만큼 현실적인 것은 없다"가 경영에 딱 들어맞는다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경영 이론들이 유행을 타는 이유는 경영자들이 효가가 빠른 미봉책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를 한거번에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기 때문에 이론이 아주 과장된 모습으로 나타났다가 곧바로 사라지게 된다.

이런 풍조 때문에 경영 컨설턴트나 비즈니스 스쿨 등이 호황을 누린다. 이들이 가장 큰 수혜자다. 경영자들은 새로운 경영 비법을 찾기 위해 이들을 찾지만, 만병통치 약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 결과 많은 경영자들은 경영 이론을 현실감 없는 과대 선전이라고 생각하거나 특정 경영 이론을 맹신하게 됏다. 경영 이론을 인식하고 있는 때문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럼에도 경영자들은 많은 아이디어를 얻고자 한다. 기업 환경이 복잡해 질수록 더욱 그렇다. 서점에 가 봐라. 경영에 관한 책이 가장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들은 시간이 없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영자의 75%가 1년 동안 평균 4권의 경영서적을 사지만, 실제 읽는 것은 그 가운데 1권에 불과하다(이 조사는 1994년에 실시된 것이어서, 지금은 더많이 읽을지, 아니면 반대일지 알 수 없다)

이 책은 이러한 현상에 착안을 했다. 일상적인 경영활동에서 경영자들의 행동과 기대와 영감에 영향을 주었던 경영 이론과 그 이론의 선구자를이 내놓은 아이디어의 정수를 모아놓은 것이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시대는 변해도 경영 이론의 핵심은 변하지 않는 것이며, 각 이론이 주장하고 있는 내용 중에는 지금도 유효한 것이 많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다. 물론 그것을 찾아내 현실에 적요여시키는 것은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경영 이론의 핵심 아이디어는 크게 11가지다. 새로운 경영의 세계, 새로운 조직의 세계, 테크놀로지의 기회 그리고 도전, 전략 창출과 전략 실행, 인적 자원 관리의 새로운 방식, 경력 개발과 노동, 품질 혁명, 마케팅의 재발견, 리더십, 학습과 자기 개발, 글러벌 경영 등이다.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저자가 든 예가 흥미롭다. 2차 대전 후 일본 경제성장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품질이론은 대부분 미국인 에드워즈 데밍과 조셉 쥬란의 아이디어와 연구를 기초로 한 것이었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일본에서는 크게 주목 받았지만 서구에서는 1980년대까지 소홀히 취급됐고 그 이후에는 지침으로 삼기에 이미 오래된 것이 되고 말았다. 일본은 이 아이디어를 서구보다 일찍 효과적으로 실행에 옮김으로써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수많은 경영 아이디어가 분야별로 정리돼 있어 찾아 읽기가 쉽지만, 의미가 얼른 들어오지 않는 용어의 번역 등이 좀 거슬린다. 영국 출신의 경영학 이론가인 크레이너는 실제적 컨설턴트로서 더 알려져 있다.

입력시간 2003/02/2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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